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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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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어느 신문사 책임을 맡았을 때 Y 전 장관이 책을 보내왔다.  ‘관자(管子)’라는 고전이다


지은이는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인 관중(管仲)이다. 그의 존칭이 관자다. 그 책의 제52편에는 왕과 신하를 일곱 유형(七臣七主)으로 나눴다.


이 중에 신주(申主) 하나만이 올바른 군주다. 다른 6개 유형은 나쁜 군주라고 규정했다


신주, 신실한 군주는 형세에 순응하고 필연적 법칙을 지켜 항상 지켜야 할 법도로 삼는다(申主 任勢守數以爲常)’, ‘가깝고 먼 곳의 사정을 두루 들으며 끊임없이 나랏일을 밝게 살핀다(周聽近遠以續明)’고 적었다.


반면 혜주(惠主:지나친 관대함으로 국고를 탕진하는 리더), 침주(侵主:법과 제도보다 개인감정에 따라 결정하는 리더), 망주(亡主: 사욕에 빠져 나라를 어지럽히는 리더), 노주(勞主:일의 성과 없이 벌이기만 해서 조직을 피곤하게 만드는 리더), 진주(振主:신하를 공포에 떨게 해 반발을 부르는 리더), 망주(芒主:신하를 믿지 않는 리더)는 그릇된 리더의 유형이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Y 선배는 편지지의 반쯤 쓴 글에서 이를 곁에 두고 읽으라고 했다. 언론사 책임자로 책을 읽고 또 읽으면 조직을 잘 이끌 거라면서 말이다


서신 말미에 조직의 책임자는 사회 책임이 막중하니 리더가 될 것이냐, 보스가 될 것이냐를 두고 고민해 보라고 덧붙였다.


요즘, 이 말이 불현듯 떠오르는 것은 대한민국의 리더십 때문이다. 대통령들의 수난을 경험한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해 서다


두 명의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신세이고, 사법부의 수장이던 대법원장도 구속 위기에 놓인 상황 때문이다. 군 의회 의원들이 해외 출장지에서의 일탈도 그 하나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작년 6.13 지방 선거까지 여권으로 기운 운동장이 수 십 개월째다. 17개 시·도지사와 교육감도 그렇다. 몇 사람 빼고는 여당 일색이다.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끼리끼리 같은 편 뿐이라, 중앙이든 지방이든 권력의 독주가 심각하다. 감시와 견제가 약해진 지금, 올바른 리더십이 절실해진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오만 해저 부패하기 쉽다. 조직마다 리더에게 (NO)’라고 말할 지혜로운 참모가 필요한 것이다.


엊그제, 충북 출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제2기 청와대 참모 진용이 새로 짜였다. 정무·홍보팀도 바꿨다. 국정의 새 면모를 보이려는 것이다. 줄을 잇던 청와대의 기강 해이를 다잡기 위한 포석도 있다.


새 판은 친문’(친문재인)계로 채워졌다. 집권 3년 차인 문 대통령이 손발이 맞는 참모진 구성은 국정의 성과 때문이다. 장악력을 높여, 개혁을 가시화하려는 취지다.


그렇지만, 참신성은 떨어진다. 청와대 참모조직은 그 구성원들의 상징성 또한 크다. 그렇지만, 참신성은 떨어진다. 그래서 노 실장의 책무는 매우 무겁다


그는 원조 친문이다. 알다시피 문 대통령과 정치적 고락을 같이해왔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지난 5.9 대선 때는 캠프 조직책임자였다.


문재인. 노영민의 팀워크은 중요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 청와대와 정부, 청와대와 야당 간 다양한 갈등과 현안을 조율하는 일이 먼저다


무엇보다 야당 등 각계각층과 폭넓게 소통하며 문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것이다. '예스맨'은 곤란하다. 그에게는 포용력과 친화력, 결단력이 이래서 중요한 것이다.


노 실장은 취임하자마자 자제령부터 내렸다. 첫 번째는 청와대 직원들의 개별적 발언이나 SNS 사용을 자제시켰다. 현안과 관련한 개별적 발언이 보도되거나 알려지면,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두 번 째로 주문한 것은 문대통령의 저녁의 삶을 주자고 했다. 그렇기위해 대변보고를 줄이자는 것이다. 어짜면 자제 일수 있다. 대면보고가 많다보니 문 대통령의 퇴근이 늦어진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택한 것은 전 대통령의 대면보고의 부실 때문이다. 아마 박근혜 전 대통령때 대면보고가 적고 서면보고에 치중하는 바람에 국정이 농단됐기에 대면보고를 택했다이런 점이 지금은 문 대통령의 업무시간을 늘린다는데 노실장은 지적한 점이다.


노 실장의 이런 지적도 일리는 있다. 대통령제를 택한 나라에서 대통령의 성공은 국가의 성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옳지 못한 판단으로 빚어진 불행의 상당수는 참모들의 '(NO)가 없어서다. 그게 없이, 맞장구를 친 것이 문제였다.


더구나 올해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침체된 민생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문제, 북한 비핵화 문제 등이 기다리고 있다. 


노 실장과 참모진은 이 모든 현안을 꼼꼼히 챙기는 보좌부터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설령 귀를 닫고 고집을 피운다 해도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해야 한다.


지지난해 525, 보름 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첫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때가 생각난다. 문 대통령은 회의엔 미리 정해진 결론이 없고, 배석한 비서관들도 언제든지 발언할 수 있다받아쓰기는 이제 필요 없다라고 말했다.


이때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통령님 지시사항에 이견을 내도 되느냐라고 물었다문 대통령은 대통령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되느냐가 아닌 의무라고 되받았다. 잘못된 국정을 보고도 참모들이 입을 닫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문대통령의 당부는 세 가지였다 대통령 말이라고 무작정 받아쓰지 말라, 수석이나 보좌관의 배석자들도 듣지만 말고 소신을 말하라, 미리 결론을 정하지 말고 활발하게 토론하자는 것이다. 아니면 'NO'를 말하라는 것이다. 신선함을 넘어 파격이다. 지금 이게 노 실장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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