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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흑백으로 묘사된 탐욕과 허무는 희극인 듯 비극처럼 다가오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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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에서 상영하는 3월 명풍상영회는 에단 코엔, 조엘 코엔 형제가 감독한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이다. 이 두 감독은 1954년, 57년생으로 진짜 형제로 함께 영화 작업을 한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인 프랜시스 맥도맨드는 조엘 코엔의 부인이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쓰리 빌보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형제 감독은 모든 영화감독들의 ‘영화감독’이며 우상이다. 

<파고>, <허드서커의 대리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사이드 르윈> 등 흑백 느와르와 코미디를 뒤섞은 듯한 기발한 형식과 독창적인 인물 캐릭터에 대한 해석, 그리고 그들만의 이야기 구조의 리듬은 국내에서도 열성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평범하다 못해 소심하기까지 한 남자가 점점 나쁜 상황 속으로 빠져드는 과정을 흑백영상으로 풀어나간다.
1950년대 느와르 영화와 하드보일드 탐정 영화적인 요소가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무능해보이는 남자와 팜므파탈적인 여자(부인), 그리고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 그 관계에서 벌어지는 엇갈리는 사건들은 느와르영화의 내러티브를 따라가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런 부패와 타락을 사회적인 맥락으로 살펴보기 보다는 부조리한 상황이 점차 쌓이게 돼 개인의 ‘실존’ 문제까지 끌고 간다는 것이다. 

아내의 불륜에도 자유주의 국가이니 라면 무던히 말하는 모습이나 이상한 사건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을까 라고 혼잣말하는 남자 주인공 에드의 모습은 까뮈 소설과 같은 부조리와 실존주의를 생각나게 한다.

이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특히 남자 주인공 ‘에드’를 맡은 빌리 밥 손튼의 무표정한 표정과 심드렁한 말투, 메마른 목소리는 영화 속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욱 잘 살려준다.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흑백으로 제작한 영상은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일상을 담아내는 좋은 배경이 될 뿐 아니라 강렬한 흑백 대비는 사건 속에 갇힌 인물들의 긴장감과 심리를 스타일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코엔 형제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시니컬’한 시선과 연결된 영상미학은 치밀한 복선을 전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과 잘 짜인 플롯과 함께 권선징악이라는 결말을 향해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엮어 낸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느릿느릿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조금 지루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마지막 결말의 반전은 기다림의 보상이 될 것이다.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3월 29일 목요일 서천미디어문화센터 3층 시사실에서 저녁 7시에 선착순 무료 상영됩니다.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에단 코엔, 조엘 코엔 감독, 2002년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1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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