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서산 25.7℃
  • 맑음대전 28.8℃
  • 맑음홍성(예) 26.3℃
  • 맑음천안 27.3℃
  • 맑음보령 25.2℃
  • 맑음부여 27.0℃
  • 맑음금산 27.3℃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칼럼] 재커스펭귄의 위기와 대한민국

URL복사
세상을 움직이는 규칙은 무엇일까? 아득한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끊임없이 탐구하는 모든 진리의 갈래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인류문명사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종교가 큰 축을 이루었다는 데 이론이 없을 것이다. 신의 섭리라는 단순하고 절대적인 작동원리가 수천 년간 인류를 지배했다.

다윈은 우리에게 다른 작동원리를 가르쳐주었다. 나는 진화론에 각성되고 자연선택론을 교리처럼 믿지만 이에 대한 치명적인 오해에 대해서도 경계한다. 자연선택론은 우수한 종은 살아남고 열등한 종은 도태된다는 이른바 우월한 유전자라는 가설을 낳게 되었다.

이러한 세계관이 열강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는 유대인을 말살하려 했다. 지금도 몇몇 민족의 인식 밑바닥에는 타 민족에 대한 우월감이 자리하고 있다. 강자와 약자의 기준이 변치 않는 것이라면 나는 신도 다윈도 집어치울 것이다. 그럼에도 우월한 유전자로 분류될 수 있는 조건이 있다면 그 비정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재커스펭귄이 서식지를 잘못 선택해 위기를 겪고 있다한다. 펭귄은 주로 남극에 서식하지만 그들은 아프리카에 정착하도록 진화했다. 그들은 먹이를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한다. 

그들이 즐겨 찾는 나미비아 인근 바다에서 최근 물고기가 인간에 의해 남획되었고 기후변화로 해양환경마저 바뀌면서 물고기가 줄어들었다. 어린 펭귄들이 이러한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개체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그들의 본능은 플랑크톤이 풍부한 지역을 서식지로 찾는다. 그곳에는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물고기들이 많으므로 펭귄의 선택은 탁월했다. 그러나 생태계의 순환규칙이 인간에 의해 갑자기 깨어졌다. 재커스펭귄이 위기를 자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에 매달려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면 그들의 영광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재커스펭귄의 예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아프리카에서 살아남을 정도의 우수한 적응력이 오히려 스스로 생태학적 덫에 갇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연선택이란 자연의 시험에 대한 종의 선택의 결과이다. 따라서 생물학적으로 우월한 유전자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개체의 능력이 아니라 뛰어난 집단적 선택을 의미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TV는 이겼다고 외치는 사람들을 보여주었다. 반발하며 분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촛불과 태극기의 간극은 남과 북만큼이나 멀었다.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고질적인 지역감정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균형과 보완은 멸시되고 증오의 길항만이 작동한다. 양 극단 사이에서 중도는 머물 곳 없고 나아가지 않는 진보와 과거로 돌아가려는 보수는 승리와 패배의 패러다임에 갇혀버렸다. 그것은 재커스펭귄이 갇힌 생태학적 덫을 연상시킨다.

우리의 선택은 대체로 실패의 반복이었다.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11명의 대통령 중에 국민의 존경을 받는 지도자가 몇이나 될까?

파면이나 하야 또는 쿠테타로 실각한 자가 4명이고 피살되거나 자살한 자도 2명이다. 다른 2명은 청문회 등을 통해 국민의 지탄을 받고 사실상 칩거상태에 있다. 1명은 본인 대신 자식이 교도소에 가야 했다. 나머지도 뛰어나다고 하기는 민망하다. 우리에게 멀쩡한 대통령이란 좋은 이장 만나기보다 어렵다. 

말로가 험한 그들의 공통점은 임기 내내 국론 분열이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분열은 의도되거나 무시되었다. 우리 정치인들은 정적이 있어야 정치적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건국 후 6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국정은 불안하고 사회에는 분노가 쌓인다. 

어떤 이는 이를 권력집중형 대통령제 때문으로 돌린다. 그러나 지도자의 수준은 그를 선택한 국민의 수준을 반영하므로 우리는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너의 잘못보다는 그렇게 만든 나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통감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되었다. 정치인들의 설익은 언행에 지친 내게도 작은 소망이 있다. 부디 비범한 자가 아니기를 바란다. 편가르기만 안하면 좋겠다. 교과서에 실릴 큰 업적일랑 절대 남기지 말고 공약 지키겠다며 다른 사업 홀대하지 않으면 된다. 경제는 기업이 외국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붙잡아만 줘도 만족하겠다. 그렇게만 하면 나머지는 국민이 알아서 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자연선택론의 계속되는 경고에도 답할 때가 되었다. 우리의 적은 내부에 있는가? 우리는 언제까지 승리해야 하는가? 우리는 진정 하나인가?



포토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