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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훈훈한 이웃사랑의 마음이 담긴 김장 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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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의 계절이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가정에서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는 연례행사를 한다. 그리고 뒤뜰에 묻어 놓은 항아리에 김치를 담아 봄까지 먹곤 했다. 요즘은 김칫독을 묻을 수 없는 공동주택이 대부분이라 김치냉장고를 널리 활용한다. 김치냉장고는 외국에선 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가전제품이다.

요즘 서천지역내 사회봉사단체의 훈훈한 김장나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온다. 

자원봉사자들은 새벽공기에 입고 나온 두툼한 윗옷을 벗어놓고 빨간 고무장갑과 앞치마, 헤어캡을 착용한다. 그리고 소금물에 잘 절인 배추들을 구석구석 양념을 버무려 김치통에 가득 옮겨 담는다. 정성껏 담근 김장김치는 어려운 가정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시설들에 전달하는 등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따뜻한 김장나눔 행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외국 사람에게 한국 음식에 관해 물어보면 가장 먼저 대답하는 것이 바로 김치이다. 한국 사람에게 김치는 단순한 반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인류는 음식을 오래도록 보관하기 위해 먼저 말리는 방법, 즉 건조를 통해 수분을 증발시켰다. 이후 소금으로 절이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그 다음 단계가 발효하는 방법이 나왔다. 김치도 이런 식품저장 발전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동절기에는 야채류를 저장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염장이나 발효를 이용한 저장법이 발달했다. 옛 고서에 따르면 삼국시대에 이미 된장이나 간장, 젓갈류 등 발효식품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치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시작된 음식이다. 신라·고려 시대에는 나박김치, 동치미 등 소금 절임 방법으로 시작됐다. 1600년대 조선 시대에 이르러 고추가 수입되면서 지금의 김치와 같은 형태로 발달했다. 김치는 원래 ‘채소를 소금에 담그다’라는 뜻의 ‘침채’에서 시작해 ‘딤채’가 되었다가 지금의 ‘김치’로 불리게 됐다.

초기 김치는 주로 무를 이용한 김치가 많았다. 배추를 이용한 김치는 18세기 무렵부터 발달했다. 김치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지방에서는 주로 ‘지(淸)’이라고 불렸고 궁중에서는 짠지, 젓국지, 싱건지 등으로 불렸다. 

김치는 어떤 재료로 만드냐에 따라 종류가 상당히 많다. 게다가 ‘여수갓김치’나 ‘강화순무김치’와 같은 고유의 김치는 지역 경제에 주요 수입원이 되기도 한다.

김치하면 대부분이 배추김치를 생각하지만,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백김치’도 있다. 비타민 함유량이 많아 감기 예방에 좋고 특히 맵지 않아 아이들이 먹기 좋다. 하지만 백김치는 고춧가루를 넣은 김치보다 오래 두고 먹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보쌈김치는 보자기처럼 배춧잎으로 소를 싸서 만드는 김치로서 임금의 수라상에도 올랐다. 보쌈김치는 개성지방에서 주로 많이 담가 먹었는데 무채를 무친 기본양념뿐만 아니라 사과, 배, 밤, 대추 등의 다양한 재료들을 함께 넣어 만들었다. 

김치로 만들어 먹는 재료 중 배추만큼 많이 만들어 먹는 재료가 바로 무이다. 무는 위장의 컨디션을 조절하고 혈액을 맑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무로 만든 가장 흔한 김치는 바로 ‘깍두기’이다. ‘깍두기’는 ‘단단한 물건을 써는 모양’을 나타내는 시늉말 ‘깍둑’에 뒷가지 ‘-이’를 연결해 만든 말이다. 무김치나 배추김치를 담글 때 무를 썰어 사용하고 남은 조각으로 깍두기를 담가 붙여졌다. 콩나물국, 시래깃국과 같이 국물과 잘 어울린다.

많은 사람이 즐겨 찾는 무김치로는 ‘총각김치’도 있다. 총각무의 총각(總角)은 '상투를 틀지 않고 머리를 땋아서 묶은 결혼하지 않은 성년 남자'를 뜻한다. 무청(무의 잎과 잎줄기)의 생김새가 총각의 땋은 머리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알타리무‘는 사투리다. 또 다른 무김치로는 ‘열무김치’가 있다. ’열무‘는 원래 ’여린 무‘라는 말에서 비롯됐다. 무 부분보다는 열량이 적고 섬유질이 풍부한 잎쪽을 이용해 요리한다. 열무김치는 주로 여름에 열무 냉면이나 열무 비빔밥 등의 별미 음식으로 활용한다.

배추김치에 백김치가 있다면 무김치에는 ‘동치미’가 있다. 동치미는 물김치의 하나로 겨울에 주로 만들어 먹는다.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은 동치미 국수나 냉면의 육수로 사용되기도 한다. 과거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던 시절, 연탄가스에 중독이 되면 엄마들은 동치미국물을 먹이곤 했는데, 사실 과학적으로 아무 효과 없다.

파는 고려 시대 이전에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한식 양념 중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이다. 파에는 비타민 A, B가 풍부하고 칼슘과 철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풀이 팍 죽어 축 늘어진 쪽파 모양 때문에 피곤한 상태를 가리켜 파김치가 되었다는 말을 사용한다.

지금 김치는 세계적인 음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치는 단순한 채소절임이 아니라 젖산발효식품이다.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식품으로 2001년에는 국제식품규격 승인을 받기도 했다. 암 예방과 면역증진, 다이어트 등 김치의 효능이 속속 발견되면서 2006년 미국의 건강잡지 <Health>는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했다.

바다와 땅에서 얻은 10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간 김치는 선조들이 물려 준 최고의 음식이다. 맛으로나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우리의 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김치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는 한편, 전통적인 김치 만드는 방법을 꾸준히 계승해 소중한 우리 대표 음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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