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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 칼럼】선거제 개혁, 힘센 자가 더 양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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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에 대기업 A 매장이 들어섰다.  골목엔 이미 B, C 마켓이 있다.  이들은 A가 들어서면서 늘 싸웠다.

 돈과 조직, 홍보가 막강한 A가 우위다. 그러니 A 매장이 골목상권을 쥐락펴락했다.


반면 B, C 매장은 설자리를 잃어갔다. 결국 '불공정'을 항의하며 비난했다. 주민들이 나서 이들의 합의를 요구했다. A 매장은 물건값, 영업시간, 세일 기간, 주차문제 등을 놓고 B, C와 협상을 했다.


말이 협상이지 A는 미적댔다. 재력과 조직, 홍보를 앞세워 자생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십여 차례 모였으나 "네가 양보하라"라고 줄다리기만 했다.


답은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보다 더 양보하면 될 일이었다. 힘센 A가 힘없는 B, C에게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니 될 일인가.


우리 정치권이 그렇다. 내년 4월 제21대 총선을 1년 1개월여 앞두고 정치개혁의 중심인 선거제도협상이 그것이다. 디데이(D-day)는 지난 15일까지였다.


내년 4월 제21대 총선 선거일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확정해야 법적으로 효력이 있다. 때문에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늦어도 15일까지는 선거제도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했었다.


그러나 여야정쟁으로 선거구 기준에 대한 논의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지금의 정국 상황으로서는 사실상 무산된거나 마찬가지다.


청와대 특별검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과 기재부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 의혹과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법정구속을 놓고 칼끝 대치뿐이다.


  김 지사의 판결을 놓고도 '재판 불복'과 '대선 불복'으로 다투니 후진정치다. 한국당은 이 사건 모두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보이콧한 상태다.  민주당은 그 반대다. 여기에다 한국당 의원들의 '5.18 폄훼'로 배배 꼬였다.

양당의 대치 때문에 선거제도 협의는 깜깜하다. 국회 정개특위(위원장 심상정)가 지난해 10월부터 활동했으나 허사다. 두 당이 시간만 끌자 한때 야3당(바른 미래당·민주 평화당·정의당)이 나섰다.


이들은 의석수를 10%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시했다. 손학규 바른 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농성도 벌였다. 국민도 양당을 압박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만났다. 그리고 1월 중에 선거제 개편 논의를 합의했다. 하나 한 발도 못나간 채 그것이 전부다. 핵심은 의원 정수 조정 여부,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 조정, 비례대표 선출 방식 등이다.


야3당의 공격에 직면한 민주당은 그제야 안을 냈다. 현행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100석인 안이다. 지역구 1석 축소도 어렵다. 한데 무려 53석이나 줄이자니, 가능할까.  한국당은 그나마 안조차 내지 않았다. 불거진 의혹에 대해 여권이 특검 및 국정조사로 답해야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시간이 없는 선거제도 개혁. 이대로 끝난다면, 정치권은 국회개선, 정치개혁을 말하지 말라. 그중에도 민주당과 한국당은 변명하지 말라. 아니라면 적극 나서라.  덜 가진 야3당에 양보를 요구하면 곤란하다.


오만을 버리고 양보할 때 타협이 된다. 힘센 자가 더 많이 양보할 때만이 미래가 있다. 양당은 그 꼼수를 버려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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