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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내 고향 서천 동백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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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요일 아침에 문득...
내 고향 서천 동백나무숲

내가 초등학교시절 소풍가는 내 사랑 동백정의 숲.

500여년이 넘은 아름드리 동백나무 90여 그루가 장관을 이루는 진풍경의 동산이자 공원이다. 저녁노을에 비춰진 잔잔한 바다 물결 저 멀리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보이는 중국 땅에서 들려오는 닭의 해 닭의 노래 소리가 아름답고 즐겁게 해주는 서해바다 동백나무숲과 그리고 마량포구 일대. 

지금은 춘장대와 동백정 외에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신성리갈대밭, 장항산림욕장 등 생태환경이 많이 풍요로워졌지만, 그 당시 나에겐 동백나무 숲과 마량포구가 최고의 놀이터였다.

여름이면 수십만 명이 찾아오는 잔잔한 춘장대 해수욕장은 우리나라 300여 해수욕장 중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최고의 피서지로 손꼽힌다. 또한 낚싯배가 만선을 이뤄 돌아오는 홍원항의 풍요는 어린 시절 부모님들의 환한 얼굴을 연상시켜 정겹기까지 하다.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 생각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 어부들을 보면, 나도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오래전 가오새의 전설이 있는 월하성. 밀물 때 가오새가 울면 빨리 바닷가에서 육지로 나가라는 신호다. 어린 시절 바지락 잡던 그때 밀물 때 휩쓸려 나오지 못해 죽은 동네 아줌마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래서 가오새의 전설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일 나가신 늦은 오후, 나는 친구들과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비인앞 바다의 독살(바닷가에 돌담을 쌀아 고기를 잡던 전통 어구)에서 물고기를 잡곤 했다. 썰물 때 독살에 걸려 미쳐 바다로 빠져 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잡으면서 어린 시절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나와 친구들은 마냥 행복해 했다. 당시 함께 놀던 친구들과 대부분 연락이 닿지만, 오늘은 연락이 끊긴 친구들의 모습이 더 궁금해진다.

어찌 보면 과거 60~70년 전 나의 어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이 곳곳에 남아있어 나에게 정겨움을 주지만,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 온 사람들에겐 문명의 혜택에서 다소 소외된 듯해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도 든다.

나는 1년에 한 번씩은 다녀오지만 동백꽃 주꾸미 축제가 있는 3월이면 항상 고향을 찾는다. 추운 겨울 바닷가에 않아 살짝 데친 주꾸미를 초고추장에 찍어 한산소곡주와 함께하는 그 맛은 그 어떤 진수성찬도 여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한산소곡주는 임진왜란 시절 나라를 잃은 한산군민이 시름을 달래려고 길은 한산수에 찹쌀로 담가 마셨다고 한다. 지금이 한산소곡의 제철이기도 하다.

요즘은 공장에서 생산해 맛이 균일화돼 있지만, 당시에는 집집마다 아낙네의 손맛에 달라지는 소곡주의 맛을 뽐내며, 동네잔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소곡주를 나누며 하루의 피로를 달래는 동네 어르신들을 보며, 나의 동심도 밝게 꽃 피워왔다.

또한 동백꽃이 만발하는 3~4월이면 빨간 꽃송이에 눈길을 떼지 못한다. 동백꽃은 정열의  꽃으로 ‘피꽃’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거의 동시에 피었다가 한 번에 꽃송이 채 다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나는 꽃 중에 꽃 빨간 동백꽃을 제일 좋아한다. 장미보다도 더 매력이 있다. 

칠십이 넘은 이 시점에서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동백정의 숲이 고향의 향수를 부르는 건 어찌 보면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복잡한 도시생황을 벗어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겨울바다의 정서를 벗 삼아 동백정과 춘장대해수욕장의 겨울 바다를 찾아 어느 작은 펜션에서 하루 밤을 지내며 가족들과 추억을 쌓으려 한다.

단지 어린 시절 아버지 추억으로만 느꼈을 서천에서 내가 느꼈던 고향의 포근함과 따뜻함을 어느새 다 큰 아들과 손주들에게 조금이나마 전해 주고 싶다.

어수선한 시국에 그래도 마음의 위안을 삼을 곳, 내 고향 서천을 생각하니 최근 언론매체를 보며 답답했던 마음이 어느새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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