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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글을잘쓰기 위한 기본자세 마지막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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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일석 마케팅연구소 대표


3. 글을 쓰지 말고 정보의 뭉테기를 글자로 옮긴다.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어려워집니다. 리드가 있고, 본문이 있고, 결말이 있고, 주어가 있고, 술어가 있고, 재미있기도 하고, 참신하기도 하고, 뭐 이렇게 생각이 돌아가게 되면 어려워집니다.


이런 "진짜 글"은 나중에 쓰기로 하고, 의미가 있건 없건 "정보의 뭉테기"를 머리 속에 있는 것이든, 밖에서 찾은 것이든 그냥 글자로 옮깁니다.


'자전거'라는 주제어가 생각나면 구글에서 검색을 해봅니다. "요즘 이런 자전거가 인기다" 이런 글이 있으면 그걸 보고 그냥 옮깁니다.


베끼는 것과 옮기는 것은 다르지만, 일단 베껴도 좋습니다. 하다 못해 카피 앤드 페이스트를 해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래도 아주 바쁘거나 귀찮지 않으면 타자라도 쳐서 옮기면 그냥 복붙보다는 좀 더 낫겠죠. 그러면서 조금씩 고쳐보는 것은 더 좋겠구요.


아무거나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내용이 있으면 요약을 하든, 보완을 하든, 수정을 하든, 아니면 그대로 베끼든 옮겨 적습니다. 중요한 것은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내용"입니다.


재미도 없고 뜻도 없는 걸 그냥 옮기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겠죠? "재미있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정보들을 살피고, "아, 이게 재밌겠네"라고 깨닫는 것이 글쓰기를 위한 매우 근본적인 훈련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다'는 건 깔깔 웃음이 나오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아시죠? 새로운 내용이나, 몰랐던 내용이나, 유익한 내용 같은 걸 말하는 겁니다 물론 깔깔 웃음이 나오는 것도 포함됩니다.


재미있겠다 싶은 내용을 찾는 순간, 1번에서 말씀드린 "뭔가 알게 되는 것을 즐거워 하는" 경험을 한 번씩 거치게 됩니다.



4.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본다.


1번과 3번을 하려면 당연히 다른 글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아는 것", 혹은 "정보의 뭉테기"를 찾기 위해 다른 글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냥 편하게 보는 글까지 포함해서 다른 사람의 글을 하나라도 더 보려고 해야 합니다.


요즘 SNS가 좋은 게 그거죠? 그냥 들어가기만 해도 친구들이 자기 글을 올리든 신문기사를 공유하든 읽을 거리를 마구 올려줍니다.


그럼 뭐든 재밌겠다 싶은 것을 진득허니 읽어봅니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 경우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는데 보는 건 하나도 없고 뭐 있나 스크롤만 하다가 시간 다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지 말고 뭐든 붙잡고 읽어봅니다. 그러면 정말 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마음이 뿌듯한 글이 있겠죠? 그러면 생각을 해봅니다.


이 글은 왜 재밌지? 뭐가 유익하지? 내가 왜 이 글을 읽고 뿌듯해지는 거지? 글쓰기란, 느낌을 생각으로 바꿔서 글자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왜 재미있는지, 뭐가 유익한지, 뭐가 나를 뿌듯하게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바로 느낌을 생각으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그럼 재미있는 속담을 썼다거나, 어휘가 고급지다거나 하는 것을 발견하시게 될 겁니다. 그럼 감탄만 하지 말고, 혹은 나도 이렇게 좀 써봤으면 하고 부러워만 하지 말고, 이때부터는 나도 이렇게 써야지 하면서 욕심을 가져봅니다. 욕심을 가지게 되면 글 쓰는 게 재미있어지는 가장 기초적인 조건을 갖추게 됩니다.



5. 메모하고 기록한다.


4번에서 찾은 재미있는 부분, 즉 비유가 재밌다거나, 속담이 기발하다거나, 예화가 실감난다거나, 리드나 결말이 너무 멋지다거나, 어떤 개념이 새롭다거나, "침묵의 나선 이론"이나 "있어보이는 이론이나 법칙 같은 게 있다거나 하면 그것을 그냥 넘겨보지 말고 어디다가 기록을 합니다.


이외수 선생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이라는 (제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글쓰기 책을 보면 "단어 채집"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어떤 주제나 상황을 정해놓고 관련되거나 연상되는 어휘를 닥치는대로 모아보는 거죠. 이것은 "표현 채집", "재미있는 요소 채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글을 보다가 재미있는 것들이 보이면 비공개 카페에다가 모아둡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시작부터 당황한 나는 준비한 자료를 구구단 외듯이 기관총처럼 쏟아냈다", "다 큰 사내가 어머니가 숟가락에 올려주는 생선살을 새모이 받아먹듯 낼름낼름 해치우고 나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이런 표현 재밌죠? 그럼 눈에 보이는 대로 옮겨 놓습니다.


이상으로 글을 잘 쓰기 위한 5가지 기본 자세를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만 하면 생각이 풀리고 욕심이 생겨서 글을 쓴다는 것이 조금씩 조금씩 재미있어 집니다. 그러면 "글쓰기를 위한 5가지 비결" 이런 것을 봐도 금방금방 머리에, 가슴에, 몸에 착착 붙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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