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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칼럼】경찰에 넘긴 청와대 첩보, 이첩인가 하명인가.

판사 또는 검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순진한 시민과 전문 사기범이 한 사건에 엮여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됐다. 사기범은 이런 비슷한 사기 사건을 두루 경험한 탓에 노련하다. 그래서 수사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정황을 대가며 진술한다. 그러니 검사나 판사가 볼 때 구체적이고 진술이 일관성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전문 사기범과 다투는 순진한 시민은 몇 해 지난 일을 기억하기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검사 앞에서, 판사 앞에서 사기범이 꾸며 말한 구체적 정황을 어떤 때는 맞다고 했다. 그러다가 집에 돌아가 생각해보니 날짜와 장소가 안맞으니 다음 수사와 재판 때는 말을 고쳤다. 그런 뒤 긴가민가해 이를 번복했다.

한 달 전의 일도 적어놓지 않으면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한데 재판결과는 어땠을까. 사기범의 손을 들어줬다. 왜냐면 사기범의 말은 구체적이고 진술에 일관성이 있지만, 시민의 진술은 오락가락했다는 것이다. 그 시민은 검찰도, 법원도 이후에는 믿지 않는다. 꾸민 거짓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 했다는 이유로 전문사기법에 놀아난 검사와 판사도 믿지 않은 지 오래다.

그는 힘들고 어려우면 공정하고, 진실한 서민이 법원과 검찰에게 달려가야 공정사회다. 또 정의사회라고 믿는다. 전문 사기범들이 사법을 농단하며 순진한 서민과 기업인, 공직자를 괴롭히는데도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다’는 말로 사기범의 손을 들어준 꼴이다. 진실규명은 고사하고, 엉터리 사건으로 마무리 된다.

화성연쇄살인범으로 몰려 숱한 고문과 압박에 못이겨 옥살이를 한 시민도 30년 넘은 진범이 붙잡힌 뒤에야 재심에 들어가 있다. 당시 억지 수사한 경찰과 검찰, 그리고 검·경찰의 수사기록대로 판결한 재판부부터 심판해야 옳다. 그래놓고 다시 사건을 수사한다고 나서지만,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끌려다니며 허위진술로 옥살이를 한 그 무고한 시민은 무엇으로 국가가 책임질 건가.이게 우리 법조 타운의 얘기다.

진작 바꿔야할 당연한 걸 내놓고 개혁이라며 신뢰 회복 운운하는 수사기관과 법원을 보면 참으로 가소롭다. 지금 우리의 눈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여부에 쏠려 있다. 다행히 윤석열 검찰총장이 들어서면서 권력자든, 비권력자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위법 행위자에 대해선 좌고우면하지 않고 엄벌하는데 그나마 희망이 있다.

그중에도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울산지방경찰청 조사의혹에 대해 수사를 본격화한 것은 무너진 사법정의를 세우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왜냐면 청와대가 나오고, 조국 민정수석실 얘기가 나오고, 백원우 청와대 비서관이 나오고, 경찰청이 나오고,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이 나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검찰이라면 ‘유권무죄(有權無罪)’, ‘여권무죄(與權無罪)’ 또는 개복수술을 해놓고 그대로 덮는 용두사미식 수사로 그쳤다.

그래서 국민은 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친·인척의 수사의혹이 ‘청와대 하명수사’인지, 아니면 ‘청와대 이첩수사’인지 진실을 알고 싶은 것이다. 언론도 지난 주말, 이 사건을 여야와 언론마다 제각각으로 보는 것 같다. 보수 매체나 종편 등은 ‘청와대 하명수사’로 표현하는 가하면, 진보매체들은 정반대로 청와대의 통상적인 업무인 ‘해당관서 이첩’으로 보도했다.

어찌됐던 의혹의 찌꺼기가 없이 진실규명이 될지는 검찰과 법원에 달렸다. 현재 나온 얘기로는 검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동생과 친·인척, 핵심 측근 등에 대한 ‘지난해 경찰 수사’가 청와대 첩보로 시작된 사실을 확인하고, 위법 여부를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야권 등에서는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수사는 6·13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해 3월 시작됐다. 이후 경찰로부터 수사를 이첩 받은 검찰은 주요 혐의 대부분을 무혐의 처리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경찰 수사 와중에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 김 전 시장은 낙선했다. 대신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이자 조국 전 민정수석이 한때 후원회장을 맡은 송철호 더불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일파만파 확산됐다.

알기로는 1980년대 인권변호사로 활동할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알고 지낸 사이다. 김 전시장 주변이 비위첩보를 경찰에 넘긴 당시 민정수석실의 최고 책임자는 조국 전 법무장관이었다. 조 전 장관은 한때 송 시장의 후원회장을 지냈다. 모든 언론과 법조계는 청와대가 경찰에 첩보를 건넨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언급했듯이 청와대는 통상적인 업무처리라고 맞받고 있다. 이 말은 맞다. 통상적으로 민정수석실이 공직자 비위 첩보를 수집한 뒤 수사의뢰하는 것은 주 업무다.문제는 법규의 위반여부다. 김 전시장은 선출직 공무원이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 7조 1항이 규정한 감찰대상에서 김 전시장처럼 선출직은 제외된다. 7항내용은 감찰업무의 원칙 및 절차, 업무수행 기준 등을 대통령비서실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쟁점은 김 전 시장이 그 대상이 아닌데도 민정수석실의 이런 행위는 직권남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수시로 접수되는 민원·제보들 중 감찰대상이 아니면 ‘별도 판단’ 없이 관련 부서·기관으로 넘긴다고 해명한다. 경찰청역시 ‘첩보의 출처가 어디든 경찰 자체적으로 판단, 결정하여 수사한다’고 자율·독립을 주장한다. 그렇지만 청와대와 경찰청의 해명으로 의혹이 완전히 없어 진 것은 아니다. 왜냐면 울산경찰청 수사의 시점과 권력층과 알고 지내는 송 시장이 당선된 선거 결과를 보면 의혹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로부터 비위 첩보를 넘겨받은 경찰입장에서는 통상적인 이첩이라도 ‘수사를 하라’는 지시로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경찰이 수시로 수사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즉, 지방선거 직전 야당 소속 시장 주변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데다 청와대가 첩보를 이첩하는 등 몇몇 대목에서 의혹이 일고 있다.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경찰이 수사 상황을 청와대에 수시로 보고한 게 사실이라면 청와대의 개입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선거 와중에 청와대로부터 야당후보비위가 담긴 첩보를 전달받은 경찰의 입장에서 보면, 그 의도와 이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뻔하지 않은가.

검찰은 그래서 김 전 시장 측의 입장과 주장, 적법처리하거나 통상적인 업무였다는 청와대와 경찰 입장 등을 소상히 밝혀야한다. 그리고 실체적 진실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야한다. 물론 양측의 입장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극과 극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수사셈법이다. 그래서 진실규명만이 공정사회, 정의로운 사회이며 검찰의 쇄신을 몸소 보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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