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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인칭 시점의 액션영화를 보여주는 <악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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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8일에 개봉한 영화 <악녀>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관객의 시선을 잡을 뿐 아니라 기선까지도 제압한다. 

음침한 복도의 끝에서 조직폭력배들이 갑자기 카메라를 향해 달려온다. 그리고 이들을 향해 몸을 날려 싸움을 하는 숙희의 시점을 따라 관객들도 배우와 함께 싸우는 것과 같은 상황이 한참동안 전개된다. 

이런 1인칭 시점은 관객들에게 FPS게임(First person shooting)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1인칭 시점의 액션 시퀀스가 끝나고 숙희가 바닥에 내동댕이칠 때 즈음에야 영화는 3인칭 시점으로 바뀐다.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끌고 들어간 이가 누구인지 이제야 알게 된다. 영화 <악녀>는 시점의 액션을 보여준다. 

영화 <악녀>에서 보여주는 액션 장면의 카메라 시점은 그저 색다른 액션을 선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숙희가 악녀로 탄생되는, 즉 스스로가 자각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프닝 시퀀스의 1인칭 시점은 숙희가 ‘스스로’ 킬러가 됐다고 믿고 살아온 삶이다. 

그러나 카메라가 3인칭 시점으로 바뀌면서 숙희는 스스로가 선택한 삶이 아닌 전남편이 만든, 이어서는 국정원이 만든 3인칭 시점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숙희가 전남편과 국정원에 의해 조작된 삶을 살았고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이후 전남편인 중상과 벌이는 액션 씬에서 숙희는 3인칭 시점을 1인칭 시점으로 되돌리는데 이는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내 카메라는 3인칭 시점으로 돌아가고 전남편인 중상을 죽인 숙희가 악녀가 돼 관객들을 바라본다. 

숙희는 자신을 관찰하는 또 다른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고 이제는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봄으로써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다. 

숙희의 악랄한 미소를 끝으로 탄생한 악녀는 이제 1인칭의 시점으로 삶을 사는 이후를 상상하게 한다. 

영화는 <악녀>는 카메라의 시점 전환, 360도 촬영, 광각렌즈 사용으로 그야말로  ‘현란한  액션’을 선보이지만 배우들이 주고받는 액션을 보기를 원하는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준다. 

오프닝 시퀀스가 주는 놀람은 뒤로 갈수록 너무 많은 화려한 카메라 움직임으로 오히려 영화 몰입감을 방해하는 과잉이 돼버려 아쉽다.  

<악녀>, 정병길 감독, 2017년 6월8일 개봉, 1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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