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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탐방】“오길 잘했어!”...꿈을 키우는 행복배움터 서천 ‘한산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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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스스로·즐겁게...그리고 ‘느티나무’와 같이 성장하는 학교
집보다 오래 머무르는 학교, 집보다 편하고 재밌는 공간이 되다
나무와 닮은 아이들...영양 가득 양분과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1911년 9월 1일 개교하며 충남 서천지역 초등학교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산초등학교에 sbn뉴스가 찾았다.

올해 106회 졸업을 맞았던 한산초등학교는 지금까지 38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 한산초등학교에는 6학급 45명의 학생들이 재학, 20명의 교직원이 재직 중이다. <편집자 주>

◇더불어·스스로·즐겁게...그리고 ‘느티나무’와 같이 성장하는 학교


한산초등학교는 ‘더불어·스스로·즐겁게’라는 세 가지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작년, 오마이뉴스 대표로 유명한 오연호 작가의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접한 이동규 교장은 그가 추구하는 교육철학이 이 책에 많이 묻어나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동규 교장은 “교직원들과 이 책을 주제로 지난 1월 독서토론을 진행했는데 한 교사는 눈물을 흘리기까지도 했다”며 “책의 내용과 같이 학생들이 어떤 일이든 스스로 행하며 판단력과 결정력을 키우고, 친구들과 더불어 그리고 모든 것에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숲해설가이기도 하다. 생태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그는 별칭 ‘느티나무’로 불리기도 하는데 실제로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도 느티나무를 꼽았다.

느티나무의 품성에서 교육철학을 많이 찾았다는 그는 “인문학적으로도 느티나무는 참 가치 있는 나무”라며 “옛 부터 마을 어귀마다 느티나무가 없는 마을이 없었고, 그 아래에서 대소사를 논하고 나무가 오래살기도 하기 때문에 생물의 삶의 터전이 되기도 했다”며 예찬했다.


한산초등학교에도 보호수로 지정된 800년 수령의 장엄하면서도 수려한 느티나무가 있다. 

학교는 이 느티나무라는 네 글자를 가지고 한산초등학교의 학생상, 학부모상, 교사상, 학교상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느’-느긋하게 기다려주며 소통으로 함께하는 학부모, ‘티’-티 없이 맑은 심성으로 행복한 꿈을 키워가는 학생, ‘나’-나눔과 기쁨으로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교사, ‘무’-무궁한 잠재력을 키우는 즐거움이 가득한 학교 등이다.

이 교장은 “느티나무에서 소통과 배려라는 교육철학을 끄집어냈다”며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의 정서에 가장 가까운 나무가 느티나무인데, 나무를 그리라고 하면 80퍼센트 이상의 사람들이 느티나무의 형상을 그린다. 마음속에 있는 기초적인 나무의 형상이 느티나무인 것”이라고 전했다.

◇집보다 오래 머무르는 학교, 집보다 편하고 재밌는 공간이 되다


요즘 학생들은 가정보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다.

때문에 한산초등학교는 교실을 가정처럼 꾸며놓거나 신발을 신고 들어가지 않는 교실 등 아이들이 편안하게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포근한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또 여러 전반적인 시설들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재구성됐는데 책만 읽는 곳이 아닌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도서관, 창의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공실, 메이커 교육을 위한 충남 유일의 ‘무한상상실’ 등 다양한 공간이 존재한다.

특히 ‘무한상상실’은 학생들이 머리에만 가지고 있는 생각을 현실에서 구현해낼 수 있도록 하는 창조의 공간이다. 

학생들이 직접 컴퓨터에 디자인을 해보고 3D프린터로 만들어내면 상상물을 실제로 보고 만지는 다각적인 체험이 가능해진다.


학교 뒤편에는 연못과 앞서 언급한 80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있다.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선생님들의 쉼터가 되어주는 이 녹색 공간은 앞으로 트리하우스를 짓고 수종식물을 심으며 생태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나면 집에서 TV를 보거나 휴대전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없도록 ‘야간돌봄’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산면 소재 ‘북적북적 북카페’에서 시작한 것이 충남교육청 공모에 선정됐는데, 학부모가 저녁에 아이들 밥을 먹이고 데려가기가 힘드니 이동규 교장이 직접 충남교육청에 찾아가 식사·교통비 지원을 받아냈다고 한다.

오후 4시 반, 방과 후 활동이 끝나면 아이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는데 그 중심은 화요일에 진행되는 ‘마을 마실’로 버스를 타고 마을에 찾아가 탐험하며 노는 시간이다.

한산초등학교에서는 현재 27명의 학생들이 ‘야간돌봄’에 참여하고 있다.

◇나무와 닮은 아이들...영양 가득 양분과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사람, 특히 아이들은 나무와 닮았다. 어떤 곳에 뿌리를 내리느냐, 또 가지를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성장하는 방향과 크기가 달라진다.

한산초등학교는 아이들에게 양분을 제공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오길 잘했어!’라는 슬로건 아래 다섯 가지 목표를 잡았다.

돌아보길, 도전하길, 느껴보길, 마주보길, 꽃피우길 등 다섯 가지 길속에 학교의 모든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녹여냈다.

한산초등학교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3월 학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판단, 한 달 내내 여러 분야에 대한 진단을 해보고 학생 개개인의 계획표를 만들었다. 

‘무한상상실’을 만든 이유도 상상했던 것을 실제로 구현하며 창의성 발현을 통해 학생들에게 곧고도 다양한 길을 제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느티나무의 품성으로 꿈을 키우는 행복배움터, 한산초등학교 이동규 교장은 마지막으로 교육공동체에 인사를 전했다.

“특별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볼 수 없던 새로운 모습을 나타냅니다.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이 공유될 수 지역과 모든 교육공동체의 관심은 절실합니다.

저 또한 ‘오길 잘했어’라는 우리 학교의 슬로건이 허상에 그치지 않도록, 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실행해 나가겠습니다. 학부모님들도 ‘같이의 가치’를 통해 함께 이끌어가는 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학생 여러분은 선생님을 신뢰하고 스스로, 더불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학생들이 되며 우리 마을 속에서 꿈을 찾고 키워나가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꿈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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