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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탐방】추억에 몸을 담그다!...서천 장항읍 ‘동네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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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읍, 80년대 대중탕 6곳→현재 스마일·삼풍·낙원 3곳
‘동네 목욕탕’ 2000년대 들어서 샤워·찜질방문화에 쇠락
추억어린 ‘동네 목욕탕’...단돈 6000원에 누리는 ‘소확행’


[sbn뉴스=서천] 남석우 기자 = 70~80년대 대중목욕탕은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이었다.

개인 욕실이 흔하지 않던 그 시절, 집에서는 목욕할만한 공간도 여의치 않았고 기름값 아까워 뜨거운 물 한 번 마음 편히 쓰지 못하는 가정이 많았다.

이에 많은 사람이 대중탕을 찾았는데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가족이나 지인과 환담을 하기도 하고 서로 등을 밀어주며 정을 나누기도 했다.

대중탕의 전성기는 경제발전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기 시작하는 70~80년대를 꼽을 수 있는데 명절이라도 돌아와 손님이 많을 때는 옷장이 부족해 바구니에 옷을 보관해야 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탕은 가정에 샤워시설이 보편화 되던 90년대에 들어서며 목욕문화에서 샤워문화로 바뀐 데 이어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찜질방문화에 자리를 내주게 되는데 이 무렵부터 동네 목욕탕은 쇠락의 길을 걷는다.

sbn뉴스에서 대중탕의 옛 자취를 찾아 충남 서천군 장항읍을 찾았다. 

90년대 까지만 해도 장항읍에는 여섯 곳의 대중탕이 운영될 정도로 목욕탕이 호황을 누렸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에 들어서며 장항읍 인구가 급감하는 등 장항읍 쇠퇴가 이어지며 대중탕의 운명도 그와 궤를 같이했는데 현재 장항읍에는 스마일·삼풍·낙원 세 곳의 대중탕이 남아있다.


세 곳 중 스마일 목욕탕을 찾았다.

목욕탕 입구에 들어서니 사람들의 출입이 적어서인지 조금은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난 80년대부터 이 자리에서만 30여 년째 목욕탕을 해오고 있다는 이곳 대표는 “예전에 장항제련소 있고 장항선 다니고 할 적에는 장항에 사람도 많고 경기도 좋아서 목욕탕도 잘됐다”라며 “지금은 도무지 사람이 있어야 장사도 되고 하는 것인데 사람이 없으니 무슨 장사가 되겠느냐”라고 푸념했다. 

매표소 앞에서 이곳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할머니 한 분이 목욕 바구니를 들고 들어섰다.

할머니는 집에서부터 돈을 미리 준비해 오셨는지 두 번 접은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세보지도 않고 주인에게 건네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탕으로 들어가셨다.

주인과 손님 간에 오랜 신뢰가 묻어나는 그야말로 동네 목욕탕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잠시 목욕탕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중에 엄마와 어린 여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들어왔다.

아이는 한눈에 보기에도 4~5살 정도로 어려 보였다. 

예전에는 큰 아이인데도 엄마가 나이를 낮춰 말해 매표소 앞에서는 아이의 나이를 두고 간혹 주인과 손님 간에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심심찮게 있었는데 이런 일에 익숙한 주인은 아이에게 “아유 이쁘네, 우리 아기는 몇 반이고?”라고 물으면 아이는 눈치도 없이 천진난만하게 “1학년 3반입니다”라고 말해 많은 대한민국의 엄마들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모녀를 보니 sbn뉴스 기자도 여렸을 적,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다녔던 때가 생각났다.

본 기자는 어릴 때 목욕탕에 가는 게 싫어서 가지 않겠다고 버티고는 했는데 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어린 아들의 손을 꼭 붙들고 잡아끌 듯 데려가셨다. 

그렇게 목욕탕에 가면 어머니는 그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아들에게 항아리 모양의 바나나 맛이 나는 우유를 사주시고는 했는데 아이는 우유를 맛있게 먹고는 그 우유병으로 물장난을 하며 먼저 때를 미시는 어머니 곁에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공포의 때 미는 시간이 돌아왔는데 유난히도 팔 힘이 좋으셨던 어머니는 어린 아들에게 “이 국수 가락처럼 나오는 때 좀 봐라”라며 사정없이 때를 미셨는데 아이가 아파서 움직이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등짝 스매싱이 날아들고는 했다. 

최근 불어오는 바람과 내리쬐는 햇볕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봄을 맞아, 오늘은 가까운 동네 목욕탕을 찾아 겨울 동안 묵었던 때도 밀고 그곳에서 운 좋게 동네 이웃이라도 만난다면 서로 등도 밀어주고 수다도 떠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려보는 건 어떨지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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