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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건강한 노인으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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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지인의 부탁으로 군산시의 한 시골 마을 소재 노인대학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전공이 체육학인 필자는 노년기의 건강관리법에 대해 강의하고자 원고를 준비했으나 시골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평균연령이 80세에 달하는 수강생들의 특성상 체계적인 강의를 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강의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난감해하던 상황에서 문득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는데, 큰소리로 수강생 분들에게 박수를 치도록 요청한 것이다. 처음에는 혼자서 박수를 치다가 주위 사람들을 향해 박수를 쳐주시라고 요청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다행히 필자의 요청에 잘 따라주셨고, 필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만들기에 성공했다. 

뒤이어 수강생들에게 필자가 박수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 생각나면 말씀해 보시라고 했으나 아무런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필자가 직접 제시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인즉슨 “여러분들이 너무 건강하시기 때문에, 건강한 본인에게나 아니면 주위 사람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달라고 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 순간 여기저기서 어르신들의 볼멘소리가 흘러나왔고, 대부분은 온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데 뭘 보고 건강하다고 하느냐는 말씀이었다. 그때 필자는 그분들께 반문했다. “혹시 여기 오시는데 누구한테 이끌려 나오신 분 계시나요?”, “아니면 여기 오시면 누가 돈 준다고 했나요?”, “여러분들이 스스로 오시고 싶으셔서, 몸이 여기저기 불편하심에도 불구하고 나오신 거죠?”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동의하시는 눈빛을 보이셨고, 필자는 다음과 같이 상황을 정리해 드렸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건강하시다는 겁니다. 여러분들처럼 뭔가를 하고 싶어 하시고, 하고 싶으신 것을 하시기 위해 노력하시고, 그것을 실제로 이루어내는 그런 분들이 건강하신 겁니다. 여러분들은 이곳에 오시고 싶어 하셨고, 이곳에 오시는 것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 예를 들어 어디가 좀 편찮으시다든지, 아침에 일어나셨는데 기력이 좀 없으셨다든지, 이 시간에 다른 일이 있으셨다든지, 자녀분들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반대하셨다든지 등 많은 요인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부터 이 곳에 오시기 위해 노력하셨고, 그리고 결국 지금 이곳에 계십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건강하시다는 것입니다. 여러 분들의 연세가 매우 많으심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건강하신 모습을 보니 건강관련 학문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로서 너무도 기쁘고, 진심으로 축하해드릴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필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박수소리와 기분 좋은 말씀들이 흘러나왔다.

추측컨대 그 분들 중 대부분은 건강하다는 말을 들어보신 지가 꽤 오래 되었을 것이며, 대부분 배우자나 자녀들, 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건강을 염려하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오셨을 것이다. 그런 분들이 본인의 건강함을 축하하는 박수를 받았으니, 그 기쁨이 매우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작년 기준 약 81세 정도인 반면,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산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건강수명은 2015년 기준 약 73세로서 평균 수명이 비슷한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한 본인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인구 비율도 매우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육체적 질병으로 인한 문제보다는 심리적 건강 상태, 만성 피로, 심리적으로 낮다고 생각하는 행복지수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노년기에 발생하는 다양한 신체적 불편함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한 불편함이 노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제한하는 것이야말로 노인들을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노인들 스스로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2015년 UN에서는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을 고려하여 생애주기를 5단계로 분류한 새로운 연령기준을 제시하였는데, 0세부터 17세까지를 미성년자, 18세부터 65세까지를 청년, 66세부터 79세까지를 중년, 80세부터 99세까지를 노년, 100세 이후를 장수노인이라고 했다. 

이 분류에 따르면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분들이 아직 노년이 아닌 중년기를 지나고 있으며, 따라서 아직은 많은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시고, 하고 싶으신 것을 하시기 위해 노력하시고, 그것을 해내시는 과정을 통해 건강한 노인으로, 기대수명에 근접한 건강수명을 누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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