우리는 역사시간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구텐베르크보다 고려인들의 ‘직지’가 그보다 훨씬 더 앞섰다고 배웠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세계 최초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이를 인쇄해 낸 사람이 구텐베르크라고 배웠고 배우고 있다. 유럽과 한국에서 서로 다르게 알고 있는 금속활자본의 기원은 진짜 누가 먼저인가? 197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일하던 고 박병선 박사가 우연히 서고에서 ‘직지’를 발견하고 그 기원을 다시 세계에 알렸지만 여전히 최초는 구텐베르크로 돼 있다. 지난달 28일에 개봉한 영화 직지코드는 이런 역사적인 상식에 뒷면에 고려인의 금속활자를 유럽인들이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서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접근하는 역사 보고서 다큐멘터리다. 캐나다인 영화감독과 유럽중심주의적인 사고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하던 대학원생인 명사랑 아녜스는 현재 ‘직지’를 보관 중인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열람을 신청했으나 원본 보존을 위해서 불가 연락을 받고 이에 촬영팀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처음의 가설로 돌아가 고려인들이 유럽에 왔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찾지 못했지만 당시 원나라와 고려의 사돈관계였기 때문에 당시 외교사절을 맡은 교황청의 사제가 원나라에
봉준호 감독의 직전 작품인 설국열차가 깊은 우울감과 패배주의에 빠진 이성주의자가 내린 냉정한 결말을 보여준다면 이번에 개봉한 옥자는 절망에 절대 빠지지 않은 이상주의자의 따스한 감성과 조울증 환자의 조증과 같은 찬란함이 슬프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늪으로 빠지지 않도록 한 점이 다르다. 미란도의 CEO 루시는 슈퍼돼지의 유전자조작 사실을 숨긴 채 전 세계 가축농가로 보내 키우게 한다. 10년 프로젝트를 통해 슈퍼돼지의 성장 과정을 일일이 체크하고 이를 홍보에 적극 이용한다. 강원도 산골에서 사는 할아버지와 미자는 슈퍼돼지 ‘옥자’를 가족처럼 키우는데 10년 후 미란도의 담당자가 와서 옥자를 미국으로 데려간다. 미자는 할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옥자를 찾으러 미국으로 간다.사실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프에서 색다른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다. 감독의 초기 단편 영화인 지리멸렬과 장편영화인 플란더스의 개, 그리고 괴물과 비슷하다. 플란더스의 개에서 반려견인 개를 잡아먹으려는 사람들을 쫓는 추격씬이 있고 괴물에서는 바닥에 미끄러지면서 구르는 괴물의 몸개그와 한강다리와 대도심의 고층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추격씬이 있다. 옥자에서도 그렇다. 이처럼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2007년 처음 공개된 트랜스포머는 자동차의 로봇 변신으로 당시 엄청난 열광을 받았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로봇들의 얼굴표정(특히 눈동자는 인간의 그것과 똑같았다.)은 SF영화의 새로움이었다. 그러나 이후 계속되는 시리즈에서 너무 스케일에 집중하면서 스토리는 진부해졌고 시즌 4에서는 스토리나 장면, 캐릭터가 전부 아쉬움을 남기면서 끝났다. 그리고 이번주 에 개봉한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는 이런 아쉬움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봇들의 전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17세기 원탁의 기사, 마법사 멀린까지 소환하는 등 스토리는 너무 멀리 나갔고 너무 많이 등장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나열하다보니 구성은 산만해졌다. 그러나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액션 씬은 전반부의 지루함을 한순간에 날리는 역전을 보여줬다. 트랜스포머의 고향인 사이버트론을 재건하기 위해 지구 어딘가에 있는 고대 유물을 찾아 나선 옵티머스 프라임과 이 과정에서 인간들과 갈등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지구와 사이버트론, 둘 중에 하나만 살아남아야하는데, 이런 갈등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영화는 그 시작점을 1600년대 원탁의 기사, 킹 아서를 끌어들인다. 오프닝에서 보여주는 킹 아서와
6월8일에 개봉한 영화 악녀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관객의 시선을 잡을 뿐 아니라 기선까지도 제압한다. 음침한 복도의 끝에서 조직폭력배들이 갑자기 카메라를 향해 달려온다. 그리고 이들을 향해 몸을 날려 싸움을 하는 숙희의 시점을 따라 관객들도 배우와 함께 싸우는 것과 같은 상황이 한참동안 전개된다. 이런 1인칭 시점은 관객들에게 FPS게임(First person shooting)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1인칭 시점의 액션 시퀀스가 끝나고 숙희가 바닥에 내동댕이칠 때 즈음에야 영화는 3인칭 시점으로 바뀐다.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끌고 들어간 이가 누구인지 이제야 알게 된다. 영화 악녀는 시점의 액션을 보여준다. 