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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한글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10월 9일은 572돌 맞는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을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국가가 지정한 법정 공휴일이다.


한글날은 1926년 당시 조선어연구회가 훈민정음 반포 480주년을 맞이해 ‘가갸날’ 기념식을 열었던 것이 시초가 됐고 이듬해인 1928년에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하고자 훈민정음을 창제했던 세종대왕의 뜻이 오늘날 우리에게 올바로 전해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수집단인 사법부마저도 판결문 등 법정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쓰자는 운동이 전개되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 또한 법률 개정 등을 통하여 어려운 행정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쓸 수 있도록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마치 어려운 외래어를 섞어서 사용해야만 유식(有識)한 것처럼 착각하여 너도나도 어려운 외래어를 행정용어에 사용하여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인센티브, 인프라, 네트워크, 마케팅, 페스티벌, 프로젝트, 웰빙, TFT, DB 등등 우리의 행정 공문서를 살펴보면 가히 외래어의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서천 셉테드 가이드 라인 도입’-이게 무슨 말인가? ‘쌍방향 소통을 위한 바이럴 마케팅 강화를 위하여 감각적인 스팟 홍보영상과 젊은 감각의 카드뉴스를 제작하여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전파’-도대체 어느 나라의 행정문서인지 의아할 정도로 외래어의 홍수를 이룬다.


2018년 1월 서천군이 발행한 ‘2018년 서천군 주요업무 추진계획’ 책자를 검토한 결과 약 500여 쪽의 책자 속에 무려 3600여 개의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다.


로드맵, 컨설팅, 워크숍, 벤치마킹 등의 용어는 일상 생활용어처럼 사용하고 있다. 서천군의 각종 용역기관에서 제출한 용역보고서를 살펴보면 외래어의 사용빈도는 점입가경이다.


언어와 문자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통용되어야 한다. 우리 서천군과 같이 교육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외래어를 행정용어로 서슴없이 표기하고 사용하는 전례를 본 적이 없다.


‘푸드킹 페스티벌, 힐링 시티투어’ 등 축제나 행사의 제목부터 새롭게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해랑들랑 어울제’ 얼마나 아름다운 우리말 축제인가?


한글날을 맞아 우리가 얼마나 소중히 우리말을 가꾸고 사용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자. 행정용어에 어려운 외래어를 섞어 써야만 유식해 보인다고 착각하는 공직자들이 있다면 각성해야 한다.


지방의회 또한 집행부에서 어려운 외래어를 행정용어로 사용할 경우 이를 지적하고 바로 잡으려는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그 과학성과 활용성을 인정받고 있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한글을 외면하고 외래어의 홍수 속에서 사는 우리가 모두 한글날을 맞아 ‘한글’ 앞에 부끄럽지 않은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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