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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기획탐방】한국최초 성경전래기념공원에서...시인 구재기와 함께하는 '舒川 山河(서천산하)' 1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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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 한국최초 성경전래기념공원에서 -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서인로

문득 판옥선 위에서 마량포구를 바라본다.

하루가 오고 가는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곳, 아니 하루의 시작과 끝이 가장 아름다워야 삶의 보람을 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곳이 분명하다.

저만큼 언덕 위에 세워진 한국최조성경전래기념관과 두 눈을 마주한다.

경전을 펼쳐주고 있는 듯 마음에 고요가 차오른다.

판옥선이 한 자리 넉넉히 채워주는 마량리 경전經典으로 자리하게 되어주기를 빌어본다.


2019년 10월 10일 목요일 오후.

<한국최초 성경전래기념관>으로부터 빠져나온다.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마량리 한국최초 성경전래 고증벽화’를 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먼저 두 눈에 들어온 것은 ‘마량포 해돋이 해넘이 명소’라는 안내의 글씨가 붙어있는 마량포구 방파제다. 바로 이 방파제에 올라 바다로 속으로(?) 따라가다 보면 등대가 서있는 곳에 이른다.

바로 이곳에서 이른 아침 바다 건너 육지로부터 솟아오르는 해돋이를 볼 수 있으며, 저물 무렵 뒤를 돌아보아 불타는 해넘이를 볼 수 있다. 아, 머릿속으로 해돋이와 해넘이를 그려본다.

하루해가 저물 적마다 그동안에 지나온 모든 일을 잊어버리면서 큰 바다로 흘러 보내지만 이튿날 해돋이를 바라보면서 떠오르는 온갖 지혜로움을 보람으로 삼아 다시 새로운 삶의 시작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멀리 보면서 해돋이와 해넘이의 장엄한 모습을 바라보고자, 해마다 연말에는 전국에서 10만여 인파가 이곳으로 몰려온다 한다.

해넘이를 보면서 무사히 한 해를 보내었다는 안도감에 지친 몸을 눕히고, 다음날 이른 새벽에 이르러서는 새해의 힘찬 해돋이를 맞는다.


어머니 일찍 일어나 저를 일찍 깨워 주셔요 일찍이요/ 내일은 모든 즐거운 새해 중에서 가장행복한 시간이 될 거여요/ 모든 즐거운 새해 중에서 가장 흥겹고 / 가장 유쾌한 날이 될 거여요 ― A.테니슨의 <오월의 여왕> 중에서

방파제 벽에 그려진 대형 벽화를 만난다. 바로 ‘마량리 한국최초 성경전래 고증벽화’이다. 이 방파제의 그려진 벽화를 보기 위하여 걸음을 계속한다. 그러나 벽화는 지금 세세히 살펴볼 수가 없다. 벽화가 그려진 방파제 밑에 몰려든 관광객들의 주차로 인하여 벽화가 모조리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겨우 주차된 차량 사이사이 빈 공간으로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아쉽기만 하다. ‘성경전래 200주년, 2016년 9월 마량진에서’라 쓰여진 것을 보니 그때 완성한 벽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 밑에는 ‘그가(마량진 첨사 조대복) 선실에 있는 서적을 구경한 후 그는 성경의 장정에 상당한 마음이 끌렸으나, 막상 그에게 성경을 권하자 비록 대단히 마지못해서지만 주저하면서 그는 그것을 거절했다.

그러나 그가 배를 막 떠나려 할 때 다시 건네주자 이제는 감사한 표정을 지으며 그것(성경)을 받고 상당히 기분 좋게 돌아갔다’라면서, 우리나라에 최초로 성경이 전해지는 순간이 그려져 있다.

그 기록은 1817년 리라호 함장 바실홀(Captain Basil Hall)의 항해기(航海記)에서 옮긴 내용이다. 한·영으로 수록되어 있으나 한글 부분만 발췌하여 그 일부를 적어놓는다.


