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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서천 마서면 도삼도원 예술촌 ‘산들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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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강길·들길 자연의 세 갈래 길 도삼(道三)리
다양한 예술시설 집합소...서천 대표 문화예술마을
썰매·보트·연날리기 등 4계절 내내 다채로운 체험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문화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충남 서천군 마서면 도삼리에 위치한 ‘도삼도원 예술촌 산들마을’에 sbn뉴스가 찾았다.

마을주민에 따르면 산들마을이 있던 곳이 원래 금강이었는데 토사가 퇴적된 위로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마을이 바다와도 인접해있다 보니 땅을 파면 짠물이 올라와 담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윗샘물’이라는 우물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는데, 멀리 화양에서까지 물을 뜨러 찾아왔다고 한다.

산들마을에는 39가구 65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밭 면적이 넓지 않아 채소는 먹을 만큼만 재배되고 주민들은 주로 수도작에 종사하며 서천의 명품 쌀인 서래야 쌀을 생산하고 있다. <편집자 주>

◇바닷길·강길·들길의 도삼(道三)리


‘도삼리’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해 마을주민 신상진 씨는 “사람들이 대대로 바닷물이 들면 바닷물 길로, 강물이 들면 강물 길로, 밭·논두렁 사이로 난 들길로 다니는 등 세 갈래 길을 이용하며 살아왔으며, 그리하여 마을 이름이 도삼(道三)이라 이름 지어지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과 들과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동무하고 계절 따라 불어오는 자연의 바람과 마주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성품이 순박하고 온화하다”라며 “산들마을 주민들은 마을길이 다듬어지고 하굿둑이 놓이기 전까지는 문화의 혜택을 받고 살지 못했는데, 어르신들께 남은 생애 문화예술의 향기를 조금이나마 맛보게 해드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과 들이 어우러져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산들마을은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하다. 계절별로 청둥오리, 기러기, 왜가리 등이 날아오는데 겨울이면 찾아온 새들로 들판 전체가 뒤덮인다고 한다.

◇다양한 예술시설 집합소...서천 대표 문화예술마을

산들마을에는 전통악기 공방, 민속도구박물관, 소운예방, 군장石갤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시설이 모여 있다.

sbn뉴스 <젊은 서천>에 소개된 ‘소운예방’ 박용운·김소연 부부도 산들마을 주민으로 마을에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이민직 이장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며 마을에 활력이 불어넣어진다”고 말했다.


박 부부를 비롯해 산들마을에는 문화예술인들이 다수 모여살고 있다. 

그 중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은 박삼식 악기장이다. 

박 악기장은 가난했던 시절 공방의 제자로 들어가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악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 악기장은 가야금 장인으로 국내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지에서 2~3억 연봉을 제시하며 모셔가려고 했지만, ‘내 나라에서 악기를 만들겠다’는 고집으로 가지 않았다고 한다. 

한 주민은 “대한민국에서 비파 만드는 사람은 박 악기장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존경을 표했다.

기자가 고액의 연봉을 제시받고 있음에도 마을을 떠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박삼식 악기장은 “이리오기까지 생각을 많이 했는데 공기도 맑고 조용히 살고 싶어서 산들마을로 들어왔다. 항상 기분 좋게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박 악기장은 주민들을 위해 7~800만 원에 달하는 가야금 5대를 기부했다고 하는데 한 주민은 “수백만 원짜리 악기는 스스럼없이 주면서 믹스 커피 주는 것은 아까워한다”라고 농을 던졌다.

마을주민들은 전주에서 박 악기장을 모셔오기 위해 4년을 쫓아다녔다고 한다. 유비의 삼고초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상진 씨는 “모셔올 때는 을도 아니고 갑을병정 중 병이었다”라며 “처음에는 다가가지도 못했지만 7년 같이 살다보니 형제사이 같이 지내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박삼식 악기장은 “지금까지 악기를 많이 만들어왔지만 항상 처음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만든다. 그렇게 만들지만 만든 악기에 대해 만족한 적도 없다”라는 장인 정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어 마을의 명물인 ‘한국근대사민속도구전시관’을 운영하는 윤여익 관장을 만나봤다. 윤 관장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물건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모은 물건이 수만 점에 달한다.

윤 관장은 “어렸을 때는 어머니, 결혼하고 나서는 아내에게 평생을 혼나고 살았다”라며 “티끌모아 태산이 됐는데 결국에는 다 나의 자산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윤 관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그의 집으로 들어서자 동(銅)으로 만들어진 둘레2.5m 무게가 20kg에 달하는 커다란 쟁반이 눈에 띄었다. 

윤 관장에 따르면 이 쟁반은 2~300년 전 아랍의 대부호가 사용하던 차(茶)쟁반이라며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한다. 아랍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보물이 가정집에서 손님 접대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렇게 귀중한 보물들로 가득한 곳이지만 주민들은 거리낌 없이 드나들었는데 윤 관장은 “주민들을 믿으니까 별말 없이 드나들어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윤 관장이 이곳에서 운영하는 민속경매장은 수요일 토요일 경매를 진행하는데 많이 올 때는 전국에서 2~300명이 찾아온다고 한다. 

한 주민은 “설날 추석 명절에도 안 쉬고 운영하는 걸 보니 신기하다”라며 “이렇게 규모가 크지만 서천주민들은 잘 모른다. 얼마 전 산들마을이 TV에 출연했는데 그 후로는 서천주민들도 많이 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4계절 내내 다채로운 체험 ‘각광’


산들마을은 봄부터 겨울까지 4계절 내내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는 썰매를 탈 수 있고 여름에는 작은 보트를 탈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신상진 씨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썰매가 부족해 인터넷으로 부랴부랴 주문했는데 창고 가득 쌓였다. 하루에 수백 명씩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현재 보트 체험장은 주변 환경개선을 위해 물 빼고 바닥 말리는 작업을 진행 중으로 오는 5월 오픈 예정이다.

6~7월 보트 체험이 끝나면 연날리기 축제를 개최하려고 구상 중인데, 산들마을은 들판이 넓고 전봇대도 없어 연날리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또 산들마을은 마을의 노래인 ‘도삼사계 아리랑’을 만들고 있는데 ‘도삼사계’라는 뜻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마을에 발자취를 남겨달라는 의미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민직 이장과 신상진 씨는 서천 주민들에게 안부를 전했는데 “서천군이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우리 서천주민들이 한평생 열심히 쉬지 않고 노력하며 살아왔는데, 이제 우리 마을에 찾아와 예술을 접하며 즐겁게 사셨으면 좋겠다. 판소리를 배우고 싶으면 ‘도삼도원 예술촌 산들마을’로 찾아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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