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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탐방】참나무 타는 냄새가 솔솔...정통 ‘그리스식 피자’가 있는 서천 ‘홍 화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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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에서 참나무 숯으로 구워내 불 향 가득하고 담백한 ‘그리스식 피자’
쌉쌀한 ‘케냐산’ 원두커피&산미 풍부한 ‘에티오피아산’ 원두커피도 일품
홍종서 대표, “이야기가 있고 사람 냄새가 나는 카페가 되었으면 한다”



[sbn뉴스=서천] 남석우 기자 = 충남 서천군에 정통 그리스식 화덕피자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문을 열었다.

마서면 남전리에 있는 ‘홍 화덕카페’다. 

지난 6일 개업한 이곳은 영업을 시작한 지 채 열흘도 안 된 데다가 카페가 도로 안쪽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알고 찾지 않으면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여러분 중 누군가 이곳을 알게 되었다면 자신의 맛집 리스트 한 줄을 ‘홍 화덕카페’에 할애해야만 할 것이다.


sbn뉴스 기자가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도착해 차를 세우니 빨간 나무벤치 위에 놓인 빨간 푯말이 이곳이 ‘홍 화덕카페’임을 말해주었다.

그곳에서 풀숲이 무성한 숲속 오솔길과 같은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니 황토가 과자처럼 카페 외관에 붙어있어 마치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집’을 연상케 하는 아늑한 카페가 나왔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예전, 모 프랜차이즈 치킨점 입구에 지팡이를 짚고 서 있던 노인과 같은 분위기의 홍종서(78) 대표가 sbn뉴스 기자를 푸근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홍 대표가 커피를 내리는 동안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한때 대한체육회 임원, 아시아 체육기자연맹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평생을 스포츠계 기자로 활약해온 홍 대표답게 카페 곳곳에는 각종 올림픽 기념주화·메달은 물론이고 세계 각국의 배지, 기자 활동 당시 착용한 명찰 등 관련 기념품 수백여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전시물들에 정신이 팔려있던 기자에게 홍 대표가 손수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내왔다.


갓 내린 커피 한 모금을 입에 머금으니 진한 커피 향과 함께 쌉싸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커피에 문외한인 sbn뉴스 기자의 입맛에도 이곳 커피는 맛과 향이 독특하면서도 풍부함이 있어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홍 대표가 그런 기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저희 카페에서는 케냐산과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주로 쓰고 있는데 지금 마시는 커피는 케냐산이다”라며 “케냐산은 쓴맛이 강하고 에티오피아산은 신맛이 많이 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가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원두는 가능한 한 최상의 제품으로 쓰려고 하는데 지금 쓰는 원두는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내는 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라며 “핸드드립으로 뽑아내서 좀 더 풍부한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화덕에 넣어둔 피자가 7분을 채웠는지 홍 대표가 화덕 안, 붉게 타오르는 숯 가운데서 잘 구워진 피자를 꺼내왔다. 


홍 대표가 sbn기자에게 주려고 피자 뜨는 칼로 피자 한 조각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모짜렐라 치즈가 마치 실타래에서 실이 풀리듯 길게 늘어졌다.

이것만 보더라도 피자에 쓰인 치즈가 어느 정도의 품질인지 짐작이 되었다.

드디어 피자를 한입 베어 물려던 찰나, sbn뉴스 기자는 이를 잠시 미루어야 했다. 

카페에 들어설 때부터 마치 아로마 향처럼 기분 좋은 아늑함을 주며 카페 전체에 은은히 퍼져있던 냄새의 정체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피자를 굽는 데 쓰인 참나무 향이었다.


이곳에서는 숯을 따로 사다 쓰거나 가스 불을 이용하지 않고 참나무를 화로 안에서 태운 숯으로 매번 피자를 굽고 있었는데 카페를 가득 채운 향은 이에 기인한 것이었다. 

이같이 번거로운 과정이 부담스러울 만할 텐데도 마냥 즐거운 듯 피자를 굽는 홍 대표의 모습에서 연륜에서 묻어나는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이제야말로 피자 한입을 베어 물고 천천히 씹어보았다.

참나무 향 가득한 피자가 입안에서 춤을 추었다.

그리스식 피자는 담백함이 특징이라는 홍 대표의 설명대로 맛이 무겁지 않으면서도 뒷맛이 깔끔했다.

하지만 이 피자의 백미는 피자 한 조각을 거의 다 먹을 무렵에야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피자의 끝부분인 크리스피부분에 최상의 맛이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의 경우 피자를 먹을 때 맛이 없다고 먹지 않고 남기기도 하는 이 부분은 이곳 피자에서만은 예외일 수밖에 없었다.

화덕에서 구워져 바삭바삭 씹히는 크래커와 같은 식감의 크리스피부분은 가히 압권이었다.

역시 번거로움을 감수할만한 맛이었다. 

홍 대표는 얼마 전 이곳 개업을 앞두고 친구에게서 “야 그런데 너 그걸 앞으로 몇 년이나 할 건데?”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홍 대표는 문득 “몇 년?”이라고 자문하며 “그러고 보니 내가 이 나이에 이걸 해서 앞으로 몇 년을 할 건가?”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구의 이같이 현실적인 질문에 홍 대표는 곧 “내일 일을 어찌 알겠나? 이제까지 살아 온대로 세월에 순응하며 앞으로도 살아가면 되는 거지”라고 자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이 여기 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도 하고 그들로부터 그들이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라며 “이곳이 나의 놀이터, 또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어 사람 냄새나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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