⁕1호 벽화: 영국 함선(알세스트호·리라호)의 마량진 출현 // 영국 정부로부터 ‘은둔의 나라’ 조선 서해안을 탐사하라는 임무를 받은 알세스트호의 ‘머리 맥스웰 선장’과 리라호 ‘바실 홀’ 선장 일행은 비인만 마량진에 정박하다(1816년 9월 4일, 순조 16년) / 우리들이 해안에 가까이 가자 해변에 있는 사람들, 배에 있는 사람들을 막론하고 모두가 법석거리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 중 하얀 턱수염을 한 노대관(老大官)은 하얀 턱수염이 가슴에 거쳐 허리 밑까지 닿았고, 푸른 명주로 어마어마하게 크게 만든 옷은 위풍 있게 펄럭이고 있었다 - 바실 홀의 항해기에서


⁕2호 벽화: 마량진 첨사 일행의 리라호 함상 1차 문정 // 라라호 함상에 안내된 조대복 첨사 일행은 준비한 듯 돗자리를 깔고 시종무관을 좌우에 두고 정좌하여 바실 홀 선장 일행과 문정을 통해 대화를 시도하다(1816년 9월 4일. 순조 16년) / 먼저 한문으로 써서 묻자 모르겠다고 머리를 흔들어 다시 한글로 물었으나 여전히 모르겠다고 손을 흔들어 힐난하기를 꽤 오래 하였으나 결국 답을 얻을 수 없었다 - 순조실록에서

⁕3호 벽화: 마량진 첨사 일행의 리라호 함산 재방문 // 리라호에 재방문한 조대복 첨사 일행은 군의관으로부터 진찰도 받고 함포사격 시범도 관람하며 식사에 초대되어 서양요리를 처음 접하다(1816년 9월 5일, 순조 16년) / 그렇게도 색다른 인종의 문화를 소화해 나가는 그 우아하고 자연스런 태도는 정말 놀랄 만했다. 그의 훌륭한 태도는 그 사회에서 그의 지위를 짐작케 할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 정도가 무시 못 할 만큼 높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는 연구심이 강하고 결코 터무니없이 놀라거나 과도한 찬사를 하는 일이 없는데, 세계 어느 곳에 갖다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교양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 바실 홀의 항해기에서


방파제로부터 천천히 벗어나 <한국최초 성경전래지 기념공원>으로 향한다. 부둣가를 따라 걷는다. 고깃배들이 몸을 묶인 채로 파도에 흔들리고 있다.

작은 파도에도 쉽게 제 속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듯하다. 푸른 물결은 여전히 넘실거린다. 마치 오뉴월의 푸른 보리밭에 부드러운 바람결이 이랑이랑 지나는 듯하다. 몇 마리의 갈매기라도 날아들었으면 좋으련만 오후의 햇살에 하루의 피로가 쌓이는지 갈매기 한 마리 보이지 않는다.

문득 갈매기도 귀소 할 곳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까, 출렁이는 물결에 묻기도 한다.

고개를 돌리자 하늘과 바다 사이에 창창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갑자기 고깃배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어서 너른 바다로 달려 나가고 싶은 모양이다. 힘차게 달려 나가 빈 배를 가득 은빛 비늘로 채우고 싶을런지 모른다.

갑자기 부두의 손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부두에서는 오후가 아무리 고요하더라도 바쁜 손길은 그치지 않고 이어진다.

아침이고 오후고 저녁이 따로 없다. 아침이면 시작이어서 바쁘고, 오후라면 한창 진행 중이라서 쉴 틈이 없고, 저녁이라면 하루의 마무리라서 신나는 듯하다.

시간의 하루가 눈에 보이지 않아 한가로운 것과는 딴판으로 항구는 거침없이 분주하기만 하다.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저마다 높고 낮은 돛대를 어루만지며 마치 출발선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달리기 선수들처럼 제자리 뜀질하듯 분주하기만 하다.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인 프랑스의 G.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 1893)은 그의 소설《여자의 일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다는 꼼짝을 않고 투명하여, 마치 이 배의 세례식에 참여하고자 모인 것과도 같이 손가락만 한 높이의 파도가 빗으로 자갈을 긁는 것 같은 조그만 소리를 내면서 가만히 가만히 밀려들고 있었다.

한참을 걷는다. 바다로부터 시선을 거둔다. 그러다 보니 몸은 어느덧 <한국최초 성경전래지 기념공원>에 닿아있다. “한국최초 성경 전래지’라는 입석 앞에 선다.

1986년 9월 5일 영국 해군 Murray Maxwell 대령과 Basil Hall 대령이 순양함 Alceste와 Lyla호를 이끌고 서해안 탐사 차 이곳 서천 마량진 해안에 들려 해도를 작성하고 한국에서는 최초로 마량진진 첨사 조대복에게 성경을 건네주었다”고 한글과 영어로 기록된 내용이다.

