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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생활스포츠로서 당구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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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스포츠로서 당구의 가치

지난해 5월 열린 2016 전국생활체육대축전에 92세의 당구선수가 충청북도 대표 선수로 참가하여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모든 종목 참가자 중 최고령자였던 이 선수는 67년째 당구를 즐기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일 3시간 정도 당구를 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였다.

당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서 문화체육관광부 「전국 등록·신고 체육시설업 현황」에 따르면 2014년 12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체육시설업소 56,629개소 중 당구장은 전체의 39.65%를 차지하는 22,456개소로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동호인 수는 약 1,2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본래 당구는 일제 강점기 이후 신사적인 귀족스포츠로 시작되었지만, 자유당 시대를 거치면서 불량배들의 오락거리 정도로 치부되었다.

또한 당구장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불량배들의 온상으로 표현되어 사회적 저변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스포츠라기보다는 놀이적 측면의 일환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1981년 “한국당구경기연맹”이 창립된 이래로 2005년 대한체육회에 “대한당구연맹”의 정가맹 경기 단체로 가입하였고, 2008년 전국체전 시범종목 채택을 거쳐 2011년부터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국제적으로도 19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2002년 부산,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대회까지 시행되었고, 매년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대회 및 각종 국제대회 등이 지속적으로 개최되는 등 국내외적으로 스포츠 종목으로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고 이상천, 고 김경률 선수를 비롯하여 최성원, 조재호, 강동궁, 조명우, 김가영 선수 등 우리나라 선수들이 국제경기에서 세계 정상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스포츠로서의 당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다.

또한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MBC SPORTS+나 SBS SPORTS와 같은 스포츠 종합채널에서는 다양한 국내 및 국제 당구경기를 중계방송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세계 유일의 당구전문 TV채널인 빌리어즈TV가 개국하여 24시간 당구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함으로써 당구동호인들의 관심과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2시간 동안 당구를 치면 남자는 572.2㎉, 여자는 654.8㎉ 정도의 열량을 소모하게 되며, 이는 약 3㎞를 걷는 것에 해당하는 운동량이다.

특히 당구는 상대방이 플레이하는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운동과 휴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체력수준이 높지 않은 노인이나 여성, 어린이들에게도 매우 적절한 형태의 스포츠 종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당구 경기를 통해 사회성을 비롯하여 집중력, 협응성, 의사결정 능력 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당구가 갖는 스포츠 종목으로서의 가치가 다른 여느 종목 못지 않게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아직까지 대다수의 우리나라 국민들이 인식하는 당구는 스포츠와 오락의 중간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인식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 생활스포츠로서의 당구의 가치에 대한 정보의 부재와 그로 인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필자는 다양한 관련 자료들을 분석하여 당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찰하고, 당구가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생활스포츠 종목으로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개선 사항들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가치 있는 생활스포츠 종목으로 자리매김 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당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당구가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관해 당구 관련 전문 서적이나 간행물, 또는 보도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고되어 왔으나, 대부분 경험이나 추론에 의한 자료였을 뿐 과학적이면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한 자료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아마도 당구가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낮은 수준의 신체활동으로 이루어지며, 또한 체력이나 건강수준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운동생리학적 측면에서의 연구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것에서 기인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본  경험적, 추론적 연구를 통해 보고된 다양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일부 내용에 대한 근거자료로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첨가하여 당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1. 칼로리의 소모

운동부족성질환(hypokinetic disease)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요소이다.

신체활동 부족으로 인한 잉여 칼로리의 체내 축적은 비만을 비롯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다양한 대사성질환을 야기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운동을 통한 섭취 칼로리의 소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당구 경기 중 칼로리 소모량은 약 0.042㎉/min/㎏으로서 걷기나 레져형 카누와 비슷한 수준이며, 운동강도는 약 2.5MET(Metabolic EquivalenT; 1MET는 안정시 산소소비량인 3.5㎖/㎏/min)에 해당하며, 이는 power boating이나 크로켓, 낚시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의 연구에서도 30분간의 당구 경기 중 운동강도와 칼로리 소모량을 분석한 결과 운동강도는 일반인 남자가 여유심박수의 58∼59%, 여자가 56∼59%로 나타나 걷기 운동의 강도와 유사하였고, 칼로리 소모량은 일반인의 경우 남자는 4.77㎉/min, 여자는 5.46㎉/min으로 나타나 태권도 품새 수련(4.26㎉/min), 하이킹(5.71㎉/min), 청소년 체조(4.24㎉/min) 등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1시간 동안의 당구활동은 대략적으로 300㎉ 정도의 열량을 소모시키며, 이는 통해 약 35g 정도 체지방을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비만이나 낮은 체력 수준, 또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해 운동강도가 높은 신체활동의 참여가 어려운 대상자들에게 있어 당구는 신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칼로리를 소모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형태의 운동이라 할 수 있다.

