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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슬픈, 그러나 감동적인 사랑이야기, <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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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직전 작품인 <설국열차>가 깊은 우울감과 패배주의에 빠진 이성주의자가 내린 냉정한 결말을 보여준다면 이번에 개봉한 <옥자>는 절망에 절대 빠지지 않은 이상주의자의 따스한 감성과 조울증 환자의 조증과 같은 찬란함이 슬프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늪으로 빠지지 않도록 한 점이 다르다. 

미란도의 CEO 루시는 슈퍼돼지의 유전자조작 사실을 숨긴 채 전 세계 가축농가로 보내 키우게 한다. 10년 프로젝트를 통해 슈퍼돼지의 성장 과정을 일일이 체크하고 이를 홍보에 적극 이용한다. 강원도 산골에서 사는 할아버지와 미자는 슈퍼돼지 ‘옥자’를 가족처럼 키우는데 10년 후 미란도의 담당자가 와서 옥자를 미국으로 데려간다. 미자는 할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옥자를 찾으러 미국으로 간다. 
사실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프에서 색다른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다. 

감독의 초기 단편 영화인 <지리멸렬>과 장편영화인 <플란더스의 개>, 그리고 <괴물>과 비슷하다. <플란더스의 개>에서 반려견인 개를 잡아먹으려는 사람들을 쫓는 추격씬이 있고 <괴물>에서는 바닥에 미끄러지면서 구르는 괴물의 몸개그와 한강다리와 대도심의 고층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추격씬이 있다. <옥자>에서도 그렇다. 

이처럼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전작에 나왔던 스타일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들을 총망라해서 보여주고 있다. 전작에서 이어지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인 ‘미자’는 이번 영화에서도 극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 

서울 도심 지하상가에서 벌어지는 슈퍼돼지 추격씬과 골목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쫓고 쫓기는 장면은 정말 난장판과 같다. 그 속에서 보여주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현실은 눈이 부시도록 화려한 밝은 화면과 경쾌한 음악과 함께 마치 어느 나라의 민속축제장을 보는 듯하다. 이런 ‘난장판’장면은 <괴물>에서도 보여줬듯이 시스템이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았을 때 느끼는 ‘아이러니’다. 그렇다고 마냥 괴롭지만 않은 게 무너진 시스템 앞에서 한없이 불쌍해질 수밖에 없는 약자를 보살펴야 한다는 연대의식으로 우리는 감독의 유머와 재치를 따라가게 된다.
 
영화 초반부와 중반부의 조증과 같은 경쾌한 리듬은 후반부의 충격적인 현실 묘사와 대립구도가 되면서 강력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 전달한다. 이런 수미쌍관의 대립구도는 관객들을 사로잡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 영화는 미국의 스트리밍업체인 넷플릭스의 전액 투자로 제작돼 극장과 동시개봉을 했다. 그러나 몇몇 장면들은 대형 스크린을 위한 촬영으로 극장에서 한 번 더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옥자>, 봉준호, 120분, 2017. 6.29.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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