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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우리나라 여성사회복지시설의 발원지 장항읍 ‘김옥선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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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의원, 19살 때 사재 털어 ‘김옥선 가옥’에 ‘에벤에셀 모자원’설립
근대역사 담은 ‘김옥선 가옥’...바다 풍경·은행나무·세월의 흔적 등 볼만
마을 한 주민, “방치되어 아쉽다. 근대 문화유산으로 보존·개발” 기대해



[sbn뉴스=서천] 남석우 기자 = 1970년대 서슬 퍼렇던 박정희 정권 아래 유신체제를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선 국회의원이 있다. 우리에게 남장 여성 국회의원으로도 잘 알려진 김옥선(84) 전 의원이다.

지난 7·9·12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은 제9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유신정권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으로 규탄했다. 

이에 당시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의 야유로 정회가 선포되어 김 전 의원은 발언도 마치지 못하고, 일부 발언은 속기록에서 삭제되기까지 했는데 ‘김옥선 파동’이라 불리는 이 일로 그녀는 의원직을 내놔야 했다.



충남 서천군 장항읍 원수리에 가면 서천 출신인 이 김옥선 의원의 가옥이 있다.

일제 강점기 객주였던 이곳은 해방 후 국가가 인수해 개인에게 매각한 적산 가옥으로 김 전 의원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군경미망인과 그 자녀의 자립을 위해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사회복지시설인 ‘에벤에셀 모자원’을 설립했다. 

그녀의 나이 고작 열아홉에 개인재산을 털어 1953년 12월 8일 처음 문을 연 이곳은 이후 한부모 가족들의 든든한 보금자리가 되었는데 그 아름다운 역사는 이 가옥 인근에 신축한 ‘에벤에셀 모자원’에서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sbn서해신문 기자가 ‘김옥선 가옥’을 찾았다. 

장항읍 원수리 동부교회 주차장에 들어서니 그 안쪽으로 가옥이 펼쳐졌다. 눈앞의 가옥을 보니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몸에 새긴 노인과도 같았다. 

외벽은 군데군데 떨어져 속살을 깊이 드러내었고 지붕이며 창문 어디 한군데 성한 곳이 없었다.

마당으로 들어섰다. 마치 비밀의 화원에 들어서듯 사뭇 조심스러웠다. 주차장을 넘어 불과 몇 발자국 들어섰을 뿐인데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했다. 

마당에 들어서 여기저기 둘러보니 세월의 흔적이 집안 가득했다. 세월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그 같은 일이 이곳에서는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 담장 너머로 바다가 펼쳐졌다. 시야 왼편으로는 곧 개통을 앞둔 동백대교가 시원스럽게 뻗어 있고 그 시선은 그대로 군산까지 거침없이 달렸다.

의외의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한 참으로 행운과도 같은 멋진 풍경이었다. 마당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수령이 얼마인지 모를 은행나무가 홀로 높이 솟아 있었다.

그리고 나무 꼭대기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새가 커다란 둥지를 틀고 있었다. 

집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려 하니 가시덤불이 무성해 쉽지가 않았다. 그 가시덤불을 어렵사리 헤치고 들어가니 집으로 들어가는 문들은 모두 자물쇠로 잠겨있었다.



집안을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집이 너무 낡아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다.

sbn서해신문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 나오는데 발걸음이 무거웠다.

오랜 역사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마당에는 서해의 멋진 풍경과 은행나무가 있는 ‘김옥선 가옥’이 마치 버림받은 노인처럼 눈길 한번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다.

이에 대해 원수리 마을 한 주민은 “이렇게 오래된 집을 일제 강점기부터 김옥선 씨 때까지 함께 복원한다면 이야깃거리가 참 풍부할 텐데 방치되고 있어 아쉽다”라며 “향후 이곳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개발되어 다른 많은 이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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