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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인터뷰】‘단어의 형태’를 그리는 작가, 삼랑 구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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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숨이 있는 곳 서천’ 개인전에서 서천만 다룬 작품 전시하며 눈길 끌어
삼랑 구기순, “아름다운 문자 한글...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지고 살펴보길”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이번 sbn뉴스에서는 삼랑 구기순 작가를 만나봤다. 석 삼(三)자에 밝을 랑(朗)자를 쓴 그녀의 호 삼랑(三朗)은 항상 밝게 살라는 의미로 스승인 석정 윤병건 씨가 지어줬다고 한다.

구 작가는 지난 12~17일 충남 서천문화원에서 ‘내 숨이 있는 곳 서천’ 개인전을 열었는데, 모두 서천에 관련한 작품을 전시하며 주목받았다.

◇서예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대학 때 서예 동아리에서 시작했고, 졸업하고 동아리 강사로 나왔던 선생님의 서실을 찾아가 본격적으로 배웠다. 지금까지 계속해오며 여러 대회에서 상도 받았고 초대작가, 심사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서예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대학에 들어갔는데 동아리는 들어가야 되겠고, 마침 서예 동아리가 눈에 들어와 하게 됐다. 서예에 대한 첫 기억은 중학교 특별활동시간에 있었던 서예부다. 말이 서예부지 붓으로 써 본 기억은 없다. 연필로 획 모양을 그리는 정도였다.

◇서천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 이유는?
=개인전 전시를 기획하며 무엇을 테마로 할까 생각했는데, ‘50년 동안 나를 품어준 내 땅에 대해 너무 모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서천에 대해 공부를 하고 지역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잡아 작품을 해보자는 마음이 들어 하게 됐다.

이번 전시는 주로 한산모시에 대해 다뤘다. 서정주 시인이 ‘나를 키운 팔 할이 바람이다’라고 말했다면, 나는 ‘나를 키운 팔 할은 모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어머니가 모시를 하며 나를 키웠는데, 너무 힘드셔서 ‘내 딸에게는 절대 모시를 시키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이번 전시회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모시 한 필의 길이(21.6m)만큼 한지에 구재기 시인의 모시에 관한 연작시를 옮긴 것이다.

어머니가 모시를 한 올 한 올 짜서 나를 키웠듯이, 모시 짜는 과정을 한 자 한 자 눌러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글씨 쓰는 것조차도 힘든데 서천의 모시 짜는 여인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을까. 서천 여인들은 질긴 고래심줄같이 강인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머니는 5일장에 모시 2필을 짜셨다고 하는데 긴 서예 작업을 할 때는 꼬박 3일이 걸렸다. 손을 쥐락펴락하기도 힘들었지만 끝내고 나니 성취감이 들었다. 종이 한 장에 작업하니 한 번 틀리면 끝이라 심리적인 압박도 컸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은?
=처음 서예를 배울 때, 한문서예와 한글서예를 같이 시작했다. 한문서예는 대중들이 어려워해 한글서예로 전향했다. 그렇게 한글서예를 연구하고 글씨체를 다양하게 하다 보니 한글이 너무 아름다웠다. 또 한문서예와 달리 한글서예는 누구나 읽어보면 뜻을 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예술은 나 혼자만 좋아서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같이 공감할 수 있어야 예술이다. 앞으로도 내가 글씨 쓰는 이유는 누구든 읽고 느낄 수 있는 내용의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서예는 특별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글씨의 아름다움을 살펴보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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