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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암물] 건반 위의 춤, 서천지역 예술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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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7일 오후 7시 충남 서천군 문예의 전당에서 조영웅과 백유영의 ‘건반 위의 춤’을 아내와 함께 보았다.


공연은 깔끔했다.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래서 시골 무대답지 않았다.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진행자의 멘트와 출연진의 대화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중간에 무대 정리를 하느라 생기는 공백이 없어져서 90분 공연이 훨씬 알차게 느껴졌다.


조영웅과 백유영은 이번 ‘건반 위의 춤’에서 서양음악과 우리 춤의 만남에 의미를 두고 있는 듯했다. 공연의 전반부는 피아노에 맞춰 춤이 어우러졌고 후반부에 우리 춤과 음악의 요소가 강조되는 구성이었다.


서양음악과 국악의 협연은 드문 일이 아니다. 피아노와 춤의 조화도 수백 년 거듭된 작업이다. 


그런데도 피아노와 한국무용의 만남은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게 한다. 뿌리가 다른 두 요소의 결합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특히 리아도프의 ‘뮤직박스’가 그러했다. 이 곡은 오르골 인형의 춤을 주제로 한 것인데, 백유영은 한국무용으로 이를 해석해냈다.


서천 군립전통무용단의 예술 감독인 그녀는 발레 동작이 아닌 태평무와 살풀이 등을 등장시켰다.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이번 공연을 대표하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그런데도 공연의 중심은 조영웅의 피아노였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에서 유학한 촉망받는 젊은 피아니스트이다. 젊은 피아니스트답게 선곡이 신선했다. 대부분의 연주회는 대중에 친숙한 몇 곡에 대가의 명곡을 내세우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쇼팽의 녹턴 등은 청중을 위한 서비스라 하겠다. 그러나 정작 그가 들려주고 싶었던 연주는 니콜라이 카푸스틴의 ‘변주곡’과 윌리엄 볼콤의 ‘뱀의 키쓰’인 것으로 보인다. 


이 곡들이 상당히 참신했다. 재즈풍의 현대 클래식 작품이었다.


고전음악이 시대를 관통하는 아름다운 울림을 갖고 있지만, 그러나 낡은 것임은 틀림없다. 이에 식상한 연주자나 애호가들은 새로움을 갈구하게 된다. 


그래서 현대 클래식 음악가들은 새로운 시도를 거듭한다. 재즈를 입히기도 하고 동양음악에 접목하기도 한다.


조영웅이 들려준 두 작품도 그러한 범주에 속한다. 재즈의 흥겨움과 러시아의 웅장함 바닥에는 깊은 한이 느껴진다. 


그것은 우리의 정서와도 맞닿아있다. 그 한 가닥이 조영웅의 가슴을 이끈 것일까? 그의 연주에는 힘과 젊음이 있었다.


두 사람의 협연이 기대 이상이어서 아내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도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에 더해서 또 다른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지역 예술인의 가치와 지역 문화에 관한 것이다.


이번 공연은 조영웅과 백유영이라는 예술인들이 서천이라는 공간에 함께 있지 않았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들은 평소 문예의 전당에서 자주 대하며 농담처럼 ‘우리 같이 만들어 볼래?’하던 것이 이날의 작품이 되었다고 무대에서 말했다.


서천 사람의 작품에는 서천의 향기가 녹아든다. 백유영이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다는 신작 ‘청풍명월’이 그러하다. 그녀는 작품 일부를 이날의 피날레 무대로 보여주었다. 


지역의 정서가 녹아있는 작품들이 쌓여 지역의 문화가 된다. 이런 자산은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다. 지역 문화의 미래는 지역의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지역 예술인을 위한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 주민들은 그런 무대를 찾아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시골이라 볼만한 공연이 없다고 자조하는 것은 사실은 비겁한 일이다. 


물을 주고 가꾸면 문화는 자란다. 정치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을 반영하듯이 지역의 문화를 키우는 것은 그곳에 사는 관객의 책임이기도 하다.


서천의 모든 예술인이 당당히 자신의 작품을 빚기를 바란다. 서울의 유명인에 비교해 명함이 빈약하더라도, 예술은 명함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바로 서천의 작품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예술가의 사회환원 방법이다. 또한, 자신의 예술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는 성장의 길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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