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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유구한 역사와 소박한 마음이 공존하는 한산면 ‘고촌리’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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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 이색 선생의 자취...문헌서원의 옛터, 이종선 효자비
부드러운 산세를 가진 기린봉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마을
마을에 생기를 주는 원동력 ‘협동심’으로 따듯한 화합 이뤄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동서를 아우르는 고즈넉한 산자락이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충남 서천군 한산면 고촌리에 sbn서해신문이 찾아갔다.

고촌(枯村)은 고려 후기의 문인인 목은 이색 선생이 잉태되자 땅의 기운이 뽑혀가서 마을의 나무들이 일시에 말랐다가 다시 소생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고촌리는 법정으로 옆 마을인 죽동마을까지 아우러 죽촌리라고 불렸으나, 행정편의상 고촌마을과 죽동마을로 나뉘어 졌다. 

고촌리에는 현재 38세대 68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지형 상 평야지대가 별로 없어 예로부터 논농사는 많이 짓지 않았고 주로 밭농사를 지어왔다고 한다. <편집자 주>


◇부드러운 산세를 가진 기린봉에 포근하게 안겨있는 마을


“산이 기이하고 물이 고와 기린봉은 북쪽에 진산이 되어 있고···” 이파의 취읍정(翠邑亭) 기문에 소개된 기린봉이다.

200m 남짓한 기린봉은 산세가 부드러워 포근하게 고촌리 마을을 감싸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충남 청양·경기 광주 지사장을 하고 정년퇴임 후 고향에 돌아온 이장 하창호(72) 씨는 “마을이 온화하고 경관도 좋아서 이곳에 주저앉는 사람이 많다”라며 “최근 5년 새 12명이 우리 마을로 귀촌했는데 귀촌인과 원주민들의 관계가 아주 좋고 유대도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따듯한 매력을 가진 고촌리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창조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5억을 교부받았다고 한다.



마을은 사업을 통해 기린봉 등산로에 야자매트를 깔아 오르내리는데 어려움이 없게끔 조성했고, 또 고촌저수지에는 황토포장으로 둘레길을 형성했는데 둘레길 따라 처진 갈빛 울타리 아래에는 노란 꽃을 피우는 ‘천인국’을 식재해 경관이 멋지다.

이어 지저분한 돌담을 허물고 자연석을 쌓아 벽을 만들고, 주민들의 왕래가 잦은 마을 어귀에는 팔각정을 설치했으며, 전에는 을씨년스러웠던 창고에는 학동(學童)들이 공부하는 벽화가 화사하게 그려져 있다.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던 마을회관 앞에는 쓰레기 분리수거장과 함께 작은 공원을 조성했다. 공원에는 운동시설과 간이쉼터가 있는데 어르신들이 잡초 뽑느라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포장되어 있다.


◇ 목은 이색 선생의 자취...문헌서원의 옛터, 이종선 효자비


고촌리 마을은 목은 이색의 아버지인 가정 이곡의 출생지로 그들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위패가 모셔진, 지금은 기산면 영묘리로 이전된 문헌서원이 있던 곳이다.

문헌서원은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1871년, 고종 8)으로 인해 철거됐다. 마을 전경이 바라보이는 언덕에 오르면 지금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평탄하지만 문헌서원 옛터는 방치되어 대나무들로 우거져 있었는데, 하 이장에 따르면 10여 년 전 서천군에서 3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평탄 작업을 했다고 한다.



평탄작업 전에는 이곳에 문헌서원 주춧돌이 있었고 당시에 이장은 이를 보존하자고 했었다. 하지만 군 문화관광과는 보존가치가 없다며 주춧돌을 없애버렸다.

그래서 이곳에는 차갑게 시멘트가 부어져있는 서원의 옛 계단과 150여년의 세월을 홀로 서있던 ‘문헌서원 유허비’(文獻書院 遺墟碑)만이 남아있다.



서원 옛터가 있는 언덕에서 10여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이색 선생의 셋 째 아들인 이종선의 효자비가 있다.

목은 이색이 서울에서 벼슬을 하다가 죽었을 때, 그의 셋째 아들 양경공 이종선(李種善)은 장사를 치르고 아버지의 시신을 모시고 와서 여묘 살이(부모가 죽었을 때 자식이 무덤 근처에 초막을 짓고 살며 무덤을 지키는 것) 3년을 했다고 한다.

그 효성은 조정에 까지 알려져 태종 이방원은 효자비를 하사했다.

‘이종선 효자비’는 지난 2007년 충남도 문화재로 지정됐다. 이 효자비도 문헌서원 옛터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대나무 숲에 방치되어 있었는데, 하 이장이 한산이씨 대종회에 건의를 해서 새로 세운 효자비와 함께 보존되고 있다.

하 이장은 “고촌리가 한산이씨의 발원지라는 것을 알려 마을이 발전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촌리 마을에 생기를 주는 원동력 ‘협동심


고촌리 마을은 매년 12월 22일 동짓날 마을총회가 열린다. 총회에서는 윷놀이를 하며 따듯한 팥죽 그릇을 나눈다. 정월대보름에는 모여서 또 윷놀이를 하고 잡곡밥을 나눠먹는다.

이렇게 마을 주민이 모두 모여 하는 공동식사가 연 20회 이상이나 된다고 하니 고촌리 마을의 협동심을 여기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 이장은 이런 마을의 협동심으로 ‘마을소득사업’을 획득하기 위한 구상 중이다. 그는 “사업을 하다보면 귀농·귀촌인들이 마을에 들어와 인구가 늘어나는데 도움이 된다”라며 “인구증가로 지역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주변 이장들에게도 마을가꾸기 사업에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새로 부임한 면장과 함께 더욱 좋은 한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주민들에게도 “교육받으러 다니고 선진지 견학 다니고 하면 고될텐데 믿어주셔서 여기까지 왔다. 모든 것은 주민들이 만든 것이다”라고 전했다.

고촌리 성인자(여·74) 어르신은 “이장님이 마을에 와서 잘하니까 너무 좋지유. 우리 이장님은 뭣이고 잘하셔요. 마을도 깨끗이 하게끔 하고 참 좋으셔요”라고 전했고 이어 최영자(여·77) 어르신은 “우리 마을은 뭘 내다팔지를 몰라, 서로 노나 먹구 사이좋게 살어”라고 말했다.

고려시대로부터 이어진 역사의 위상과 주민들의 협동심이 감동적인 고촌리(枯村里)마을. 그 역사와 마음이 앞으로도 무궁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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