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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전국에서 가장 행복한 이장이 살고 있는 한산면 ‘마양리’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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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양리 마을 이름 찾기, 마량리 NO!→마양리 YES!
아내 모르게 집 지을 정도로 오고 싶은 마양리 마을
집집마다 개성 있는 스토리텔링 ‘도자기 문패’ 인기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집집마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정이 넘치는 충남 서천군 한산면 마양리에 sbn서해신문이 찾아갔다.

마양리에는 45가구 85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주민들은 생업으로 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기자가 마을을 둘러보다 잘 지어진 집 대문이 철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어 의문이 들었는데, 이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외지인이 마양리에 너무 오고 싶어 몰래 집만 먼저 지어놓고 아내를 설득 중이라고 한다.

아내 몰래 집 지을 정도로 경관도 아름답고 인심 또한 풍부한 마양리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마량리 NO! 마양리 YES!

마양리는 말마 자에 버들양 자를 써 마양리라고 불리는데, ‘갈마’ 마을의 말 마(馬)자와 안멀·누에머리·안살매 3개 마을을 통틀어 ‘녹양’이라고 불리는 마을의 버들 양(楊)자를 따 마양리(馬楊里)라 불린다.

마을 이장인 이명원(65) 씨는 “우리 마을이 옛날부터 마량리라고 불려왔는데 사실 마양리가 맞는 발음”이라며 “어르신들이 마량리, 마량리 해 오셔서 마량리라고 불렸는데, 10여 년 전부터 마을 이름을 찾기 위한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마양리는 행정상에도 어떤 문서에는 마량리라 표기되어있고 또 어떤 문서에는 마양리라 표기되어있다. 농협에서도 업무담당이 바뀌면 마량리로 표기할 때가 있어 이장이 지적하곤 한다.

이장님은 마을 이름을 바로잡기 위해 행정에도 이야기하고 주민에게도 이야기하고 있으나, 사람들의 입에 붙었기 때문인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고 한다.



◇ 마양리를 구성하는 7개 마을과 그 이야기

마양리는 안멀·누에머리·강성구레·속등·안살매·골때기·갈마 등 자연부락 7개로 구성된 마을이다.

어르신들 말씀에 따르면 옛날에는 이곳의 이장이 2명이었다고 하는데 각 갈마매 마을과 녹양 마을의 이장이 아니었나 싶다.
7개 마을 이름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먼저 안멀은 안쪽에 있는 마을이라는 준말, 누에머리는 마을 뒷산이 누에머리 형상과 비슷해 누에머리라고 한다. 

강성구레에는 현재 2집이 살고 있는데, 여기에 거주하는 백남웅 씨의 말에 따르면 원래 신선이 강림한 골짜기라는 뜻의 강선(降仙)골이 맞다고 한다.

이어 속뜸은 동네 속에 있어 속뜸, 안살매는 마을 한 가운데 있어 안살매라고 추정된다. 골때기는 유래를 아는 분이 없다.

가장 유래가 정확한 ‘갈마매’는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한 역마부가 이곳을 지날 때 말이 목이 타서 물을 얻으러 마을에 들어갔는데, 가뭄이 심할 때라 물을 얻지 못하고 말은 결국 목이 타서 죽었다는 이야기에 따라 갈마(渴馬) 혹은 갈마매로 이름이 붙었다. 

안멀·누에머리·안살매를 통들어 부르는 녹양(綠楊)은 마을이 푸른 숲속에 가려있는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 집집마다의 스토리텔링 ‘도자기 문패’

마을의 재미있는 것으로 집집마다 흙으로 구워서 만든 명패인 ‘도자기 문패’가 걸려있는데, 이 문패는 사람의 별명이나 그 집을 일컬어 부르는 재밌는 말을 넣어 만든 것이다.

장구를 잘 치는 사람이 사는 집은 ‘장구잽이 아무개’ 명패가, 튼튼하게 자라라고 부모님이 차돌이라고 예명을 지어준, 지금은 70대 할아버지가 사는 집에는 ‘차돌이 아무개’, 특별한 별명이 없으면 ‘아무개 어머니·아버지’ 등 보다 보면 미소를 띠게 하는 명패가 전 가구에 부착되어 있다.

이명원 이장은 “좋은 문패를 만들고 싶은데 마땅한 것이 없어 고민을 많이 했다. 돌 명패는 너무 차갑고 색다르게 하고 싶어 고민 중 논산 어느 마을에 예쁜 문패가 있다고 해서 답사를 갔는데 딱 내가 원하는 도자기 문패가 있었다”라며 도자기 명패의 탄생 비화를 전했다.

이어 “방문할 때 부르는 사람도 재밌고 듣는 사람도 호감을 느껴 작은 명패 하나로도 행복을 만드는 마을이다”라고 전했다.

도자기 명패는 깨 먹지만 않으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예쁘기도 해서 주민들도 좋아한다고 하는데 말 마(馬) 자가 들어가는 마을 이름처럼 명패도 말 머리 형상으로 만들어져 있다.



◇ ‘행복마을만들기’ 사업 선정...더 아름다워질 마을

마양리는 농축산식품부의 ‘행복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됐는데, 선행사업으로 마을 입구에 안내판도 설치하고 붉은 열매가 예쁘게 맺는 남천과 보랏빛 꽃이 피는 맥문동을 식재해 경관이 아름답다.

이명원 이장은 “모든 사업이나 일들을 주민들이 가져온다. 나는 그저 전달자 역할만 할 뿐”이라며 “잘 해 왔던 자료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에 마을사업의 심사에서 우리 마을은 굳이 포장할 이유가 없다. 컨설팅 회사에서 자료 만들기도 수월했는데 주민들이 모든 밑바탕을 만들어줬다”라며 주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또 이장님은 자신이 ‘전국에서 가장 행복한 이장’이라며 고맙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더했다.

노인회장 채명석(71) 씨는 “우리 마을은 참 살기 좋은 마을인데, 동네 인심이 좋고 누가 와도 100% 살만한 동네다. 나도 사실 전북 대야에서 50여 년 전 귀농했는데, 주민들의 도움으로 어려움 없이 잘 정착했다”라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마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들어설 때와는 달리 마을이 더 정겨워 보였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간직한 마양리 마을 주민들의 삶이 즐거움으로 가득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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