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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히어로가 아닌 대한민국의 민낯을 보여주는 영화 ‘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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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영화 작업의 시작은 애니메이션이었다. 2011년도 <돼지의 왕>으로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영되거나 수상을 한 작품으로 이름을 떨쳤다.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보기 드문 ‘청소년관람불가’등급으로 잔혹 스릴러 애니메이션의 시작을 보여줬다. 

그래서인지 연상호 감독의 극영화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판타지’가 있다. <부산행>이 그랬고 <염력>도 그렇다. 그리고 연상호 감독 영화의 바탕에 깔려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은 이번 <염력>에서는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혜성이 지구를 강타한 날 약숫물을 먹고 ‘염력’을 갖게 된 빌딩 경비원 석헌은 이 능력으로 돈을 벌 생각을 한다. 

그러다 오래전 생활고로 버리고 떠난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서 성인이 된 딸을 만난다. 아내와 딸은 재개발대상 지역에서 치킨집을 하다 아내는 철거용역깡패에게 죽음을 당한다. 이때까지도 아버지 석헌은 딸의 철거반대투쟁을 막는다. 그러다 개발업자가 동원한 용역업체와 경찰이 철거민을 건물 옥상으로 내몰고 딸이 경찰에 잡히면서 아버지는 자신의 ‘염력’을 사용해서 철거민, 경찰, 가족들의 목숨을 구한다. 

<염력>은 ‘서민형 히어로’를 기대했지만 어설픈 초능력, 공중부양, 우스꽝스런 몸놀림을 보다보면 감독은 ‘한국형 서민 히어로’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서민형’이든 ‘한국형’이든 감독은 의도적으로 히어로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기대와 달라 많은 실망을 했었던 것 같다.

<염력>은 초능력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애초에 ‘염력’이라는 것부터가 허상이고 가짜이다. 가짜를 진짜처럼 만들다보면 본질은 왜곡된다. 

이 영화는 서민들의 진짜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도시개발과 철거민, 그 이면에 있는 권력자와 결탁된 공권력, 그리고 기생하는 하수인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초능력’을 소재로 활용했을 뿐이다. 어설픈 초능력 장면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 인물, 사건을 우리의 눈에 들어오게 했다. 

말도 안되는 안간힘을 쓰면서 사람들을 구하고자 하는 석헌의 모습에서 2009년 용산 남일당 망루에 갇혔던 사람들을 이렇게라도 구했으면 하는 바람을 느낀다. 이 바람은 감옥에서 형을 살고 나온 석헌에게 여전히 ‘염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희망을 주고 있다. 

<염력>, 연상호 감독, 2018. 2. 1. 개봉, 15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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