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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쓴소리> 일제 잔재인 충남 서천-전북 군산 ‘해상경계’ 재조정으로 청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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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해 어획량이 적어 인근 전북 군산지역 근해에서 해상경계(도계)를 넘어 조업하다 걸려 300만 원의 범칙금을 내고 나니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답답할 노릇이네요” 

이는 충남 서천지역에서 소형선박으로 꽃게, 새우, 주꾸미, 숭어 등 대표 어종을 조업하는 한 어민의 하소연이다. 

서천지역에 어업이 허가된 등록된 소형어선은 약 600척이다. 한해 총 공판 어획량은 약 500억 원에 달한다.

소형어선의 조업에 따른 주요 어종은 계절별로 갑각류(새우·꽃게), 두족류(낙지·주꾸미·갑오징어), 어류(숭어·서대·복어·붕장어, 기타) 등이다.

이들은 주로 서천 앞바다 인근에서 조업으로 어획량을 올리고 있지만, 불리한 해상경계로 인해 좁은 범위의 해역에서 조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조업하다 부지불식(不知不識)으로 해상경계를 넘을 시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물거나 전과자로 낙인찍혀 생존까지 심각하게 위협받고 생활해온 지 십수 년째이다. 말 그대로 진퇴유곡(進退維谷) 상태다.

이를 위해 충남도의회는 지난 16일 제333회 정례회 4차 본회의에서 전익현 도의원(서천1·민주)이 대표 발의한 ‘불합리한 해상경계에 따른 충남-전북 간 공동조업 수역 지정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건의안은 충남-전북 간 불합리한 해상경계 개선과 수산업법 개정을 통한 공동조업 수역으로 지정해 공동으로 조업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 골자다.

현재 충남과 전북의 해상경계는 일제강점기인 1914년 일본인들에 의해 행정편의로 만들어진 조선총독부령 제111호에 근거를 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지난 1990년 수산업법 개정을 통해 충남-전북 간 해상경계로 책정되고 양 지자체 간 조업구역의 구분경계로 바뀌게 된다.

이로 인해 전북 군산지역 해역은 약 3000㎢로 정해진 것에 반해 서천지역 해역은 543㎢에 불과하다. 

현재 서천군은 충남도 전체 해역의 6.5%에 불과한 비좁은 해역에서 어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 조업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을 두고 충남도와 서천군은 수십 년째 해상경계 분쟁 해결을 위해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북도와 군산시는 1998년 대법원 해상경계 인정 판결 등을 내세워 해상경계 조정은 물론 공동조업 수역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상경계를 법적으로 정한 실정법이 없기에 전국적으로 시·도 간, 기초단체 간 해상경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경남 거제와 고성, 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 전남 여수시와 남해군 등도 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가운데 군산시와 서해 앞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서천군은 해상경계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곳이다.

결국, 서천지역 어민들은 조업해역이 협소한 데다 새만금 개발과 북측도류제 건설 등으로 바다 환경이 변하면서 더 먼 바다에서 조업 활동을 해야 하는 어려움과 이로 인한 소득감소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따라서 어민들의 자존감 및 어업권 회복과 변화한 바다 환경을 고려, 현재 북위 36~37도 선상에 걸쳐 있는 해상경계를 북위 36도로 재조정하는 합리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110여 년간 이어져 온 서천-군산 어민들의 갈등 해소를 위해 종전부터 관습적으로 조업이 이뤄졌던 수역을 지자체 간 협의 없이 공동조업 수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수산업법 개정도 시급하다.

이는 일제강점기 총독부령 제111호에 그어진 해상경계가 해방 이후에도 그 기본 틀이 유지되면서 지역의 해상경계(행정구역)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일제 잔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현재 관습적으로 인식된 해상경계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역이 법령에 의거 직접 설정된 것이 아니라 지적 공부상 지번의 표시로 행정구역을 명시한 데 그치는 입법상 불완전성을 내포하고 있다. 

2012년 국토지리정보원도 ‘지형도상의 해상경계는 도서(島嶼)의 소속을 명확히 하기 위해 표시한 선’이라고 밝혔고, 국가 기본지형도상 해상경계는 행정구역을 구분하는 행정경계로 사용될 수 없다고 했다.

이렇듯 수십 년째 시·도 간, 지자체 간 벌어지는 해상경계 다툼의 근본 원인이 바다 위의 관습적 경계는 존재하지만, 행정구역을 구분하는 현행 법률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불합리한 해상경계 재조정과 공동조업 수역 지정 분쟁 지자체 간 우선 협의 요구에서 국민 생존권 보호와 범법자 양산 방지 등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일제 잔재의 청산도 마무리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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