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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쓴소리 칼럼】‘살아있는 권력수사’ 팔다리 자를 건가


케케묵은 권력기관의 적폐청산에 나선 것은 노무현 정부때다. 검·경찰과 국세청, 국정원, 감사원 등이 첫 대상이었다. 기대가 컸던 노무현 정부였기에 가능했다.


총감독은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과 강금실 법무장관이었고, 주무책임자는 박범계 민정2비서관 (더불어민주당의원)이었다.


먼저 강금실 장관이 칼을 빼들었다. 강 장관은 집권 원년인 2003년 8월 검찰 중간 간부 및 평검사 229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검사를 순환 배치하는 이른바 ‘경향 교류 인사’가 골자였다.


하지만 강 장관은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과 관례인 사전 인사에 대해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 강 장관은 검찰총장의 인사 개입이 법적 근거가 없는 관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송 총장 등 대검 수뇌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송 총장은 장관과 총장 간 검찰인사 합의를 법률로 명문화하자고 나섰다. 그래서 이듬해 1월 10일 국회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라는 구절이 추가된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검찰인사에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필히 듣도록 명문화 됐다. 이후 2004년 개정된 검찰청법 제34조(검사의 임명 및 보직 등)는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지난 70년간 검찰 인사 관례와, 같은 장관급인 검찰총장을 예우해온 것이다.


이처럼 검찰 인사시 장관과 총장관계를 명문화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때다. 노무현 참여정부는 물론이고,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도 이를 지켜왔다.


심지어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된 뒤 단행된 인사까지 지켜졌다. 관례가 아니라 명문화된 규정 때문이다.


이게 흐트러진 게 올 연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와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일 때 추미애 법무장관이 오면서다.


그는 취임 닷새 만인 1월 8일 법무부가 윤 총장 핵심 측근 대부분을 지방으로 내쫓았다. 대신 법무부 및 검찰 요직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간부들이 채웠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한동훈 검사장이다. 그는 조국 일가 비리와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해왔다. 그를 부산고검차장에 보냈다. 


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캐던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좌천시켰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지휘하던 눈엣가시들이 제거된 것이다.


정치만 해온 추미애 장관이 취임 닷새 만에 단행한 검찰지휘부 32명의 인사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정권과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조계와 원로 법조인들은 더 큰 우려를 내놨다. 


뿐만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노무현 정부 때 문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낸 이성윤 검사장을 앉혔다. 검사들의 인사권을 쥔 법무부검찰국장엔 조남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을 보냈다.


그것도 지난해 7월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한 후 6개월 만이다. 전례에 없이 단행된 인사다. 이 32명의 검찰고위직 인사는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기는 커녕, 제대로 일해 보겠다는 윤 총장의 힘을 뺀 것이 역력하다.


물론 추 장관측은 검찰인사위원회 회의 전 윤 총장 면담을 통보했다고 말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검사 인사 시 검찰총장 의견을 들으라고 규정한 검찰청법이 지켜지지 않은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니 수사가 끝날 때까지 수사지휘자의 인사는 유보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검찰인사를 결정하는 30분전에 총장면담을 요구하니 이는 검찰의 의견을 듣는 게 아니라 요식행위였다고 했다.


이를 본 김승규 전 법무장관(노무현 정부)이나, 이후 장관들도 추장관의 인사에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검찰총장은 같은 장관급인데다, 2000명의 검사를 지휘하는 수장이다. 거악(巨惡)을 일소하는 검찰 총수에게 합당한 예우가 필요한데 그렇지 않았다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이게 불씨였다. 지난 한주 내내 추 장관과 윤 총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갈등으로 번졌다. 급기야 추 장관이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윤 총장에게 수사지휘를 내렸다.


그가 전날 국회 법사위에서 윤 총장을 향해 “지켜봐 왔는데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면 저도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한 바로 다음 날이다.


윤 총장과 대검은 지난 3일 전국 검사장회의를 열었다.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대신 수사자문단회의를 취소했다. 


이처럼 장관과 검찰총장 간 갈등이 해소되지 못한 채 지휘권 발동이라는 이례적 수단이 동원된 것은 유감이다.


추 장관은 지휘권 발동에는 전문 수사자문단심의 절차를 중단시키라고 했다.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수사에 손을 떼라고 했다. 윤 총장은 그 결과만 보고받으라는 게 골자다.


노무현 정부때인 2005년 천정배 법무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 내린 수사지휘권 발동이후 15년 만이다. 이번처럼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 그대로다.


당시 김종빈 검찰은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라는 내용의 글을 유포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구속 수사 의견을 냈다. 천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하라는 검찰지휘권을 발동했었다.


추 장관은 검찰 내 갈등을 정리하고 수사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고 말한다. 추장관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수사에 윤 총장이 제동을 거는 등 검찰 내부가 이 문제로 시끄럽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대로 수사하면 국민들이 결과를 믿을 수 없어 수사지휘를 내렸다는 것이다. 검찰청 법 8조의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한다’는 조항에 따른, 법적 권한을 행사했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추 장관은 장관대로, 윤석열 대검은 대검대로, 이 지검장은 이지검장대로 공개적인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상대를 향한 반박과 비판으로 이어졌다. 적잖은 후유증도 예고되는 상황이다.


