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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장항읍 근대 산업화의 유산 ‘슬래그 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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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제련소의 부산물 ‘슬래그’로 만든 아름다운 벽돌
슬래그 벽돌로 건축된 건물을 만날 수 있는...‘장항읍’
일본의 ‘이누지마 세이렌쇼 미술관’...부러움&씁쓸함



[sbn뉴스=서천] 남석우 기자 = sbn서해신문 기자는 20여 년 전 친구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다.

친구는 벨기에 브뤼셀의 어느 거리를 걸으며 “유럽에 오면 이렇게 벽돌을 깔아 만든 길을 꼭 걷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때 친구의 말을 sbn서해신문 기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개인의 취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유럽까지 와서 고작 길을 걷고 싶었다니!’

지금도 그 말에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는 sbn서해신문 기자는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다.

“친구야 벽돌 깔린 길 때문에 멀리 유럽까지 갈 필요 없다. 동백대교 타고 5분만 오면 장항읍에도 있다”라고 말이다. 

충남 서천군 장항읍은 지금은 한적한 어촌마을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1980년대 까지만 해도 이곳은 어업·농업은 물론 상업·산업 분야 등 다방면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호황기를 누렸다. 

지금도 장항읍에 가보면 장항읍의 전성기를 떠올릴 만한 근대유산의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슬래그 벽돌이다. 

장항읍에는 유난히도 이 슬래그 벽돌로 지은 건축물이 많은데, 당시 장항제련소에서 금속을 녹이고 남은 슬래그로 벽돌을 만들어 건물을 지었기 때문이다.

sbn서해신문에서 근대 산업화의 산물인 이 슬래그 벽돌을 만나러 장항읍을 찾았다.

장항읍에는 현재까지도 슬래그 벽돌건축물이 마을 곳곳에 있어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쉽게 이를 찾아볼 수 있는데 서천경찰서 맞은편에 가면 슬래그 벽돌과 붉은벽돌을 함께 사용해 지은 옛 미곡 보관창고 건물이 있다.



이 건물은 현재 벽체만 앙상하게 있을 뿐 지붕이나 창문 등 건물을 이루는 여타 다른 구성 부분이 없어 건물이라 하기에도 민망하지만, 슬래그 벽돌 건축물의 표본으로서는 그리 나쁘지 않다.

특히 슬래그 벽돌 특유의 은은하게 감도는 검은빛과 붉은벽돌의 조화는 세월의 멋스러움까지 더해져 예술적 분위기마저 풍기는데 sbn서해신문 기자는 ‘이 건물을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활용해도 참 멋지겠다’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이곳에서의 감상을 마치고 sbn서해신문 기자는 장항중앙초등학교 뒤편을 더듬다가 슬래그 벽돌 담장이 길게 뻗은 한 주택을 만났다.



이 집은 sbn서해신문 기자의 키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담장이 야트막했는데 개인주의가 만연해 점점 담을 높게 쌓아가는 요즘 세상과 대비돼 더욱 친근함이 더했다.

또 일반 주택가에서는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나무 대문이 정겨워 허실 삼아 문을 밀어보니 힘없이 문이 열렸다. 

가만히 보니 대문에는 애초부터 이렇다 할만한 잠금장치가 없었다.

오지랖이 넓은 것인지 속세의 때가 묻어서인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다시 자리를 옮겨 이번에는 장항읍 슬래그 벽돌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장항제련소가 있는 장항읍 장암리로 갔다.



이곳에서는 장항제련소를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슬래그 벽돌이 다른 어떤 곳보다 특별하게 다가왔다. 

벽돌길을 따라가다 보니 벽에 붉은 페인트로 쓰인 ‘방첩’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sbn서해신문 기자는 문득 어릴 적 학교 과제로 반공 포스터를 그리던 기억이나 잠시 미소를 지었다. 

일본에 ‘이누지마 세이렌쇼’라는 세계적인 미술관이 있다.

이 미술관이 있는 이누지마 섬은 1910년 무렵 한때 구리제련소가 들어서며 일본 산업화를 이끌기도 했는데 산업폐기물 등 오염 물질로 인한 환경 파괴와 제련소 폐쇄로 폐허가 되었다.

그렇게 버려진 섬은 일본의 한 사업가의 주도로 지난 2008년 ‘이누지마 세이렌쇼 미술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는데 슬래그 벽돌의 내장을 그대로 살려 건축한 조형미는 현재까지도 세계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닮은 듯 너무도 다른 장항읍과 이누지마.

부러운 한편 씁쓸함이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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