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서산 3.5℃
  • 대전 3.3℃
  • 홍성(예) 3.6℃
  • 흐림천안 2.7℃
  • 흐림보령 3.0℃
  • 흐림부여 3.0℃
  • 흐림금산 4.4℃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금속 활자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다큐, <직지코드>

URL복사

우리는 역사시간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구텐베르크보다 고려인들의 ‘직지’가 그보다 훨씬 더 앞섰다고 배웠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세계 최초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이를 인쇄해 낸 사람이 구텐베르크라고 배웠고 배우고 있다. 

유럽과 한국에서 서로 다르게 알고 있는 금속활자본의 기원은 진짜 누가 먼저인가? 

197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일하던 고 박병선 박사가 우연히 서고에서 ‘직지’를 발견하고 그 기원을 다시 세계에 알렸지만 여전히 최초는 구텐베르크로 돼 있다. 

지난달 28일에 개봉한 영화 <직지코드>는 이런 역사적인 상식에 뒷면에 고려인의 금속활자를 유럽인들이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서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접근하는 역사 보고서 다큐멘터리다.

캐나다인 영화감독과 유럽중심주의적인 사고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하던 대학원생인 명사랑 아녜스는 현재 ‘직지’를 보관 중인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열람을 신청했으나 원본 보존을 위해서 불가 연락을 받고 이에 촬영팀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처음의 가설로 돌아가 고려인들이 유럽에 왔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찾지 못했지만 당시 원나라와 고려의 사돈관계였기 때문에 당시 외교사절을 맡은 교황청의 사제가 원나라에 왔다는 기록을 찾는다. 

촬영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촬영한 모든 기록을 도난당한다. 

다시 촬영을 시작하면서 얻게 된 소득은 역사적 상식으로 알려진 구텐베르크의 ‘42행성서’는 그저 판매됐다는 기록만 있을 뿐 이를 구텐베르크가 팔았다거나 인쇄했다는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금속활자도 만들었다는 기록이 없다. 

영화의 시작은 최초의 금속활자가 어느 나라인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동서양의 문명은 별개의 것으로 진행될 수 없고 서로 교류하면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동서양 문명사의 시야를 넓힌다. 

이는 바티칸 교황청 비밀수장고에서 발견한 교황의 편지이다. 이 편지는 1333년에 교황 요한 22세가 당시 고려왕에게 전한 감사편지로 거기에는 그리스도인들을 환대해줘서 기쁘다는 구절이 있다.
 
영화 <직지>는 누가 먼저인가를 밝혀내기 것 보다는 문명은 서로 교류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진다는, 그래서 그 과정의 역동성을 영화안에서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영화는 말미에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 인쇄가 ‘직지’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직지’가 무엇인지를 우리는 배워본 적도 궁금해본 적도 없다는 사실이다. 

<직지 코드>, 우광훈, 102분. 2017. 6.28. 개봉



포토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