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7 (일)

  • 흐림서산 3.5℃
  • 대전 3.3℃
  • 홍성(예) 3.6℃
  • 흐림천안 2.7℃
  • 흐림보령 3.0℃
  • 흐림부여 3.0℃
  • 흐림금산 4.4℃
기상청 제공

종합뉴스

【신수용 칼럼】장관 후보청문회, 의혹 검증될까

URL복사

문재인 정부의 지난 2017년 조각 때다. 중기부 홍종학 장관에게는 이런 일이 있었다. 치열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4개 야당 의원에게 난타전이 벌어졌다.


그 바람에 국회 임명안 채택이 불발됐다. 그런데도 그는 임명됐다. 문 대통령은 그때 “반대 많던 장관이 오히려 일 잘한다더라”라며 임명장을 줬다.


1년 뒤, 작년 10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국회 인사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다. 


이런저런 의혹이 있는데도 해소되지 않은 채 임명됐다. 문 대통령은 이때도 “인사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얘기가 있다”라고 했다.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당시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후보자의 불법건축물이 문제가 됐다. 


그의 부인이 자신의 남매들과 지분을 나눠 가진 땅에 지어진 1층짜리 건물이 의혹의 대상이었다. 가족들과 공동 소유한 땅에 불법건축물을 지었다는 것이었다.


그때 이 후보자는 잘못을 인정하고 최대한 빨리 철거하거나 아내의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서둘러 잘못을 고치겠다고 공언했다. 


그때 그가 어느 방송에 나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철거하거나 땅에 대한 지분도 포기하라고 제가 집에 이야기했다”고 하던 말이 생생하다.


그러면 이 약속이 지켜졌을까. 시간이 지났지만, 그 건물은 그 자리에, 땅의 주인도 그대로다. 철거도 않고, 아내의 지분도 넘기지 않았는데 세입자만 발을 구르고 있다는 것이다. 


관할 지자체는 불법건축물인 만큼 지난해 12월 건축물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것이 전부다. 청문회를 모면하기 위해 둘러댄 것 아니냐는 의혹은 그대로다.


25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3.8 개각을 통해 내정한 7개 부처 장관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25일엔 최정호 국토부, 26일엔 김연철 통일부·문성혁 해수부·박양우 문체부, 27일엔 진영 행안부·조동호 과기정통부·박영선 중기부 장관후보자에 대한 검증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의혹투성이다. 전문성과 이념, 재산, 과거 경력과 발언 등 검증요인이 수두룩하다. 그렇기에 청문회가 열기도 전에 장외부터 뜨겁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현미경 검증으로 부적격자를 낙마시키겠다고 벼른다.


양당은 선거제 개혁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한 처리안건)을 놓고 날카롭다. 지난주 대정부질문에서 보듯, 전운이 감돌아 일촉즉발이다. 정치권의 음습한 기류, 그리고 저급의 정치문화뿐이다.


그렇다면 이 후보자들은 ‘춘풍추상’의 자경문( 自警文)처럼 인선됐을 까. 터져 나온 의혹을 보면 몇몇은 ‘춘풍추상’과 거리가 먼 것 같다. 의혹이 양파껍질처럼 벗겨 나오기 때문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후보자가 그중 한 명이다. 그의 시각과 막말 때문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반대나 천안함 폭침이 북의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 등 좌 편향 시각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역사적 정통성이 결여된 보수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문 대통령에게 “군복 쇼하고 있다”고 했고,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를 ‘좀비’에 비유하기도 했다.


진영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그의 부인이 진 후보자의 지역구내 '용산참사' 인근 땅을 매입, 26억 원의 분양권을 받아 16억 원의 시세차익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신은 이 주변을 ‘용산개발’을 주장, ‘이해충돌논란’도 일고 있다.


최정호 후보자 역시 ‘꼼수 증여’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3.8개각 전에 20년 넘게 보유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아파트를 장녀 부부에게 증여한 뒤 월세 계약을 맺었다.


국토부 2차관일 때는 세종시 ‘캐슬&파밀리에 디아트’ 복층 펜트하우스를 공무원 특별 분양받았다. 분양 때는 6억8000만 원이었으나 지금은 14억 원을 호가한다. 무려 7억 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었다. 


박근혜, 이명박 정권 때 인사청문회의 주 공격수였던 박영선 후보자도 의혹이 있다. 일본 등지에 여러 채의 집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재산도 43억 원을 신고했다. 


박양우 문체부, 문성혁 해수부 장관후보자의 의혹 역시 검증이 불가피하다.


여기서 기억되는 대목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2월 각 비서관실에 ‘춘풍추상(春風秋霜)’이 쓰인 액자를 선물했다. 신영복 선생이 쓴 것이다. 그는 이를 선물하며 “정부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기억을 살려, 이 글을 찾아냈다. 이글은 채근담에 있다.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대하고, 자신에겐 가을 서리처럼 엄하라‘.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에서 따온 사자성어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지난 1월 초, 이를 언급했다. 노영민 신임 실장을 향해 “춘풍추상의 자세와 국민에 대한 무한책임의 각오로 대통령 비서실을 운영해나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노 실장도 “좀 일찍 와서 방을 둘러봤는데 ‘춘풍추상’이라는 글이 걸린 걸 봤다”며 “ 비서실의 모든 사람이 되새겨야 할 사자성어”라고 했다. 


이 글귀는 문재인 청와대만 아니라, 2기 각료 모두가 담아야 할 글귀가 아닐까. 


문제는 25일부터 시작되는 청문회에서 부적격자라고 해도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을 때 인사가 철회될지 의문이다.


청문보고서가 국회에서 채택되지 않아도 지명을 거둬들일지 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그런 경우가 없어서다. 당사자가 내려놓았을 뿐, 대통령이 인사를 철회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하나마나 한 자질 검증였다. 문제가 있다는 데도 대통령은 그대로 강행했다.


이번도 크게 변하지 않을 듯하다. 한국당이 거부해도 7명을 그대로 앉힐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니 많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 인사청문회를 해야 하는냐, 나아가 제도를 존치해야 하느냐는 고민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청문회 무용론 때문에 검증을 포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철저한 준비와 냉철한 비판만이 청문회의 기본의무다. 확실한 증빙자료와 법·규정을 토대로 묻고 답해야 한다.


무조건 터뜨리고 보자식은 곤란하다. 확실한 근거 없는 카더라식 의혹 부풀리기나 프라이버시 침해는 오히려 역효과다. 


여러 매체에서 보도된 의혹 확인 수준이어서도 안된다. 또 아니면 말고 식의 청문은 그쳐야 한다. 전문성과 자질, 경륜 등을 제대로 검증하는 게 생산적인 청문회다. 그게 춘풍추상의 초심인 것이다.


4.3 보궐선거에서 이뤄지는 당리당략 식 의혹 터뜨리기는 그래서 지양되어야 한다. 반대로 여권의 무조건 후보자 엄호는 민의의 전당에서 있어서는 안 된다. 입법부의 책무를 저버리는 까닭이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자질, 경륜 등을 제대로 검증하는 게 생산적인 청문회다. 그게 춘풍추상의 초심인 것이다. 후보자들을 낙점한 대통령의 역린(逆鱗)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책무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검증은 하나마나다.





포토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