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교수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로 인해 일사병, 열사병 등 온열 질환에 대해 대비가 필요하다. 체온에 육박하는 한낮 기온과 열대야는 체온조절 기능을 떨어뜨려 체온을 급격히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사병이나 열사병은 빨리 응급처치하지 않으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데, 특히 소아의 경우 뜨거운 환경에서 스스로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소아에서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열이 생긴다. 발열은 대부분 바이러스성 장염, 상기도 감염 등, 바이러스나 세균의 감염으로 발생한다.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발열의 경우, 발열 자체만으로는 뇌를 포함한 중추신경계에 문제를 거의 일으키지 않으므로 38도 이상의 발열이 있더라도 응급상황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적인 감염으로 인해 발열이 발생한 경우에는 가정에서 해열제를 먹이고, 미온수 마사지를 해주고, 다음날 소아과 진료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외부 열로 인해 체온이 상승한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뜨거운 직사광선을 쬐어 열을 받거나, 고온의 환경에서 활동으로 체내 열 발생이 증가하면 체온이 상승하고 체온조절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외부 열로 인해 이상 체온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일사병, 열사병이다. 이 경우는 발열보다는 이상 체온 또는 고 체온으로 칭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일사병은 강한 햇볕에 오랜 시간 노출된 후 두통, 무기력감, 현기증, 식욕부진, 창백함 등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땀이 분비되면서 피부는 차갑고 축축하고, 체온은 정상이거나 약간 올라간다.

이에 반해 열사병은 온도와 습도가 높은 곳에서 몸의 열을 내보내지 못할 때 발생한다. 대부분 땀을 내보내지 못해 피부가 뜨겁고 건조하며 붉게 보인다.

중추신경계의 체온조절기능 상실로 인해 40도 가까이 체온이 높아지며, 하품, 두통, 어지러움과 피로감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몸에 경련을 일으키는 상황까지 진행된다.

몸에 고열이 나고 혈압이 떨어지며, 맥박이 빨라지고, 신체 모든 기관에 문제를 일으킨다. 뜨거운 차 안에서 방치되어 있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열사병 사고의 전형적인 사례다.

일사병이 발생했을 때는 그늘지고 시원한 장소로 환자를 옮긴 후, 옷을 벗기고, 이온 음료 또는 소금을 탄 찬물을 마시게 한다.

또한, 시원한 물을 몸에 뿌려주거나 젖은 물수건으로 몸을 적셔 체온을 내린 후 되도록 빨리 병원 진료를 받게 한다.

열사병은 치사율과 신경학적 후유증 발생 위험이 매우 큰데 고 체온의 정도와 기간에 좌우된다. 따라서 열사병이 의심되면 우선 시원한 곳으로 옮겨 옷을 벗기고, 찬물이나 얼음으로 체온을 빨리 떨어뜨려야 하며, 119에 신고해 신속히 응급실로 이송한다.

119 도착 전까지는 등을 바닥에 붙여 눕히고,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준다. 찬물이나 얼음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가장 좋은데 여의치 않으면 몸에 찬물을 뿌린 후 부채나 선풍기 등을 이용해 몸을 말리는 방법도 신속하게 체온을 내려준다.

얼음을 수건에 싸서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 대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아들은 낮은 온도에서도 열사병에 더 잘 걸리고, 치사율도 높아 예방이 중요하다.

고온다습한 날에는 물 또는 스포츠 이온 음료를 자주 마시게 하고,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있다면 그늘로 이동해 열을 식히고 수분을 섭취시켜야 한다. 그리고 폭염 경보가 발령되면 되도록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