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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사설】서천 ‘장항선셋페스티벌’ 흥행, 선택과 집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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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 차게 기획해 10억을 투입한 충남 서천군 ‘2019 국제창작문화축제 장항선셋페스티벌’이 흥행에 못 미쳐 ‘그들만의 잔치, 낭비성 행사’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천군은 지난해 불 꺼진 장항지역을 널리 알리고, 근대화 유산을 새로 단장하고 창작을 보태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 관광객 유치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을 내세워 ‘장항선셋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이 페스티벌은 지역주민이 창작가로 직접 참여하고, 청년기획가와 지역 내외 문화예술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골목 축제로 마련됐다.

또 주민창작예술제, 장항아트스트리트(가드닝로드), 장항선마켓, 장항맛나로거리, 선셋아트창고, 콘텐츠마켓999, 선셋라이브뮤직페스티벌, 선셋라운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하지만 보여주기에 급급한 나머지 충분하지 못한 사전 연구, 부실한 기획과 준비 등으로 인해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해 한마디로 쪽박을 찬 셈이다. 

지역주민의 참여는 어느 정도 끌어냈다지만, 지역예술인들의 참여는 두 달 전 기획돼 시간 등의 이유로 협의가 결렬되는 사태로 결국 외부예술인을 투입, 간신히 축제의 구색을 갖추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거기에 특색있게 마련한 개막식 주 무대는 부실 공사로 인해 3팀의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무대 바닥이 내려앉아 공연 내내 사회자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내로 관람객들의 흥을 깨기도 했다.

급기야 축제를 기획한 총감독까지 나서 흥겨운 음악에 맞춰 마음껏 뛰는 관광객을 진정시키고 안전사고를 위해 사고현장을 물러난 위치에 앉아 관람하게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돼 빈축을 사기도 했다.

행사장 간 이동 동선이 길고 안내 시설물 부족으로 관람 시설을 찾는 데 불편하다는 아쉬움을 남겼으며 홍보 소홀로 인해 외부 방문객들의 ‘축제 홍보가 잘 됐으면 대박이 났을 텐데’라는 쓴소리도 들어야 했다.

얼마나 내실 있게 하고 인기 축제를 만들기보다는 지자체장의 치적이나 얼굴 알리기 등의 목적으로 단순히 여는 데 만족해야 하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의 결과물로 보인 것에 주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같은 기간에 인근 지역 군산시에서 축제가 열린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서천군-군산시 행정협의회를 두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서천군 집행부의 모습에 주민들의 실망감을 더했다. 

축제는 선택과 집중으로 치러져야 한다. 이는 축제 개최 준비를 아무리 철저히 한다고 해도 항상 문제는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축제 개최를 위해서는 지자체장의 의지도 중요하다. ‘축제는 왜 해야 하는가?’라는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면 결국 ‘그들만의 잔치, 낭비성 행사’에 그치는 것이다.

축제는 내용과 흥행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씁쓸하다. 사촌의 축제가 흥행해서 배가 아픈 게 아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치며 거의 매일 동원되다시피 해 힘을 보탠 공무원들이 분투가 아쉬워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는 가장 지역적인 축제에서 출발한다. 이미 다른 지자체에서 기획해 시작한 축제를 재현하겠다고 하는 발상은 그 자체가 문제다. 

축제 투입 예산이 10억 원이면 지자체 축제 예산으로 적은 비용이 아니다. 얼마든지 세계적인 축제로 키울 수 있다. 지리적 요건, 다양한 스토리텔링, 독특한 문화 등 소재의 개발 방안이 우선시 돼야 한다.

축제가 끝난 직후부터 내년에 개최될 축제를 준비하도록 하고 축제와 관련해 세심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챙기며 축제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선택과 집중으로 축제의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마련해야 한다.

성공적인 축제를 열고 싶거든 당장 올해 흥행에 실패한 축제를 기억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관광객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이 식상해 하는 부실한 기획과 준비 등은 이젠 관심을 두지 않는다.

축제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불상사를 없애기 위해 충격적으로 먹거리가 싸거나, 관람 동선이 편하거나, 즐거운 공연이거나, 짜릿한 체험 제공하거나 등을 관광객들에게 선보여야 한다.

‘가장 좋은 광고는 만족한 고객이다’라는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 교수의 말에 답이 있다. 이제는 흥행에 성공하려면 독특한 이벤트의 기획과 전략에서 나온다는 점을 가장 중요시해야 한다.

특히 축제가 제공하는 일탈적 경험과 특별한 사건의 공간적 구현 등이 관광객들의 참여를 부추기듯이 독특한 이벤트의 효율적인 운영은 관광객들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유도할 수 있다. 

또 지역만의 특수성이 보편적인 대중의 여가 활동으로 변형된 커뮤니케이션이며, 그에 따른 지역주민들의 주인 의식과 자부심이 반영된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 비춰 볼 때 ‘장항선셋페스티벌’은 독특한 공연이나 전시 등을 마련, 관광객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동선에 맞춰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많은 스펙타클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장항의 문화적 소재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도 중요하다. 관광객들이 일상 혹은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촉각적인 체험을 부여하는 등의 ‘오감만족’을 강조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는 데 치중해야 한다. 

즉 이 시대의 축제는 관광객들이 무엇을 하는가 안 하는가로 ‘대박과 쪽박’으로 갈릴 수 있으므로 선택과 집중은 이런 맥락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축제도 살고 장항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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