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 소설가 운당 구인환 선생 생가를 찾아서(上)- 충남 서천군 장항읍 옥산리(봉근리마을)단편을 이야기하자면 「산정의 신화」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숨 쉬는 영정」을 꼽을 수가 있어요. 장편으로는 「일어서는 산」이 가장 애착이 가지요. 「산정의 신화」는 잃어버린 낙원을 찾으려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그린 작품이구요. 「일어서는 산」은 해방 이후 5년에서 7년 사이에 민초들이 겪는 수난을 그린 작품으로 역사의 회오리에 대응하는 대학생, 지식인의 태도에 대하여 말하려 하고 있어요. 또 「숨 쉬는 영정은」 6.25동란 이후 이산가족의 비극적인 현실을 소재로 다루고 있어요. 적십자사에서 만든 면회소에서 동생이 북에 있는 형을 만나러 갔는데 사람이 안 들어오고 영정이 들어오는 실화지요. 2020년 4월 2일 목요일.금강하굿둑 관광지에서 전망대에 올라 서천과 전북을 이어주는 금강하굿둑의 모습과 가로막힌 금강의 물줄기를 바라보다가 내려오니 시각은 어느덧 오후 3시를 넘고 있다. 봄날은 마음의 설렘과 함께 서둘러 달려가는 탓인지 쉽게 시간의 흐름을 일러주지 아니하고 그대로 흘러가버리는구나 싶기도 하다. 벌써 이리도 깊은 오후에 들어있다니, 선듯 불어오는 바람결에 쉽사리
046. 서천 이하복 고택(舒川 李夏馥 古宅)을 찾아서(하)- 국가 민속문화재 제197호 [이하복 고택]- 충남 서천군 기산면 신막로 57번길 32-3 발걸음을 뒤로하여 다시 사랑채 밖으로 나오는데 들어갈 때 예사로 보았던 향나무의 빛깔이 한결 푸르러 보인다. 아니 향나무 가지 사이로 슬그머니 일어나는 바람 한 줄기가 땀에 젖은 이마를 스쳐 지나가자, 있는 듯 없는 듯 스멀스멀 향기가 피어오른다. 향나무는 이미 퍽이나 나이에 들었음이 분명한데,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온몸으로 긴 세월의 풍상을 견디어온 오면서도 잃지 않은 향기의 빛을 엿보이고 있다. 아마 가목재(稼牧齋)의 주인인 청암 이하복 선생이 이 세상에 남겨놓으신 삶의 철학과 그 삶의 향기가 오늘날까지 여전히 전해지고 있는 까닭인지도 모른다. <이하복 고택 전시관>을 빠져나오니 밖의 날씨는 여전히 짙은 무더위가 서려있다. 금세 절로 흐르는 땀을 억제할 수 없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이하복고택>으로 향한다. 발자국마다 햇살이 내리쪼이면서 더위를 가득 채워 넣는다. 그러나 아래채와 사랑채 사이로 놓인 돌계단 바로 곁에 서 있는 우람한 향나무 한 그루는 짙은 그늘과 함께 향기까지 흩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