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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모든 것이 불명확한 경계에 선 자들의 아우성과 분노 , <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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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창작과를 나온 종수는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다 쇼핑센터 오픈식에서 홍보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향 친구인 해미를 만난다. “종수야, 나 해미야”라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두 주인공의 이름을 관객에게 알려줌과 동시에 ‘삼포세대’니 ‘흙수저’니 그저 세대로만 불려지는 20대 청춘들의 이름을 호명한다. 그리고 해미는 군중 속에 섞여 있는 종수의 이름을 부르는 주체가 된다.


아프리카 여행을 떠나면서 고양이를 맡긴 해미의 집에 드나들면서 종수는 보이지 않는 고양이의 밥을 꼬박꼬박 챙겨준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해미는 이번에는 종수에게 벤을 소개한다.


이로써 종수-해미-벤의 삼각관계가 성립된다. 해미를 사이에 둔 종수의 일방적인 욕망과 집착, 해미와 종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벤, 그리고 종수의 각성으로 삼각관계는 영화에서 서스펜스를 불러일으킨다.


작가를 꿈꾸지만 어떤 소설을 써야할지 모르겠다는 종수와 고양이를 키운다고 하지만 진짜 고양이가 있는지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 해미, 그리고 반포에서 살면서도 어떤 일을 하는지 말하지 않는 벤, 이 세 사람이 보여주는 미스터리는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해질 무렵과 같다. 한편으로 종수가 달리기를 하는 새벽 시간은 어둠이 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빛이 부족한 쓸쓸한 시간이다.


여전히 삶의 목적을 찾아 헤매는 종수와 해미, 그리고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벤이 처한 현실은 해질 무렵 또는 해뜰 무렵의 시간처럼 미스터리하고 서스펜스가 있는 일상의 공간이다.


이들은 자신의 욕망과 자유를 맘껏 불태우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무력감과 분노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영화 <버닝>은 벤이 살고 있는 반포처럼 세상은 이음새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고 편리해지는데 정작 젊은이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미스터리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버닝>, 이창동 감독, 2018.05.17. 개봉, 148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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