추 장관은 엊그제 국회에서 ‘지켜보기 어렵다면 저도 결단할 때 결단하겠다’고 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검찰이 추 장관의 아들에 대해 ‘군복무중 휴가연장특혜의혹사건’에 수사를 착수한 날이다.


추 장관의 ‘결단 결심’언급은 물론 윤 총장의 신변과는 무관하다. 윤 총장은 법으로 임기 2년이 보장된 자리다. 대통령도 윤 장관이 탐탁하지 않다해서 경질할 수 없다.


이 중앙지검장은 윤 총장에게 공개서한으로 수사지휘에 따른 사실상 항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에 ‘전문 수사자문단 소집을 중단하고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건의했다.


특임검사란 검찰이 자체 비위 사건에 투명한 수사가 어려울 때 써 온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외압을 막기 위해 검찰총장에게 최종 수사 결과만 통보한다.


수사팀이 먼저 이런 권한을 요구하는 것은 넌센스다. 표현은 건의지만 대검은 손 떼라는 공개적 항명이다. 그래서 지휘부의 갈등은 예사롭지 않다.


이 지검장은 정례적인 검찰총장 대면회의에도 서면보고로 대체하고 불참했다. 또 이 기자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이철 전 대표 측이 신청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도 의결했다.


공방의 시작은 이렇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채널A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의견을 냈다. 기자가 구속된 이철 전 VIK 대표 측에 검찰 인맥을 과시하며 여권 인사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독촉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공교롭게도 검찰인맥이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다.


그렇다보니 수사팀은 수사팀대로, 대검은 대검대로 오해와 왜곡이 생긴 것이다. 주요 사건 수사팀은 대검의 지휘를 받는 것은 관례다. 수사팀은 그런데 대검의 처사에 불만이 생겼다.


반면, 대검 형사부 검토에 이어 윤 총장이 빠진 가운데 대검 부장들로 구성된 지휘협의체도 혐의 사실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대검의 논리는 이렇다. 대검지휘부도 법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하면 재판에 넘겼을 때 법원이 납득하겠냐는 것이다. 대검 지휘부가 혹여 오해하거나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설득하고, 수사가 부족했다면 보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의 보완 지시나 영장에 적을 범죄 사실을 보내라는 요청도 모두 불응했다. 대검은 전문 수사자문단에 넘기기로 하고 중앙지검에 자문위원 추천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마저 거부하자 자체적으로 위원을 선정한 상태다.


미흡한 것은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의 내용이다. 국민신뢰를 얻고자 공정수사를 원했다면, 윤총장에게만 수사지휘권을 내릴 게 아니었다.


피의자인 채널A 기자가 수사팀의 수사를 기피한다는 의견을 냈던 만큼 수사팀도 바꿔 줬어야했다. 그러면 문제가 된 대검의 수사자문단구성도 의미가 없어졌다.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도 신뢰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검과 윤 총장의 책임은 무엇보다 크다. 검찰수장인 윤 총장이 갈등과 의혹의 핵심에 있어서다. 수사팀이 윤 총장이 한 검사장과 채널A 기자 유착 의혹 수사 심의를 위해 수사자문단을 소집했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윤 총장을 아는 검사들은 제 식구만 감싸는 그럴 총장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팀이 뭔가에 반발과 의혹을 제기 한다면 경청할 필요가 있다.


항명이라고 서운해 하기보다 , 수사팀이 윤 총장이 측근인 한 검사장을 보호하려고 자문단을 소집했다고 보는 그 이유를 살펴야했다. 수사팀이 대검에 보낸 항명성 공문에서처럼 수사자문단 소집 중단과 수사팀 독립성 보장을 요구한 까닭을 알아야했던 것이다.


더욱더 윤 총장 측근으로 분류된 검사장이 얽힌 사건인 만큼 정도를 걷는 것은 필수다. 자칫 불기소한다면 또 제 식구를 감쌌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도 있다.


때문에 중앙지검 수사팀의 진실규명 의지가 강하고, 수사심의위가 열릴 게 거의 분명하다. 이런 와중에 대검이 수사자문단을 구성, 중앙지검과 추 장관의 반발을 자초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평생 거악일소의 현장을 지켜온 윤 총장과 검찰은 내부 마찰음을 속히 걷어내야 한다. 70년 역사의 검찰은 해방된 우리 민주국가의 근간인 법치에 헌신한 기관이다.


그래서 이를 계기로 정치. 사회적 중립적인 검찰, 외부권력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간섭받지 않고 ‘ 살이 있는 권력’에도 메스를 대는 검찰로 거듭나야한다. 국민역시 검찰 비판이 능사가 아니다. 믿고 지켜 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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