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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코스, ‘한산모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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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으로 완성되는 걸작품 ‘한산모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우리의 유산’이 ‘세계의 유산’



모시가 생산되던 충청도의 여덟 개 읍인 한산, 서천, 부여, 임천, 홍산, 비인, 남포, 정산을 ‘저산팔읍’이라 한다.


이중 특히, 한산면은 연평균 기온이 높고 4~9월에 집중되는 강수량, 나지막한 산세로 인해 모시의 종근(발아시 가장 먼저 나오는 뿌리)을 보호하기 쉽고 다습한 환경, 적절한 통풍 등 모시의 재배와 제직에 최적의 지역적·환경적 요건을 갖추고 있다.


한산에서 모시가 언제부터 재배되었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통일신라시대 한 노인이 약초를 캐기 위해 건지산에 올라가 처음 모시풀을 발견하여 이를 가져와 재배하기 시작한게 모시짜기의 시초가 되었다고 구전되고 있다.



한산모시관은 서천군의 대표적 특산품인 한산세모시의 맥을 잇고 모시의 원산지를 명소로 가꾸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 한산모시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하고 군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1993년 8월 개관하였다.


주요 시설로는 전수교육관, 저산팔읍 길쌈놀이 전수관, 전통공방, 한산모시 홍보관 등이 갖추어져 있다.
매표소를 지나기 전 양옆으로 모시 텃밭이 있는데 모시 잎은 얼핏 보기에 깻잎과 흡사해서 사전에 모시 밭이 있다는 걸 알고 오지 않았다면 자칫 무심코 지나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오른편에 해설을 들으며 모시관을 둘러볼 수 있는 문화관광해설관이 있고 그 옆에는 전통 농기구 등을 전시해 놓은 매기공방이 있다.



매기공방을 거쳐 앞쪽으로 나오면 모시짜기 공방이 있다. 공방 문을 들어서면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인 방연옥(74) 선생이 필모시를 짜는 모습을 바로 곁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베틀 옆에는 가습기가 틀어져 있는데, “건조하면 모시 올이 끊어지기 때문에 모시를 짤 때는 항상 가습을 해주어야 한다”며 “가습기가 없던 예전에는 여름에도 움집에서 모시를 짰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시 한필(21.6m)을 만들려면 부지런히 해도 일주일이 걸리는데 모시 한 필을 가지고 한복 한 벌을 만들 수 있다”라며 “모시옷은 통풍성과 흡수력이 뛰어나고, 까칠까칠해 시원함을 주며 내구성이 뛰어나 빨아 입을수록 빛이 바래지 않고 윤기가 돌아 항상 새 옷 같은 느낌을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방연옥 선생의 시연을 감상하고 나오면 공방 앞 마당에서 제기차기, 투호놀이, 굴렁쇠 등의 전통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과 방문했다면 함께 어울릴 수 있어 그 재미가 더하다.


놀이마당 옆에는 운치 있게 꾸며진 정자가 있으니 이곳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도 식히고 주변 경치도 감상하며 잠깐 쉬어가는 여유를 누려보는 것도 좋다.


이곳의 메인 전시관이라 할 수 있는 한산모시전시관은 지하 1층, 지상 1층 총 2개 층으로 지하 1층은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 우리나라 모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1층에서는 한산모시의 유래와 발달 과정을 비롯해 배틀과 모시의 재배 과정을 볼 수 있다.



특히, 총 9단계로 소개되고 있는 필모시 만드는 과정이 태모시 만들기부터 표백과 다듬질까지 영상과 함께 자세히 소개되고 있어 몰입감을 가지고 관람할 수 있다.


9단계의 면면을 보면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정이 없지만 그중 모시째기는 태모시를 이빨로 쪼개서 일정한 굵기의 모시섬유로 만드는 과정으로 태모시를 얼마나 가늘고 고르게 쪼개느냐에 따라 세저, 중저, 막저로 모시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모시짜기 과정 중 가장 어렵고 중요한 작업이라 한다. 따라서, 옛 여인들은 이 모시째기를 오랜 세월 하다 결국 이가 쪼개지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한산모시전시관이 한산모시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 되었다면 저산팔읍 길쌈놀이 여섯 마당을 인형으로 아기자기 재현해놓아 가볍고 유쾌하게 둘러볼 수 있는 ‘저산팔읍 길쌈놀이 전수관’을 둘러보며 머리를 식혀보자.


‘저산팔읍 길쌈놀이’는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면 일원에서 전승되는 한산모시짜기 풍속을 저산팔읍(苧山八邑) 중에서도 특히 서천을 중심으로 여섯 마당으로 재구성하여 만든 놀이로 1991년 7월에 충남도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었다.


예전에는 음력 7월에서 8월 중순까지 일정한 장소에 모여 공동으로 길쌈을 하였으나, 현재는 매년 5월경 개최되는 ‘한산모시문화제’ 행사에서 시연되고 있다.


올해 한산모시문화제는 오는 6월 22일 ~ 6월 25일까지 4일간 한산모시관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여기까지 전시관을 다 둘러본 후 밖으로 나오면 한산모시 홍보관이 있다.


홍보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지하에는 모시제작 체험장이 있어 모시 제품 만드는 과정을 직접 접해볼 수 있고 1층에는 소곡주, 모시송편 등의 한산 특산품을 판매하는 매장과 한산모시로 만든 의류, 악세사리 등을 전시·판매하는 판매장이 있다.


2층은 유네스코 홍보관이라 하여 ‘한산모시짜기’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의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한산모시가 세계의 유산이 되기까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날씨가 따뜻하고 화창해 년 중 여행하기에 어느 때 보다 좋은 시기다. 1500년 전통과 역사가 숨 쉬는 한산에서 ‘세계의 유산’으로 우뚝 선 우리 조상들의 위대한 유산 한산모시를 만나보고 느림의 미학의 정수가 살아있는 한산모시관을 찾아 잠깐이나마 유유자적하며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여행의 한 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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