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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사람의 본심은 월식과 같아서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야! <완벽한 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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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벽한 타인>은 냉철한 변호사에 유해진, 젠틀한 신사를 보여주는 성형외과 전문의 조진웅, 그리고 욕쟁이 건달 사업가에 이서진으로 배역을 맡겼다.


배역과 이 배우들의 조합만으로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우리는 당신을 모른다’는 주제 맞아 떨어지는 캐스팅이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이미 영화는 관객들의 초반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고의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유쾌하다. 더욱이 그들의 딱딱 맞아떨어지는 대사 호흡과 치고 빠지는 타이밍, 말로 웃겨야하는 코미디에서 생명과 같은 것들을 이번 영화는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속초가 고향인 친구들은 ‘영랑호’가 호수인지 바다인지를 놓고 40년째 다투던 중, 아주 가끔 명석함을 드러내는 건달 사업가인 준모가 한 번에 정리를 한다.


“우럭 잡는 놈에게는 바다고 붕어 잡는 놈에게는 호수다” 의외로 정답은 간단하다.


<완벽한 타인>은 의외로 교훈적인 데가 있는 영화다. “휴대폰은 한 사람의 블랙박스”란다. “사람의 본심은 월식과 같아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란다.


영화의 대부분을 이루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올법한 가벼운 농담과 웃음이지만 그것은 가슴을 콕콕 찔러 다시 생각하게 하는 여운을 주고 있다. 타인에게 완벽해 보일지 모르지만 정작 본인들은 홀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영화가 드러낼 때마다 완벽한 타인의 모습은 조금씩 인간적으로 위로와 동정을 갖게 된다. 월식으로 가려진 달이 다시 나타났을 때 느끼는 묘한 그리움처럼.


‘휴대폰은 한 사람의 블랙박스’라고 한다. 영화 <서치>가 십대들에게는 부모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공포를 누군가에게 줬다면-물론 그래서 잃어버린 딸을 찾았지만- <완벽한 타인>은 어쩌면 당신에게 공포가 될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난다면 바로 휴대폰에 저장된 메시지와 사진을 삭제하거나 비밀번호 패턴을 바꿔야겠다고 결심을 하는 그대에게는.


영화의 결말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모든 비밀이 들어있는 휴대폰의 잠금장치를 풀고 모든 것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그 게임을 하는 것이 맞을까? 비록 상처를 받을지라도  타인의 완벽함 뒤에 숨겨진 비밀을 아는 게 나을까? 아니면 모르고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 나은 걸까? 아는 것이 관계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지, 모르는 것이 그나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일지, 그 선택을 우리는 매일 하고 있다.


관계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오랜 시간인지, 나와 혈연을 맺었기 때문인지, 육체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다 아는 것인지, 과연 무엇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진다. 한 번에 내려지지 않는 질문이지만 영화의 제목을 다시 한 번 바라보면서 어쩌면 완벽한 ‘타인’이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타인> 이재규 감독, 2018 10. 31 개봉. 15세이상관람가. 1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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