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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지 못하고 떠나는 마음을 담은 ‘더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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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 어느 카페의 한 테이블에서 머물다 간 네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더 테이블>은 작년 <최악의 하루>로 우리에게 색다른 로맨스영화를 선보였던 김종관 감독의 신작이다. 

<최악의 하루>가 하루 동안 서울 거리에서 벌어진 이야기라면 <더 테이블>은 하루 동안 서울의 어느 카페 안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지금은 유명한 배우가 된 유진(정유미)은 전 남자친구를 만나고, 하룻밤 사랑을 나눈 후 여행을 떠나버린 남자를 다시 만난 경진(정은채)은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하고, 결혼사기로 만난 가짜 엄마(김혜옥)와 딸(한예리)은 서로를 속이는 척하면서 진심을 드러내고, 결혼을 앞둔 혜경(임수정)은 전 애인인 운철을 떠본다. 이 네 쌍의 대화는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끊어질 듯 이어진다. 

<더 테이블>은 네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 옴니버스 영화이지만 이야기가 서로 연결돼 있지는 않다. 카페의 테이블 만이 공통점일 뿐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진 단편영화의 모음이다.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한국영화계에서 나름의 포지셔닝을 가진 연기 잘하는 여배우 네 명이 출연하여 자신들의 색깔과 잘 맞는 이야기와 캐릭터로 각자의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네 개의 에피소드는 사전 정보를 전혀 주지 않아 테이블에 앉은 배우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알 수 없다. 

카메라는 배우의 얼굴을 가까이 잡으면서 대사와 함께 얼굴의 변화로 감정과 이야기를 읽어내게 한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의 임수정은 영화의 전체의 무게를 잡아주는 베테랑 연기자의 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세 번째 에피소드에 출연한 중견배우 김혜옥의 대사전달력과 표정 연기는 영화 전체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감동을 준다. 

영화 속 이야기 공간인 카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번갈아 앉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드러내기도, 숨기기도 한다. 

우리와 비슷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강단이 있지도 않고 명확하지도 않은 흔들리는 마음을 가진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전작 <최악의 하루> 속 인물들처럼 나약하고 흔들리는 사람들에게서 위로를 얻는다면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의 용도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더 테이블> 김종관 감독. 70분. 2017. 08. 24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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