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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탐방】장애인들의 디딤터,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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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타스 정신 기초...장애인들의 재활·복지증진 다양한 활동 전개
여경순 관장,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편견이 없어지기를”
오는 7월 장애인등급제 폐지...소수 장애인 위한 현실적 방안 필요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충남 서천지역 복지의 요람 서천어메니티복지마을에 자리한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여경순/이하 장애인복지관)’에 sbn뉴스가 찾았다.

지난 2007년 9월 개관한 장애인복지관은 (재)대전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서천군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되고 있으며, 카리타스(caritas:사랑)의 정신을 기초로 서천지역 장애인들의 재활·복지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상담·사회·심리·교육·의료·직업재활 등)을 전개하고 있다.

여경순 관장을 포함한 24명의 장애인복지관 직원들은 장애인들의 발걸음마다 받침돌이 되어주며 ‘장애인들의 디딤터’가 되기 위해 오늘도 매진하고 있다. <편집자 주>


◇여경순 관장, “장애인 바라보는 시선에서 편견 없어지길”

취재를 위해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에 들어서자 보호 작업장에 속한 근로 장애인들이 밝은 표정으로 꽃을 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보호 작업장 외에도 자립지원사업을 통해 연평균 10명의 장애인들을 민간 사업장으로 보내고 있다.

자립지원사업을 포함해 2019년 현재 장애인복지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12개 분야 62개에 달한다.

그중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장애인식개선사업’은 교육과 장애인퀴즈대회 ‘도전골든벨’, 캠페인 활동 등으로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당연히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이현희 사회복지사는 “장애인등급제 폐지, 커뮤니티 케어 등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지위는 나날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존중과 배려는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초석인 만큼, 근본적으로 비장애인들의 인식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빚 좋은 개살구가 되기 십상”이라고 전했다.

장애인식개선에 대해 여경순 관장은 “내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부모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아한다”라며 “‘장애인은 격리해야한다’라는 소수의 미흡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사기·폭력·성폭력 등 인면수심의 장애인대상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장애인 가족을 밖에 나가지 못하게 가둬놓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어 장애인 인식개선은 관련 사업은 항상 중점적으로 추진되어야만 하는 사업이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하더라도 일상에서 장애인들이 받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장애인식개선 교육은 남녀노소 대상을 가리지 않고 꼭 실시되어야만 한다.

여 관장은 “장애인들에게 제일 하고 싶은 것을 물으면 시장가서 장보기, 영화보기, 식당가기 등이다”라며 “비장애인들은 공기처럼 누리고 사는 것들이 장애인들에게는 간절할 수밖에 없는데,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편견이 느껴지는 날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애인복지관, 다양한 서비스·전문성으로 입지 다져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은 소규모 농어촌 복지관에 속하지만, 전 직원의 합심으로 장애인에 대한 생애주기별 서비스 시스템을 마련해가고 있는 열정적인 기관이다.

장애인복지관은 지역의 어린이집과 연대해 36개월 미만 장애아동 지원, 학령기 장애아동을 위한 5가지 영역 기능향상활동, 청년기 사회적응훈련과 취업훈련·고용지원, 성인장애인을 위한 문화여과지원과 평생학습, 거동불편 등의 이유로 장애인복지관을 찾지 못하는 지역장애인을 위한 재가서비스와 사회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기능향상서비스에 관해서는 지역 내 유일한 전문기관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장애인복지관이 어메니티복지마을 안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기관 간 물적·인적자원도 원활히 나누어진다. 

하루 20회가 넘는 공동 셔틀버스 운영으로 지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여기에 더해 ‘찾아가는 복지마을’이라는 기관 간 연대사업을 통해 서천군 13개 읍·면의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다.

◇오는 7월 장애인등급제 폐지...소수 장애인 위한 현실적 방안 필요


2018년 말 기준 한국의 장애인 인구수는 267만 명으로 인구대비 장애출현율은 5.4%, 10명 중 9명이 후천적 요인(사고 등)에 의해 장애를 가지게 된다.

장애인복지에서도 ‘소수자’의 영역은 있다. 장애는 장애인등급제에 의해 15개 영역 1~6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장애를 서류로 구분했을 때 장애영역에 대한 인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처럼 장애를 구분하는 애매한 기준은 사회적으로 노출이 어려운 장애영역의 어려움을 심화시키며, 그렇지 않은 장애영역의 경우도 어려움을 겪게 한다.

장애인등급제는 장애인이 처한 현실과 장애의 정도가 단순히 숫자로 분류되기에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장애 자체에 ‘낙인’을 찍어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마저 불러일으키는 장애등급제는 장애인복지관이라는 장애인복지의 장에서도 ‘편견’과 함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활한 체계를 저해시키는 요소다.

이 같은 장애인등급제는 오는 7월 폐지된다고 한다. 그러나 여경순 관장은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라며 “장애 등급제가 폐지되더라도 시스템이 없어 우리 지역 장애인들은 달라지는 점이 별로 없다.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어려운 소수의 장애인들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서천군의 인구는 2018년 기준 5만5289명으로 그중 장애인구는 총 인구의 10%인 5천5백여 명에 달한다. 서천에는 12개의 장애인기관 및 관련단체들이 있다. 

장애인인구대비 적지 않은 수지만, 정책이나 제도변화에 따른 시대적인 조류를 반영해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인적·물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제도·지역적 한계에서 발생하는 현안으로 고민하고 있지만,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 여경순 관장은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지며 주민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장애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 장애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불의의 사고, 나이가 들며 자연히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장애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와 함께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가족이고 이웃입니다.

‘기관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조금 더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큰 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복지다원주의 시대에 맞게 장애인복지의 제공은 복지인과 복지관을 넘어 모든 주민과 함께할 수 있음을 인식하는 정책개발·시행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서천군장애인종합복지관은 장애인과 가족, 지역사회와 장애·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서로의 삶의 권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격려하는 행복한 디딤터가 될 것입니다. 주민 여러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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