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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의 뉴스창

【신수용 쓴소리 칼럼】당당하던 한국, 갑자기 북에 ‘을(乙)’이 됐나


선배기자에게 예전에 들은 얘기다. 퇴임할 무렵 가장 기억 남는 취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1.21사태’를 꼽았다.


기자 2, 3년차일 때인 1968년 1월21일, 그 당시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북한 ‘124군’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러 온 충격적인 사건을 취재했을 때다.


그가 생포된 김신조에게 침투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박정희 모**를 따러 왔수다.” 였다. 이를 TV나 라디오로 보고 들은 국민들은 크게 놀랐다.


북한의 만행은 이것만이 아니다. 북한은 ‘1.21 사태’ 이틀 뒤인 1월 23일 동해안에서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를 납치해서 북으로 끌고 갔다. 세상이 경악했다.


해외 언론은 제 2의 6.25 발발을 예상했다. 내외신은 ‘감히 미국함정을...’하며 사실상 한반도 전쟁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니 국민들은 크게 불안해 떨었다. 그러자 박정희 대통령(약칭 박정희)은 대북정책을 자주국방강화로 전면 수정했다.


박정희는 2월 7일, 경남∼전남을 잇는 경전선 개통식 축사를 통해,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이제 우리는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해야 한다. 내 고장은 내 손으로 지켜야 한다”면서 “향토예비군을 창설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렇게 해서 그해 4월 1일 향토예비군이 창설됐다. 또한 고교와 대학에 교련이란 과목도 생겼다. 예비군은 그 해 11월 울진 삼척 지역으로 침투한 120여명의 무장공비 소탕작전에서 큰 몫을 해냈다. 예비군은 무장 공비침투사건 때마다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그 후 1977년 8월 18일에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 벌어졌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비무장 미군들에게 북한군 수십 명이 습격, 미군 장교 두 명을 도끼로 살해한 사건이다.


사건을 보고받은 박정희는 즉시 집무실에 철모와 군화를 갖다놓으라고 명했다. 그는 다음 날 3군 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연설을 했다. 미국 등이 말렸지만, '북한은 우리가 약하게 보이면, 더 날뛴다'며 보복을 준비했다.


미국은 발단이 된 미루나무를 공개리에 베어내는 작전을 펴기로 했다. 박정희는 당시 스틸웰 주한 미군사령관에게 미루나무 절단 작업에 한국군이 경호경비를 담당하겠다고 제안했다.


스틸웰 사령관은 비무장을 전제로 박정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박정희는 제1공수여단 박희도 준장에게 별도의 보복작전을 준비시켰다. 64명의 특전사 장병들은 분해된 M16과 수류탄을 숨기고 카투사 복장으로 위장, 미군의 미루나무 절단작업의 경호업무에 투입됐다.


나무 절단작업이 끝날 때쯤, 특전사 장병들은 전광석화처럼 총을 조립했다. 이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군 초소로 돌진해서 적 초소 4곳을 초토화 시키고 유유히 복귀했다.


북한군은 저항도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우리 군의 행동을 막던 미군 장교를 총으로 위협까지 하는 일도 벌어졌다. 미군은 이 사건을 문제 삼아 박희도 장군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박정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 일로 김일성은 6.25 휴전 이후 처음으로 미군 측에 공개적으로 유감·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후 경제적 우위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존재가 강화되면서 우리는 늘 북에 대해 갑(甲)의 위치였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정권마다, 온도차이가 있었어도 공통점은 있었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의 무기는 ‘강력한 안보가 뒷받침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때도, 노무현 대통령 때도 북한을 협상장으로 나오도록 햇볕정책을 썼지만, 국방력 강화가 뒷배경이었다. 그래서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2년 뒤에 일어난 연평해전에서 우리가 크게 이긴 것도 김대중 정권 때다.


그런 일이 연결되어 이명박(MB) 정권까지 남북관계는 우리가 ‘갑’이었고 북한이 ‘을’이었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의 총질로 아까운 목숨을 잃자, MB는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켰다. 북한이 연평도에 장사포를 쐈을 때 우리는 4배의 위력으로 응사했다.


그러자 북한은 남측에 “‘한 번만 만나달라’고 애걸했다”고 천영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회고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였던 2011~12년 무렵이다. 심지어 ‘북한 국방위원회가 내 집무실에서 만나자. 만나서 얘기하자’는 팩스를 수도 없이 보냈다. ‘스토킹 수준이었다’고 회고했다.


북한이 몸이 달아 천안함폭침에 대해 사과는 못해도, 시인하고 유감을 표하겠다며 베이징에서 만난 일까지 있다. 북한의 저자세는 대북 전단지 살포였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의 4.27 남북정상회담의 상징물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버렸다.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힌 지 한 시간 뒤다.


지난 4일 김여정의 담화를 시작으로 북한은 연일 우리 대통령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면서 다음 단계의 도발예고와 거친 협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을 대북특사를 보낼 것이라고 간청했다”는 조롱거리처럼 폭로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왕좌왕한다. 외교부 차관은 ‘(남북통신선 차단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등)그럼에도 남북미가 회의를 통해 비핵화 문제를 풀자’고 말하고 있다.


여권 지도부 등은 엄중한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사건을 악화시키지 말라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과 협박에 반박하고 비판하기보다, “한국이 아무것도 안 했다는 북한 표현이 뼈아프게 다가온다.”며 북한을 감쌌다.


일부 여권인사 중에는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것이 미국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는 종래 북한 주장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또 여당의 중진의원은 ‘포(砲)를 쏘지 않은게 어디냐’는 얘기를 하지 않나, 통일부장관의 무능 때문이라며 네 탓 타령이 전부다.


뒤늦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국방부가 뒤늦게 북한의 언행을 강력 대응하겠다느니, 강경조치를 하겠다느니, 용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내놨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직전인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을 마치 통일이 가시권에 있는 것처럼 선거 이슈화한 여권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말 뿐이지, 여권 전체가 이러한 중요한 안보사태에 대한 대처가 너무나 느긋하고 안이해 보인다. 그러니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청와대는 NSC상임위를 두 차례에 걸쳐 열렸다. 그 후 강력한 유감을 표명과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경고한다는 게 끝이다.


이게 전략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 대통령을 향해 우리로 치면 차관이하 급인 북한 부부장인 김여정의 직접 공격에 대해 인내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이런 경고가 있자 각종 매체를 총동원해 다시 우리의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악담과 폭언을 계속했다.


사태의 중대성으로 비춰볼 때 문대통령이 NSC전체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두 번 모두 문 대통령은 불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29일 헝가리 다뉴브 강에서 유람선 침몰사고가 났을 때 긴급회의를 열어 강경화 외교장관에 사고수습을 지시했다.


앞서 지난 2017년 12월 초에는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낚싯배 사고자를 위해 청와대 회의 참석자들과 묵념의식을 가졌었다.


그런데도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회의에는 참석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 남북관계의 해법을 위한 전략일까. 이런 상황이 별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일까. 또 북한을 자극하지 않을 생각여서인지, 걱정되고 궁금하다.


이러니 북한이 이 정부들어 슈퍼 갑(甲)행세를 하는 것이다. 김정은 감싸기와 달래기만 해와서 그렇다. 그러니까 우리 외교 안보정책은 하책이다. 당당하고, 힘이 있는 나라일 때 상대가 저자세이고, 만나자고 간청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이런 사태는 우리의 자업자득이 아닌지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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