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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아름다운 붉고 노란 꽃길...서천 마서면 산내1리 ‘천인국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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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주민들의 수고와 땀으로 만들어진 ‘천인국 꽃길’
‘엿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전설의 도고산 여우고개
천인국의 꽃말 ‘협력과 단결’...꽃처럼 살아가는 주민들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충남 서천군 마서면 산내1리 ‘천인국 마을’에 sbn뉴스가 찾았다.


동쪽에 길산천(川)이 흐르는 마을은 낮은 구릉에 감싸여 있다. 산내1리에는 자연마을로 산뒤, 원안, 종증개가 있다. ‘산뒤’는 도고산(山) 북쪽 뒤에 있어 붙여졌다. ‘원안’은 예부터 원(院) 안쪽에 있었다 하여, ‘종증개’는 원안 동북쪽에 있는 내 옆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내1리에는 32가구 58명의 주민이 모여살고 있다. 양계장을 운영하는 한 분을 제외하면 주민들은 주로 농업(수도작)에 종사하고 있다. <편집자 주>


◇주민들의 수고와 땀으로 만들어진 ‘천인국 마을’



산내1리 천인국 마을은 서천군시니어클럽과 연계해 노인일자리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일할 수 있는 주민들은 거의 총동원된다고 하는데, 기자가 마을을 찾은 오후에도 주민들은 꽃 심기 사업에 동원돼 한가로운 모습을 보였다.


11일, 마을을 찾는 길에는 연분홍빛 벚꽃이 폈고, 피어나고 있었다. 그 밑으로는 주민들이 직접 심은 천인국을 볼 수 있었다. 갈색 빛으로 죽은 것 같지만 따듯해지면 어느새 황적색 꽃봉오리가 솟아난다고 한다.


천인국 꽃길은 4~5km에 달하고 식재된 주수는 헤아릴 수 없다. 천인국 마을 백창기 이장은 “주민들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천인국을 심어왔는데 정말 고생이 많으셨다”라고 말했다.



마을 가득한 꽃처럼 천인국 마을에서는 화훼사업이 활발하다. 꽃 묘목을 키워 판매도 하고 읍면사무소에 기증하기도 한다.


또 품질 좋은 시래기 생산으로 유명하다. 마을회관 옆 건조장에서 직접 건조하고 판매한다. 작년에 시래기를 판매해 1백5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화훼사업으로는 1천8백만 원 수익을 올렸다. 수익금은 작년에 일한 16분의 어르신들께 지급했다.


◇‘엿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전설의 도고산 여우고개



천인국 마을 마을회관 뒤편에는, 과거 아포마을과의 유일한 왕래 길이었던 여우고개가 있다. 이 고개를 넘어 다니던 사람들이 가끔 여우에게 홀렸다고 하여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해발 85m 야트막한 도고산 자락에 있는 여우고개는 지금은 넓은 길이지만, 예전에는 좁고 험해 넘기 힘든 길이었다고 한다.



이 여우고개에는 두 가지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한 여인이 봇짐을 들고 고갯길을 넘으려하자, 두 마리 여우가 나타나 짐을 물어뜯고 치맛자락을 잡아당기는 등 행패를 부렸다. 


그 후로 사람들은 으스스하고 무서운 이 고갯길을 지날 때 돌멩이를 쥐고 넘었으며, 무사안녕을 비는 토속신앙으로 서낭당이 생겼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로 산기슭 오두막집에 홀로 사는 한 노파가 집에 가다가 이 고개에서 여우를 만났다고 한다. 


노파는 여우를 지팡이로 쫓았지만 막을 수 없어 손에 쥔 엿 토막을 던져주었더니 물고 사라져 이곳을 무사히 지났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엿 맛을 느낀 여우가 자주 나타나서 노파는 할 수 없이 엿집을 했다는 전설도 있다.


그 후 사람들은 이 고갯길을 ‘도고산 여우고개’, ‘도고산 서낭당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천인국의 꽃말 ‘협력과 단결’...꽃처럼 살아간다



천인국의 꽃말은 협력과 단결이다. 주민들은 이 꽃말과 같이 살고 있다. 매일 마을회관에 모여 식사, 회의도 하고 누구네 할머니가 아프다고 하면 조를 짜 병문안도 가고 있다.


마을에 천인국이 가득하듯 해마다 5~6월이면 ‘천인국 축제’가 마을회관 옆에서 열린다. 


작년 5월 25일 개최된 ‘제1회 천인국 축제’에는 첫 번째 축제임에도 300여 명이 방문했다. 올해 ‘제2회 천인국 축제’는 6월 10~15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백창기 이장은 마을 분들이 천인국을 키우느라 욕을 봤으니 좌우지간 이들이 행복해야한다며 주민 위주로 축제를 진행했다. 주민들이 밥 하느라 고생하지 않도록 출장뷔페까지 시켰다.


천인국을 식재하기 전에는 도로가에 쓰레기도 많고 볼품없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명절에 고향을 찾은 출향인들이 완전히 뒤바뀐 마을 경관에 놀란다고 한다.



백창기 이장은 “처음 천인국을 심은 2012년에는 500m 정도 드문드문 심었는데 죽지 않고 계속 꽃이 피니 마을 주민들이 기왕이면 씨를 받아 넓혀보자 했다”며 “해마다 넓히다보니 천인국 꽃길이 4~5km에 달하게 됐다. 너무 많아 주수는 따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천인국이 추석 때까지 피어있는데, 출향인들이 고향에 꽃이 피어 있으니 좋아한다”라며 “꽃보고 기분 좋아서인지 아버지 어머니를 위해 좋은데 써달라며 기금을 전달한다. 기금은 어버이날, 삼복에 영양식을 제공하거나 선진지 견학을 가는 데 사용된다”라고 전했다.


천인국 마을의 발전에는 마을 출향인사들의 모임인 ‘산우회’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마을회관이 없어 어르신들이 서러움을 많이 겪었을 때, 산우회 회장은 “고향이 발전된다면 500만 원을 내놓겠다”라며 선뜻 기금을 전달했으며 회원들도 여기에 기금을 더했다.



마을기금과 산우회 기금이 모여 지어진 마을회관 옆에는 커다란 마을 표지석도 있는데 이 또한 산우회에서 기증했다.


산우회와 함께 마을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백창기 이장은 “어르신들이 제일 행복하게 사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빛이 다한 것 같지만 어느새 또 꽃을 피워내는 천인국처럼, 어떤 어려움에도 다시 피어나는 천인국 마을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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