영화 악녀에서 보여주는 액션 장면의 카메라 시점은 그저 색다른 액션을 선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숙희가 악녀로 탄생되는, 즉 스스로가 자각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프닝 시퀀스의 1인칭 시점은 숙희가 ‘스스로’ 킬러가 됐다고 믿고 살아온 삶이다. 그러나 카메라가 3인칭 시점으로 바뀌면서 숙희는 스스로가 선택한 삶이 아닌 전남편이 만든, 이어서는 국정원이 만든 3인칭 시점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숙희가 전남편과 국정원에 의해 조작된 삶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다섯 번째가 개봉했다. 잭 스패로우와 복수에 눈 먼 캡틴 살리자르의 대결을 그렸다. 이번 편 최대의 기대는 아무래도 시리즈가 그동안 감춰온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전편에 등장했던 ‘윌 터너’(올랜도 블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추가된다. 이번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전편에서 보여줬던 탐험과 모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 자리에는 윌 터너의 아들 헨리가 저주에 갇혀버린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신파’서사가 자리를 대신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남긴 일기장을 들고 자신의 존재를 찾아나서는 카리나가 함께 한다. 살리자르의 복수를 피하기 위해서 이들과 함께 하는 잭 스패로우는 왠지 그 움직임이나 입담이 예전만큼 활력이 넘치지가 않다. 그러나 단두대에서 살아남는 잭의 장면은 관객들에게 롤러코스터 효과를 주기에 충분할만큼 신선하다. 이미 죽었다는 소문이 무성한 잭 스패로우가 스크린에 등장할 때 경험하는 낯섬은 6년 만에 돌아온 영화의 낯설음과 닿아있다. 그만큼 간격을 줄이기 위해 잭 스패로우라는 캐릭터를 다듬었지만 어딘지 힘이 빠진 모습이다. 그 간극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들을 등장시켰지만 그
제70회 칸느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 받은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변성현 감독)은 신세계, 내부자들과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로 얼핏 보이지만 감독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느와르 액션 영화다. 불한당은 교도소에 잠입한 형사 현수(임시완)가 마약 조직의 일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의 눈에 들어 감옥 출소 후 마약 조직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현수와 재호의 만남을 성사시킨 경찰 조직의 천팀장(전혜진)은 마약 조직 소탕을 위해 현수를 이용한다. 서로의 존재를 알면서도 서로를 이용하다가 서로를 믿게 되고 다시 의심하게 되는 과정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이야기의 힘을 유지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매끄러운 연결은 재호 역을 맡은 설경구의 활약으로 더욱 빛이 난다. 냉혈한과 익살스러움이라는 대비되는 감정을 잘 드러내 조직의 2인자로 살아온 지독한 인물을 꽤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눈에 들어오는 캐릭터는 경찰 조직의 천팀장이다. 범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경찰과 깡패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전혜진이라는 배우가 연기한 천팀장이 제대로 보여준다. 영화가 힘 있게 전개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힘이 중요하다. 영화
SF호러영화의 시작을 알렸던 1979년에 개봉한 에이리언(리들리 스콧)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에이리언:커번넌트가 개봉했다. 엄밀히 말해서 에이리언시리즈의 속편이기 보다는 5년 전에 개봉한 프로메테우스(2012, 리들리 스콧)의 시즌2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에이리언 시리즈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에이리언:커버넌트는 전작인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으로 답을 주면서 새로운 질문과 논쟁거리를 던진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어떻게 에이리언이 등장하는지에 대한 답을 이번 영화에서 보여주면서 마지막 장면에서는 전작 에이리언 시리즈와 연결됨을 암시한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은 에이리언이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A.I.)인 월터이다. 그러나 에이리언 1편부터 4편까지 영화 속 인상깊었던 장면들을 교묘하게 차용하여 예전 관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식민지 개척 의무를 가지고 떠난 커버넌트 호는 2천여명의 승무원들을 태우고 목적지로 향해하던 도중 예기지 못한 사고로 주요 승무원들이 깨어나고 미지의 행성에서 오는 신호를 감지한다. 미지의 행성이 지구와 같은 환경을 가진 곳으로 파악되자 탐사를 결정하지만 미지의 행성에서 맞닥뜨린 에이리언과 커버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