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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탐방】꿈을 그리고 배움으로 채워가는 마을학교 서천 ‘판교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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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중 구성원이 같은 마음으로 하나의 원을 그려나가는 따뜻한 학교
‘우리 크게 사고치자!’ 판교중, 학교를 넘어서 학생들의 아지트가 되다

[sbn뉴스=서천] 나영찬 기자 =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예쁜 마음이 넘치는 학생들이 있는 충남 서천군 판교중학교에 sbn서해신문이 찾았다. 학생이 즐겁고 선생님은 존경받으며 학부모는 보람을 가지는 학교인 판교중은 도란도란 따뜻하게 살아가며 가슴 따듯한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편집자 주>



◇같은 마음으로 하나의 원을 그려나가는 판교중학교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동화 ‘토끼와 거북이’의 주제는 경주 시합이다. 토끼는 육지에서 잘 달리는 동물이고, 거북이는 물속에서 잘 헤엄치는 동물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시합은 토끼에게 유리한 육지에서 치러졌다는 점에서 평등한 경기가 아니었다.



판교중학교(이하 판교중) 현영섭 교장은 “물속에서는 거북이가 토끼를 업고 달리고, 육지에서는 토끼가 거북이를 업고 달리면 똑같이 결승점에 도달한다”라며 “그런 마음으로 전 학교 구성원이 학교를 대하고 있다”라고 학교를 소개했다.


이렇듯 판교중은 굳이 경쟁하지 않고 잘하는 것은 나누고, 못하는 것은 스스럼없이 도움을 주고받는 학교이다.


또 판교중은 ‘거꾸로 학교’라고 한다. 판교중의 학교시스템은 교장·교사·학생이 수직관계로서, 학생이 교사를 뛰어넘고 교사가 교장을 뛰어넘는다. 전 구성원이 하나의 바퀴처럼 돌아가며 같은 마음으로 원을 그려나가는 학교이다.




◇판교중, 학교를 넘어 학생들의 아지트가 되다


많은 동물이 있고 그 동물들의 기능과 특징이 다양하듯 아이들도 저마다 다른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현 교장은 “아이들의 각자 자기의 기능이 다양한데 학교는 똑같은 교육을 하고 있다”라며 “똑같은 교육을 해 똑같은 역할을 하라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학교는 아이의 다양성과 특성에 맞는 진로지도와 교육을 하려고 한다”라며 교육 마인드를 전했다.



판교중은 학생 수가 적지만 될 수 있으면 다채로운 교육환경을 만들어 다양성을 키우는 교육을 하고 있고,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어떠한 결승점에 다다를 수 있도록 아이들의 다양성, 독창성을 지키며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이런 취지로 판교중은 ‘크게 사고치자!’ (생각할 사’) 라는 의미로 교육환경을 조성해왔다.


큰 틀로 보면 책임에 따른 자율성을 기르고, 작게 보면 그 틀 안에서 구성원들이 사고치고 뭉치고 획일화된 교육은 배제하며 자율이라는 커다란 범위 안에 책임에 따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또, 아이들이 학교의 어느 한구석이라도, 가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1층 현관의 벽화부터 3층 옥상에 마련된 ‘꿈꾸는 다락방’까지 아이들에게 다양한 아지트를 만들어주고 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학교, 판교중학교


판교중을 대표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꼽자면 ‘마을주민들과 함께하는 마을교육공동체 수업’을 꼽을 수 있다. 마을에 있는 인적자원을 학교에서 활용하고, 재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이를 기쁘게 펼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며 학교와 마을 간의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


먼저 ‘마을 문패 달아드리기 수업’ 은 우드버닝 팀(나무를 태워 그림을 그리는 것)과 서각 팀(나무 등에 글자나 문양을 새기는 전통 공예), 팝아트 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우드버닝 팀이 나무판에 마을 어르신 얼굴을 새기고, 서각 팀은 명패와 문구를 서각, 팝아트 팀은 풍성하고 화려한 색채로 이를 칠한다.


이어 목공수업으로 마을의 한옥전문목공을 모셔서 수업을 진행한다. 올해 1학기에는 목공과 아이들이 함께 운동장에 정자를 만들어 마을쉼터를 조성했다.


2학기에는 아이들이 가져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목공 선생님과 아이들이 같이 디자인하고 조정하며 만들어 간다. 학생 스스로 디자인하며 만들고 창의력을 키워가는 목공수업은 매주 금요일 진행된다고 한다.


또 내년에 기대될 활동으로 창극수업을 꼽았는데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 해금·대금·가야금 등 전통악기를 연주, 이와 함께 창을 부르고 극을 만들어나간다.


현 교장은 “서천 출신 5대명창인 이동백 명창의 맥을 이어가는 박영환씨와 연결해 마을 어르신들과 합세, 내년 11월 크게 판을 벌릴 예정”이라며 “판교의 지리적 특색과 정서, 역사를 가미한 극으로 완성해 나갈 것이니 기대하셔도 좋다”고 전했다.




◇판교중학교의 주요 성과는?


학교의 성과에 대해 현영섭 교장은 “장관상을 탔다, 어떤 상을 받았다, 이런 것을 성과로 보지 않는다”라며 “학교의 본질은 학생이고 학생의 성장이 곧 성과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뇌에서 기억력과 사고를 관장하는 부분인 전두엽은 반복 학습, 암기식 학습으로는 발달되지 않는다. 많은 학교들이 체험보다는 암기식 수업을 하는데 비해, 판교중은 많이 만지고 체험하는 학습을 중요시해 아이들의 뇌 발달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현 교장은 “처음에 소극적이었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남들 앞에서 훌륭히 발표하고 있다. 또 학교가 남겨준 소중한 선물을 잊지 못한 졸업생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아이들의 성장에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학생들을 위해 한 가지의 고민이라도 해결해주기 위해 선생님과 아이가 둘이서 1박 2일 캠프를 가기도 하는 등 한 사람의 의견이나 생각도 등한시 하지 않고 소중히 챙겨주는 학교이다.



◇농촌의 쇠락…판교중의 현안문제


판교중의 가장 큰 문제는 농촌의 쇠락으로 인한 학생 수의 감소다. 현 교장은 “학교 설명회를 봄의 마을 북카페에서 크게 열었다.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이렇듯 에너지를 쏟고 있는데, 교육에 소홀해질까 걱정이 된다”라며 “군이 아닌 타지에서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작은 학교를 우선 지원하는 정책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군 차원의 학교 홍보를 통해 학교가 살아나고, 마을이 살아나고, 서천군도 커지게 됐으면 한다. 작은 학교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라며 “중학교 시기는 ‘기적’을 부르는 때다. 이 때 어떤 환경,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바뀐다. 학부모께서는 큰 학교니까 보낸다는 생각은 지양하고, 학교마다 둘러보고 교직원들도 만나보고 내 아이의 교육환경에 적합한 학교를 선택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진심어린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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