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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너의 이름은.>기억하고자 하는 자의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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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몸이 서로 바뀌는 소재를 다룬 영화는 그 설정만으로도 어떤 웃음을 줄지 예상이 가능하다. 만약 그 대상이 고등학생이라면 앞으로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될지 추측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 보여주는 이야기 전개는 우리의 예상과 전혀 다른 곳에 있다. 그래서 놀랍고 감동적이다.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는 시골 마을 이토모리에 사는 소녀 미츠하와 몸이 바뀌는 꿈을 꾼다. 미츠하도 타키의 몸으로 들어가는 꿈을 꾼다. 미츠하는 시골 마을에서 신사를 고집스럽게 지키는 할머니와 여동생과 같이 살지만 고향을, 신사를 떠나고 싶어 한다. 비록 꿈속이지만 도쿄 생활에 재미를 붙인 미츠하와 여자의 신비한(?) 몸을 직접 경험하게 되는 타키도 나름 즐겁게 꿈을 즐긴다. 그러나 둘은 그게 꿈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 서로에 대한 궁금증과 바뀐 몸으로 했던 행동들을 메모로 남겨서 소통하기 시작하다가 상대를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한다.

일본 개봉 이후 1,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기록을 보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큰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는 내내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림같은 화면을 선사한다. 특히 일상의 구석구석까지 보여주는 다양한 카메라 앵글은 일상을 다르게 느끼게 해준다. 영화의 소재 중 하나인 빨간 실과 매듭은 일본에서 인연을 상징하는 것으로 하나하나의 실이 이어지면서 만들어지는 매듭은 전체 이야기 전개와 무관하지 않다. 

영화의 초반은 고등학생 남녀의 몸이 바뀌는 설정에서 웃음과 발랄한 분위기를 보여주다가 중반 이후부터 어떤 묵직함으로 방향을 튼다. 수십 년 만에  나타난 혜성이 인간의 예측과 다른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겪게 되는 비극을 판타지로 위로해준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후쿠시마 지진으로 큰 슬픔을 겪은 일본인들의 집단적 트라우마를 위로해주고 또한 한국 관객들에게도 있는 집단적 슬픔과도 연관되어 가슴이 뭉클해진다. 몸이 바뀌는 서로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점점 그것은 어떤 ‘기적’을 이루고자 하는 둘의 강한 의지로 이어지고 이는 곧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안간힘으로 전체 이야기의 뿌리를 드러낸다. 단순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감독은 정성을 다해 세심하게 풀어냈다. 

<너의 이름은.>에서 기억은 그냥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갈라지고 부서지는 ‘망각’에 맞서는 ‘저항’의 결과물이다. “너의 이름은.”이라고 끊임없이 되물어 잊지 않으려고 애쓰는 노력은 결국 둘의 인연을 이어주고 모두가 경험했던 상실을 극복해준다. 

<너의 이름은.> 감독 : 신카이 마코토 개봉 : 2017.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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