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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자전거 물결 넘실대던 70·80년대 서천 장항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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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장항제련소·풍농 등 ‘자전거 출·퇴근’ 인산인해
홍성학 씨, “비인·한산·판교에서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홍 씨, “장항읍 자전거포 18개→5개, 영화롭던 시절 옛일”


[sbn뉴스=서천] 남석우 기자 =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자전거가 물결치던 시절이 있었다.

70~80년대 장항읍은 장항제련소, 풍농장항공장 등 산업시설과 3만이 넘는 인구로 한때 전성기를 누렸다.

이러한 장항읍 호황기의 주역은 단연 장항읍 근로자라고 할 수 있는데 장항읍 한 주민은 “장항제련소 월급날인 매달 7일이면 장항읍이 들썩일 정도였다”라며 “그때는 장항제련소가 장항 사람 참 많이 먹여 살렸다”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한편 장항읍에서 40여 년간 자전거포를 운영해오고 있는 홍성학 씨는 “80년대 까지만 해도 장항제련소 직원이 1300명 정도였는데 제련소에서 직원들에게 출퇴근용 자전거를 무상으로 지급했다”라며 “장항제련소에 매년 자전거 180대 정도를 납품했다”라고 말했다.


지금으로 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자전거 무상지급은 그 시절에는 상당히 파격적인 근로 복지였다고 할 수 있는데 쌀이 귀하던 때에 쌀 두 가마니 값에 달하는 자전거를 전 직원에게 무상으로 지급한 것은 그 시절로 보면 이례적이라 하겠다. 

그래서였는지 70~80년대 장항읍은 유독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아 출퇴근, 등하교 시간이면 어김없이 자전거 무리가 구름처럼 몰려다녔다고 하는데 홍 씨는 “그때는 장항읍이 도로도 안 깔려있고 차도 안 다녀서 자전거가 가장 편한 교통수단이었다”라며 “비인, 한산, 서천읍은 물론이고 멀게는 판교에서까지도 자전거를 타고 제련소나 풍농으로 출퇴근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때는 새 학기에는 자전거 수요량을 여기서 다 감당하지 못해서 다른 지역에서 가져다 팔아야 할 정도였다”라며 “지금은 학원 차가 아이들을 다 실어 나르다 보니까 여름에도 한 달에 자전거 한두대 팔기도 어렵다. 예전에는 장항읍에 자전거포가 열여덟 군데나 있었는데 지금은 다 없어지고 남아있는 곳은 나 같이 나이 먹고 소일 삼아 하는 5~6개 점포밖에는 남지 않았다”라고 푸념했다.

40대 중반인 sbn서해신문 기자가 처음 자전거를 배운 건 또래보다 조금 늦은 중학교 3학년에 이르러서였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어머니를 졸라 내 인생 첫 자전거를 샀다.

그 후 그 자전거는 다른 지역으로 대학을 다니기 전까지 내 고등학교시절 3년간의 통학을 책임져 주었다.

그때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할 때의 그 상쾌했던 기분은 지금 자동차를 타고 달리며 느끼는 상쾌함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는데 자전거와 내가 하나가 된 듯 페달을 구르며 바람을 가르노라면 그 시절 어린 나는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벅찬 기분에 들뜨곤 했다.

60년대에는 산업용으로, 70~80년대에는 출퇴근·통학용으로 쓰이던 자전거.
자전거출퇴근은 이제는 마치 먼 과거의 유물 같이 되어 레저용이 아니고서는 자전거 탈 일이 그다지 많지 않게 되었다.

환경오염으로 날마다 미세먼지에 시달리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맑은 공기를 가르던 그 시절 자전거의 물결이 새삼 그리움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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