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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주민을 무시한 행정편의주의 ‘수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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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行政)이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행정이라 하면, 법 아래에서 법의 규제를 받으면서 국가 목적 또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행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국가 작용을 말한다. 

지난 2015년 10월 산림청은 지난 2009년 건립된 국립 수목장림인 경기도 양평군 ‘하늘 숲 추모원’의 포화상태에 맞춰 수목장림을 5개 권역별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중부권 충남 서천에 수목장림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만 해도 서천군 해당부서나 해당지역인 판교면 심동리 주민들은 이런 소식을 몰랐다. 왜냐하면 수목장 후보지 선정을 놓고 주민들과 이와 관련 회의나 설명회를 단 한번도 없이 이장의 뜻으로 ‘후보지 참여 동의서’에 서명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결국 판교면민의 불같은 건립 반대로 제2의 국립 수목장림은 백지화 됐고 해당 지역민은 그냥 그렇게 타 지역으로 가는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의 판단은 적중하지 못했다. 판교면 심동리에서 멀지 않은 마산면 소야리로 옮겨 간 것이다.

산림청은 수목장 전 후보지 판교면 사례를 거울삼아 직원을 후보지에 급파하고 서천군에 수목장 후보지 선정에 따른 협조를 요청하는 등 잰걸음으로 마산면 소야리에 수목장 건립 사업을 추진한다.

여기서 필자는 의구심이 든다. 서천군민의 수장이며 서천군 공직사회의 우두머리이자 행정의 달인이라 칭하는 노박래 군수가 서투른 행정판단을 했는지.  

노 군수는 지난 13일 마산면민과의 대화에서 “산림사업으로 주민에게 도움 되는 사업이 없을까? 해서 추진했지만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본인은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겠다”며 각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행정을 펼치는 것은 법 아래에서 법 규제 속에 국가 목적 및 공익 실현을 추구해야 하지만 이날 노 군수의 답변은 올바른 행정을 무시하는, 한 마디로 손바닥 뒤집듯 행정편의주의를 보여준 것으로 주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행태였다. 

뿐만 아니라 수목장림 건립에 주민의 반대를 예상한 해당부서는 이 일을 쉬쉬하며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산림청의 협조공문에 응하는 행정의 총체적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냈다. 

이미 지난해 3월 판교면의 사례를 겪어본 노 군수가 왜 산림청의 마산면의 수목장 건립추진과정에 협조해 지금사태까지 몰고 왔는지 필자는 답답하다.

실제 마산면 소야리 수목장 건립 후보지 선정은 마산면사무소와 서천군의 협조로 산림청이 소야리 주민을 대상으로 선진지 견학·설명회를 갖고 ‘후보지 참여 동의서’에 서명을 받아 지난달 20일 서천군산림조합과 수목장림 공원조성사업에 따른 계약을 마쳤다. 

이 과정을 바라볼 때 과연 노 군수가 주민이 원하지 않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건지 아니면 행정의 달인이라 행정편의주의를 표방한 것인지 필자는 수목장 건립을 반대하는 마산주민을 대신해서 묻고 싶다.

물론 국토의 1%가 묘지로 둔갑하는 현실에서 수목장은 필요하다. 주민들도 이에 공감한다. 특히 수목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 주변에 30㎝ 이상 깊이로 묻는 장사법으로 지난 1990년대 스위스에서 개발돼  우리나라에선 지난 2008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공식적으로 허용됐다. 

이렇듯 공익 실현 면에서 필요한 사업이지만 사업 추진과정에서 시끄러워 좋은 일은 없다는 행정편의주의 발상에서 기인해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행정절차를 처리하는 서천군의 권위적인 행태는 군민에게 분노와 허탈감을 안겨주며 자존심을 짓밟는 결과를 낳았다.

새롭게 들어서는 수목장은 묘지와 비석이 없는 깨끗하고 보기 좋은 시설로 건립된다고 미리 주민들을 설득했다면 지금처럼 반대가 심했을까? 또 군민들도 서천군에 느끼는 배신감이 이다지도 컸을까? 의구심이 든다. 

부디 수목장 건립 추진과정에서 불거진 행정편의주의를 실현한 서천군과 마산면민의 대립이 군 행정의 펼치는 공직사회의 변화를 유도하는 촉진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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