2. 기초체력의 향상

당구는 격렬하거나 과격한 신체활동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격렬한 스포츠 활동 참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스포츠 손상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체력 요인들을 향상시킬 수 있다.

먼저 당구 경기에서 안정적인 스탠스와 어드레스 자세를 갖추기 위해서는 허리와 하지근의 근력 및 근지구력이 필요하며, 반복적이고 효과적이면서 때로는 강한 스윙을 위해서는 어깨와 상지근의 근력과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당구경기를 통해 근육에 큰 부하를 가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부위의 근기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수구(cue ball)와 목적구(target ball)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는 상체를 충분히 숙여 테이블 위의 볼을 가능한 수평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며, 수구의 위치나 공격 패턴에 따라 한 발에 체중을 실은 채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유연성과 평형성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구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정확성이 경기력 수준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눈과 손의 협응성 또한 향상시킬 수 있다. 

3. 집중력과 자제력의 향상

당구 경기 중 플레이어는 자신의 목표(공격의 형태 또는 수구나 목적구의 진로), 큐의 각도, 샷의 종류와 형태, 목적구를 맞추는 각도나 힘의 조절 등 다양한 요소들에 집중하여야 하며, 경기 중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흥분하지 않고 최선의 결정을 하여 그 상황을 해결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집중력과 자제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외국의 연구에서는 당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위기 속에서 당황할 가능성이 적으며, 당구와 같은 집중력을 요하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있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어 재앙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생존확률이 높다고 하였다. 

4. 예리한 사고능력과 인지능력의 향상

당구는 물리학과 기하학이 응용되는 스포츠로서 경기 중 다양한 측정과 계산을 통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며, 특히 약간의 오차로 인해 샷의 성패가 판가름되기 때문에 예리하고 정확한 측정과 계산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각 상황 상황마다 다양한 공격옵션 중 최상의 선택을 하여야 만이 효과적인 게임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당구경기는 예리한 사고능력과 의사결정 능력 및 인지능력의 향상에 도움이 되며, 이러한 능력은 일상 생활에서 훌륭한 수행력을 발휘하는데 도움을 주게 된다. 

5. 사회성의 향상과 여가 선용의 기회 제공

당구경기는 개인기록 경기이면서 다수가 어울려서 게임이 이루어지는 경기이므로 당구를 통하여 동반자들과 대화 및 단합의 기회, 친목도모, 결속력 강화를 추구할 수 있다.

특히 생활스포츠 종목 중에서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대표적인 종목으로서 다변화된 현대사회에서 한 장소에서 같은 종류의 신체활동을 한다는 것은 가족간, 계층간, 세대간 화합을 다지고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사회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6. 노화의 지연

노인들이 당구를 치는 것은 그들로 하여금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게 하고 지속적으로 근육을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덴마크에서 75∼90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당구활동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당구를 통해 활동지향적인 삶을 사는 것은 노화를 지연시키고 장수에 효과적이며, 두뇌활동을 증가시켜 사람을 더욱 젊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는 만큼 세계보건기구(WHO)가 추구하는 활동적 고령화 정책(Active ageing policy)의 프로그램에 당구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당구는 노인의 사회적, 심리적 건강요인을 향상시켜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데, 노인들의 적극적인 당구활동 참여는 여가를 유익하게 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창조적인 경험과 대인관계, 삶의 질적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7. 아동 및 청소년의 성장발달에 도움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당구는 물리역학을 근거로 한 두뇌플레이 게임으로서 두뇌발달이나 집중력 향상을 필요로 하는 아동 및 청소년들의 성장발달에 도움이 되며 다른 경기와 달리 게임의 종목적 특성에 따라 규칙의 단순성과 복잡성에 따른 다양성이 요구되므로 집중력과 자기주도적 능력 및 감정의 절제와 조절 능력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경기적인 특성은 절도 있는 행동양식을 함양할 수 있어 성장기 및 청소년들의 사회성 형성에 도움이 되며, 지능개발과 정서함양을 통한 정신수양에 도움이 되어 아동 및 청소년들의 성장발달 과정에서 교육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당구는 생활스포츠로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당구장과 당구인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의 당구에 대한 인식은 생활스포츠와 오락의 중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당구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건전하고 건강한 생활스포츠 종목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각계 각층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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