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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망상,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살인자의 기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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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개봉작인 <살인자의 기억법>(원신연 감독)은 기억과 망상,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영화다.

과거에는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병수(설경구)가 우연히 만나게 된 남자 태주(김남길)에게서 자신과 같은 살인자의 눈빛을 발견한다. 

자신의 딸인 은희(김설현)와 가깝게 지내는 것을 막기 위해 그의 뒤를 쫓지만 실제와 허구가 뒤엉키는 병수의 기억 때문에 오히려 혼란만을 가중시킨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과거 연쇄살인범인 병수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의 병인 알츠하이머 때문에 그가 추적하는 인물이 살인자인지, 그가 보호하려고 하는 딸이 진짜 딸인지 명확하지 않아서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 

심지어 영화의 서사마저 병수의 망상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범죄 스릴러 장르는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영화 속에 숨겨진 단서를 하나씩 쫓아가 진짜 범인과 만나면서 끝을 맺는다. 

<살인자의 기억법>도 태주가 살인자라는 단서를 남기고 의심하게 만들면서 그의 뒤를 쫓아가게 해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던 ‘의심’은 마지막에 가서는 영화의 서사마저도 의심하게 만든다. 

장르적인 결말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약간의 배신감을 줄 수 있지만 스릴러 장르에 가장 가까우면서 또한 가장 멀게 만든 아주 독특한 범죄 스릴러 영화이다. 

연쇄살인범이라는 소재보다는 ‘나의 기억은 얼마만큼 정확할까’라는 의심을 던지고 공감하게 만들면서 기억과 경험, 실제와 환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런 독특한 영화적인 서사가 가능한 것은 병수 역할을 맡은 설경구가 보여주는 연기에 있다. 
기억을 잃어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에서 그냥 웃게 만들고 살인 습관이 발휘될 때는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눈빛과 얼굴 표정은 최고의 연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와 환상을 넘나드는 서사가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만든 연출의 힘이 컸다. 

자신이 가진 살인자의 본성을 투영시켜 만든 허구의 인물일지도 모르는 태주에게 걸어가는 병수의 마지막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살인자의 기억법>, 원신연 감독, 15게 관람가. 2017. 09. 07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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