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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서천초 김영남·비인초 문영숙 부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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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나란히 서천으로...바뀌는 환경에 아이들 걱정 앞서기도
김 교사, “나의 가르침이 아이들의 행복한 삶 위한 밑거름 되길”
김 교사 부부, “서천은 설렘을 주는 곳, 연인처럼 애정 다할 것”



[sbn뉴스=서천] 남석우 기자 = 충남 서천에서 나란히 교사로 근무하는 부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서천초등학교와 비인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김영남(46)·문영숙(46) 부부다.

인터뷰에 앞서 부부의 애정이 남달라 보여 결혼 몇 년 차인지를 물었다. 

이에 김 교사는 “올해로 26년째 연애 중이다”라고 말해 sbn서해신문 기자를 잠시 당황케 했다.

이에 대해 잠시 들어보니 부부는 만남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는데 전북대학교 자원공학과 93학번 동기로 입학한 이들은 같은 해 과 커플로 이어져 그 후 8년간 연애를 하고 2001년 결혼했다고 한다.

sbn서해신문 기자는 ‘과연 8년간의 연애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요즘 같이 연애도 결혼도 패스트푸드처럼 가볍게 다루어지는 세상에서 한 번의 만남을 이렇게도 소중히 간직해온 부부를 보니 이들의 교사로서의 모습이 새삼 더욱 궁금해졌다. 

부부는 김 교사가 2009년, 문 교사가 2005년부터 교단에 서 오고 있는데 동료 교사들보다 조금은 늦은 시작이었다.  이들이 전공도 경력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교사라는 직업을 뒤늦게 선택한 데에는 사실 경제적 안정이라는 부분이 가장 컸다.

김 교사 부부는 그 해결책으로 교대 진학을 결심하는데 그 무렵 토목기사 1·2급, 화약 기사 2급 등의 자격증을 갖고 있던 김 교사가 건설회사에 다니며 문 교사의 교대 입학을 지원해 문 교사가 2001년 전주교대에 입학했고, 김 교사도 2003년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 

교대 졸업 후 문 교사는 2005년 보령 천북초등학교에서 교사로서 첫발을 내디디고 그곳에서 2년 근무 후, 서천초등학교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남편인 김 교사가 목포로 발령을 받게 되면서 부부는 목포에서 7년간 지내다가 지난 2017년 운명처럼 다시 서천으로 오게 됐다.

서천으로 발령받고 제일 먼저 아이들(김재희 남 15, 김진희 여 12) 걱정이 앞섰다는 부부는 “특히 큰애가 서천으로 전학 오기 전에 ‘나 여기 친구들 너무 좋은데 헤어지기 싫다’라고 말해 내심 걱정도 되고 아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학교가 너무 재미있다’라며 적응을 잘하고 있어 안심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교직에 있는 소감을 밝히며 “처음에는 아내의 권유와 경제적 안정 때문에 교직을 선택했는데 지금은 ‘학창시절에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라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을 느낀다”라며 “나의 가르침이 아이들의 행복한 인생을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 문 교사는 “학기 초에는 아이들이 너무 아기 같아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지 걱정을 하는데 일 년이 지나 훌쩍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라며 “크리스마스 때나 스승의 날에 아이들이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쓴 카드를 볼 때면 ‘내가 아이들에게 충분히 사랑을 줬을까?’하고 자문(自問)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처음 교단에 섰을 때는 교사라는 직업을 수행하기에 급급했는데 해를 더해가며 오히려 교사라는 직업이 더 좋아진다”라며 “내가 엄마가 되어 내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현 교육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는데 “요즘 아이들이 형제들 없이 하나나 둘씩 크다 보니 자기중심적·개인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라며 “공부도 중요하지만, 인성적인 부분에서 성숙한 아이들로 자랄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 함께 가정에서의 교육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김 교사는 “내가 열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교육하려고 해도 부모님이 아이에게 무관심하거나 협조해주시지 않을 때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라며 “반 아이중에 2학년인데도 한글을 몰라 학습을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가 있어서 어머님께 ‘방학 때라도 집에서 아이에게 한글 학습을 꼭 시켜서 3학년에 올라가면 아이가 학습에 어려움이 없도록 협조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는데 부모님께서는 ‘시간이 없다’라고 딱 잘라 말해 큰 실망감을 안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사는 “요즘에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함께 사교육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한번은 아이가 숙제를 안 해와서 ‘남아서 숙제하고 가라’고 했더니 아이 엄마가 ‘학원가야 하니까 보내달라”고 하기도 했다“라고 말해 공교육 경시 풍조를 우려한 한편 학부모들의 교권 침해에 대해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문 교사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는 시골 학교의 현실을 전하기도 했는데 “학교에 아이들이 많지 않다 보니 아이들이 폭넓은 교우관계를 갖지 못해 아쉽다”라며 “2학년 교과 마지막에 ‘3학년이 되면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우리는 새로운 친구가 없는데요’라고 말해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부부는 “서천에 온 지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아서 서천이 아직은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모르는 만큼 서천은 우리에게 설렘을 주는 곳이다”라며 “사랑하는 연인을 알아가듯 서천을 알아가는 일에 애정을 다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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