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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탐방】여기 추억 한잔이요!...서천군 장항읍 ‘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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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그 모습 그대로...1000원으로 떠나는 ‘추억여행’
사교 장소·문화예술 공간, 다방...커피숍에 자리 내주며 쇠퇴
장항읍 다방만의 특별한 아침 메뉴...죽·계란후라이·커피 세트

[sbn뉴스=서천] 남석우 기자 =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그대 올 때를 기다려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추억의 여성 듀오 ‘펄시스터즈’가 1968년 발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커피 한잔’이라는 노래의 한 소절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커피가 들어온 건 여러 문헌에서 1880년대 초반으로 밝히고 있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다방은 1927년 영화감독 이경손이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에서 문을 연 ‘카카듀’라는 이름의 다방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 다방은 9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광복 전까지의 다방은 지식과 교양을 갖춘 지성인들의 사교장이었고 60~70년대에는 청바지·통기타·맥주로 대변되던 그 시대 젊은이들에 의해 음악다방이 전성기를 이루기도 했다.


이같이 다방은 각 시대와 사회상에 따라 변화를 거듭했는데 1990년대에 접어들며 다방은 카페, 레스토랑에 차츰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하더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등에 밀려 예전의 전통 다방을 이제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이번 sbn뉴스에서는 아직도 전통 다방이 많이 남아있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을 찾았다.


이곳은 서천군에서도 유난히 다방이 많은데, 20여 년 전만 해도 장항읍이 서천군 내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경기가 좋았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장항읍에서 다방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예전에 장항항에 배도 많고 고기도 많이 잡히고 제련소 돌아갔을 때는 장항읍에 다방이 서른 곳도 넘게 있었다”라며 “지금은 다방이 열 곳 정도 남아있는데 그마저도 장사가 잘 안된다”라고 푸념했다.



sbn뉴스 기자가 장항읍 신창리에 있는 왕자다방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동네 주민 몇 분이 각자 커피와 녹차 등의 차를 시켜놓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sbn뉴스 기자가 이분들에게 “여기에 자주 오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주민 한 분이 “그럼. 자주 오지. 여기 와야 친한 사람 얼굴도 보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고, 차도 마시고, 우리한테는 여기가 사랑방이다”라며 “여기는 커피가 1000원이야. 세상에 이렇게 커피가 싼 데가 어디 있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전 9시까지 한정판매하는 이곳의 특별한 아침 메뉴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흑임자죽하고 계란후라이 2개, 커피까지 2천 원이다”라며 “예전에는 장항읍에 새벽같이 고기 잡으러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침 식사 대용으로 예전부터 있던 메뉴다”라고 전했다. 


그 말을 듣고 시계를 보았다.


시계가 오전 10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방에서 즐기는 특별한 아침 식사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주인아주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차마 부탁드리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왕자다방에서 나와 장항읍 창선리에 있는 닐다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40대 중반인 sbn뉴스 기자에게도 조금은 익숙한 구조의 예전 다방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는데 특히 길게 늘어선 소파와 색바랜 하늘색 테이블이 정겨웠다.



이곳에도 동네 주민 몇 분이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이날 날씨가 조금 썰렁해서였는지 연탄난로 주변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sbn뉴스 기자가 이분들과 인터뷰를 하던 중 손님 한 분에게서 장항읍 커피 역사와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 한 토막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장항읍이 커피의 메카다”라면서 “일제강점기에는 장항항에 만 톤급 이상 배들이 들어왔는데 그때 커피가 많이 수입됐다”라며 “그 당시는 먹고살기가 힘들다 보니까 배에서 커피를 훔쳐다가 파는 일이 많아서 장항읍은 다른 지역보다 커피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한때는 사교의 장으로 또 다른 시대에는 청년 문화를 선도하던 문화예술 공간이기도 했던 다방.


그랬던 다방이 이제는 구시대 유물이 되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자, 오늘은 평소 가던 커피숍을 벗어나 모처럼 다방을 찾아보자.


그러면 커피 속에 녹아있는 추억도 함께 음미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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