역시 '마량진Maryangin'이란 지명도 한·영으로 병기하여 있다. 고개를 돌리자 아펜젤러 최초의 한국 감리교 선교사를 기념하는 헌시가 그의 조각상과 함께 세워져 있다. 그리고 <한국 최초 성경전래 당시 영국 함선과 조선 판옥선> 모형에 대한 글이 보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성경 전래가 이루어졌던, 1816년 마량진 앞바다. 1816년 9월 5일 해상 교역로 확보를 위해 중국 연안과 우리나라 서해안을 탐사하던 영국 함선 알세스트호(함장 머레이 맥스웰)와 리라호(함장 바실 홀)는 이곳 마량진 갈곶에 정박하게 되었다.

이들은 당시 마량진 첨사 조대복(趙大福)과 비인 현감 이승렬(李升烈)에게 모두 세권의 책을 주었는데, 그중에 한 권이 다름 아닌 성경이었다.

이곳 한국 최초의 성경전래지 기념공원에 제작·설치된 배 모형은 그중에 육지와 가까운 곳에 정박했던 리라호와 이를 문정(問情:남의 나라의 배가 처음으로 항구에 들어왔을 때 관리를 보내어 그 사정을 묻는 일)하기 위해 마량진 첨사 조대복이 승선했던 판옥선을 재현한 것이다.


리라호 모형에는 선체의 중심 갑판에 수직으로 세운 기둥인 마스트(mast : 돛대모양의 높은 기둥) 3개가 곧게 세워져 있다. 그리고 양 범선의 양편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설치된 대포가 돋보인다.

포마스트(fore mast :가장 중요한 마스트)와 메인마스트(main mast : 함선에서 가장 큰 돛대)에는 마스트를 따라 배를 가로지르듯 돛(=횡범)을 달려있다. 주로 선박의 후방에 위치하는 미즌마스트가 어느 것일까, 이물(뱃머리)과 고물(배꼬리)를 찾다가 범선의 양쪽으로 매달린 구명선이 앙증맞도록 깜찍하게 매달려 있음을 본다.

판옥선 모형에 오른다. 1555년(명종 10) 군선을 새로 개발한 것이 판옥선이다. 구조와 기능이 혁신적으로 변모한 전투함이다. 종래의 군선에 비해 선체가 커서 노군(櫓軍)의 수를 늘릴 수 있다. 이에 따라 기동성이 좋다. 2층으로 되어 있어 노군과 군사들이 방해하지 않고 전투에 임할 수 있다.


이 판옥선은 임진왜란 중에 조선 수군이 완승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갑판 위로 올린 구조물을 ‘판옥’이라고 한 데서 ‘판옥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러나 판옥선으로 설치된 모형은 다름 아닌 화장실이라는 데 자못 놀란다. 우리나라 종교사에 길이 빛날 우리의 판옥선 모형을 겨우 화장실로 사용하고 있다니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다른 용도로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문득 판옥선 위에서 마량포구를 바라본다. 하루가 오고 가는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곳, 아니 하루의 시작과 끝이 가장 아름다워야 삶의 보람을 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곳이 분명하다.

저만큼 언덕 위에 세워진 한국최조성경전래기념관과 두 눈을 마주한다. 경전을 펼쳐주고 있는 듯 마음에 고요가 차오른다. 판옥선이 한 자리 넉넉히 채워주는 마량리 경전經典으로 자리하게 되어주기를 빌어본다.


마량리馬梁里 경전經典 
                           구재기
이곳에 와서야
서해안 유일의, 해돋이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까닭을
경전을 펼치고 있는 듯
마음에 고요가 차오르는 까닭을
비로소 알 것만 같다

한쪽에서는 동백꽃 통째로 떨어지고
떨어지는 그 꽃잎이
붉은 핏방울이 되어
서해 바다 물결 위로 출렁, 출렁이다가
밀려오는 물결 따라 다시
말씀으로 크게 안고 오는 자리

이른 아침 눈부시게
찬란한 빛이었다가
하루 종일 허공에 휘저으며
몸을 말리고 말리면서
제 몸의 빛으로
뭇 생명을 살리고, 길러내고, 북돋고,
저물 무렵 다시 최선의 빛이었다가

그 어떠한 선물로도
이보다 더 벅찰 수는 없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
내민 손을 잡을 때에는
얽힌 속마음도 꿈속에서처럼
하나 둘 풀어지기 시작한다

언제나 함께 하는 
자연自然하는 식탁 위에
간을 맞추듯 간 맞춰주듯 
필연의 만남이기를 소망하듯
한 자리 넉넉히 채워주는
마량리 경전經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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