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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장항읍 ‘하늘 아래 첫 번째 마을’ 성주 1리 판자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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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촌’,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 등 빈민계층이 형성
화장실·우물 공동사용 등 불편 VS 이웃 간 정 넘쳐
올해, 주택정비사업...옛 모습 판자촌 볼 마지막 기회

[sbn뉴스=서천] 남석우 기자 = 이번 sbn뉴스 기획탐방에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 성주 1리 판자촌을 찾았다.


이곳은 한국전쟁 직후 조성된 곳으로 초기에는 피난민들이 천막을 치거나 판자로 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되었다. 


다른 지역 판자촌도 마찬가지였지만 판자촌 형성 초기 이곳은 구들장이 없어 가마니를 깔고 생활하기도 했고 상·하수도 및 오물처리시설 등의 미비로 마을 공동화장실·우물을 사용하며 살았다.




또한, 건물이 산비탈에 무질서하게 밀집되어 있어 항상 화재의 위험을 안고 살아야 했는데 거미줄처럼 얽힌 좁은 마을 길로 인해 화재 시 소방차 등 소방시설의 진입이 어려워 화재진화에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장점도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이웃 간의 정이다.


판자촌 주민들은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서로가 사는 형편이 비슷하다 보니 이웃 간에 교류가 많았고 이에 따라 정이 넘치는 곳이기도 했다. 



이같이 애환 가득한 판자촌은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데 장항읍 성주 1리에는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의 판자촌이 남아있다. 


봄볕이 유난히 따사로웠던 지난 9일 sbn뉴스 기자는 성주 1리 신언직 이장님과 동행하며 이곳 판자촌을 돌아봤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6. 25전쟁 당시 혈액병원으로 쓰였던 건물이 있었다.


신 이장의 말에 따르면 최근 얼마 전까지 사람이 살던 가정집이었다고 한다.


새로 올린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지붕과 파란 대문, 그리고 문 앞에 햇살을 담뿍 안고 있는 나른해 보이는 평상을 보니 혈액병원으로 치열하게 한 시대를 지내왔을 거라는 상상이 잘 안 됐다. 



이곳을 지나, 마을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갔다.


오르는 길에 집 앞 텃밭에서 나물을 캐는 마을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sbn뉴스 기자가 무엇을 캐는지 궁금해 물었다.


방풍초라고 했다.


동생이 관절이 안 좋아 동생 주려고 일부러 심었다고 한다.


가족 간에도 데면데면 지내는 요즘 세상에, 진한 형제애가 느껴져 훈훈한 마음이 들었다.


개나리가 만발한 마을 정상에 오르니 장항읍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본 장항읍은 sbn뉴스 기자가 그간 그 어떤 곳에서 보았던 장항읍보다도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올라온 왼편으로 개나리가 무성한 오솔길을 따라 다시 걸음을 옮겼다. 


개나리길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자 본격적으로 판자촌이 나왔다. 



마을 골목길은 미로처럼 구불구불 사방으로 이어져 있고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지붕을 서로 연(連)해 있었다.

하지만 이 많은 집 중 대부분은 현재 폐가로 버려져 있었다. 


멋진 경관과 아름다운 꽃길이 있는 성주 1리 판자촌.


sbn뉴스 기자는 이같이 아름다운 이곳 판자촌에서 감히 마음껏 감탄과 낭만을 언급할 수가 없었다.


그건 한때 이곳에서 힘겹고 피로한 삶을 살았을 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한편 이곳은 지난 1일 새뜰마을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올해부터 주택정비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각색되기 전 성주 1리 판자촌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이들이라면 조금은 서두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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