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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37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장항 오세대 이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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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이발소, 1970년대 64개에서 현재 48개로 줄어
오세대 이발사, “제 손이 움직이는 한 끝까지 할 것”



[sbn뉴스=서천] 황정환 기자 =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이발소 찾기 쉽지 않다. 80년대 중반 이후 쇠퇴기를 겪었던 이발소의 재부흥을 위해 37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며 나날이 발전하는 고객 서비스를 실행하는 곳이 있다. 

1982년도에 문을 연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있는 작은 이발소. 이발소의 상징인 싸인볼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이곳은 17살부터 처음 가위질을 시작한 이발사 오세대 씨가 37년 동안 운영하는 곳이다.

안에는 노란 벽지와 함께 온기를 전해주는 난로가 있고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흰색 타일과 세면대도 놓여있다.

과거에는 너무 장사가 잘 돼서 줄까지 서며 이발을 할 정도로 호황인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는 이발소가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오세대 이발사(경력 52년)는 “1970년대 당시에는 서천군에 64개 정도 있었고, 지금은 한 48개 정도 이발소가 있었다”라며 “예전에는 대부분 보면 이발소에서 종업원들을 4명~6명 이렇게 두고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시대 흐름을 봐서 미용실로 가는 쪽이다”라고 전했다. 

결국, 이발소를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그래도 전통방법을 유지하며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를 도입해 단골을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용하는 풍성한 비누 거품 대신 사용하는 면도 로션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고객을 생각하는 이발사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로션 통에 열선을 설치해 만든 따뜻한 면도 로션은 일상에 지친 손님들의 피로를 말끔히 씻겨낸다.

잔뜩 날 선 면도칼로 얼굴 곳곳의 수염을 밀어내고 따뜻한 스팀 타월로 얼굴을 감싸는 모습은 전통 이발소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발과 면도를 하는 40분 남짓 손님과는 정이 넘치는 대화가 오간다. 수십 년 된 단골은 이발뿐만 아니라 이제는 마음을 나누는 벗이 된다.

15년째 달골이라는 양명석 씨는 “이발소에 오면 편해요. 그리고 머리 스타일도 제 마음에 든다”라며 “사적인 얘기도 많이 나누고 말씀을 잘해주셔 배울 점들이 상당히 많다”라고 전했다. 

이발과 면도를 마치고 나면 어느새 의자는 간이침대로 바뀌고 이발사의 섬세한 손길 속에 고객은 금세 잠이 들고 만다.

오세대 이발사는 “우리가 알기로 외과 수술하는 의사들이나 이발사는 손이 흔들리면 끝나는 것”이라며 “제 손이 움직이는 한 끝까지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머리를 깎는 것뿐만 아니라 지난 시절 삶의 추억을 간직한 이발소. 이발사는 오늘도 이발소의 재부흥을 위해 손에 이발 가위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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