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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고향을 꿈꾸는 구재기 시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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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향해 적당히 미치려 하는데
세상은 여전히 나에게 꼿꼿이 서라고만 한다.
갈대 - 구재기 作

‘오랫동안 꿈을 그린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는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말로의 명언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당당히 가는 사람이 드문 요즘, 시를 통해 행복을 나누고 소통하는 서천출신 구재기 시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2월의 어느 날, 구재기 시인과의 첫 만남은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듯 작은 풀꽃 새싹이 수줍게 차가운 흙을 뚫고 나와 반겨주듯 따뜻한 느낌이었다.


어린 시절 까까머리 소년은 유난히 책을 좋아했다.

세계 명작 선에 푹 빠져 소설가를 꿈꾸기도 했고, 영화에 심취해 공부해야 할 시기인 고등학교 때에는 340여편의 영화를 보고 배우를 꿈꾸기도 했으며, 교대를 다닐 때 에는 연극 무대에서 주인공역을 할 만큼 열정적 이였다.

하지만 넉넉잖은 시골 농부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그는 마음을 접고 부모님의 뜻에 따라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시초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시작한 구재기시인은 교대 친구의 권유로 석초문학을 접하게 되었고, 초등학교 선배인 나태주 시인(풀꽃)을 만나면서 시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하게 되었다.

구재기 시인은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충남도 문화상 ,시 예술 본상, 충남 시협본상, 한남 문인상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17권의 시집을 출간하는 등 활발한 문학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명예퇴직 후 시초면에 있는 고향집을 재건축 해 당호를 ‘산애재’(소박한 삶을 즐기면서 친구와 벗하며 살고 싶은 마음)라 지었다.

그리곤 정원을 손수 가꿔 각종 나무와 이름 모를 수많은 야생화를 심고 시인들 작품이 담긴 27개의 시비를 세우는 등 산애재를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문학공간으로 만들었다.

또한, 시적 공간인 ‘산애재’를 손수 꾸며 시를 쓰는 공간으로 해놓고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그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묵객을 위해 황토방도 마련해 놓았다.

어릴 적부터 보고 자라왔던 고향은 시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던 그의 꿈을 이루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산애재’를 찾아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구재기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재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쉬지 않는 걸음에서 온다고 생각한다”며 “초심을 잊지 않는 마음으로 시를 쓰겠다”고 전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시는 너무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는 얘기에 그의 대답을 듣다보니 고개가 끄덕여 진다.

이어 그는 “시는 어렵지 않다. 자신의 감정을 얘기하듯이 말하는 것이 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혼자일 때, 외롭고 고독할 때,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읊조리듯 얘기하는 것이다. 내면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지만 미처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의 말이 시라고 생각한다.”고 시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전했다.

때문에 구재기 시인은 서천 문학당 강의와 독서어머니회 등에서 수업을 하는 등 다양한 문학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시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작품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끝으로 구재기 시인은 “시와 꽃 그리고 나무가 어우러진 ‘산애재’가 열린 문화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원한다면 언제든 찾아와 시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전했다.

곧 다가올 따듯한 봄날 시와 함께 화사한 야생화 꽃과 연못의 금붕어가 반겨주는 ‘산애재’에서의 산책이 왠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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